먼저 제목인 콜타임(CALL TIME)은 공연에 참가하는 출연진과
스태프가 공연 전 극장에 모이기로 정해 놓은 시각을 말한다.
40대의 여자배우와 20대의 페미니스트 조연출이
빈 극장에서 처음 보는 시간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극단 생활 12년차 여자배우 범순,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한 페미니스트 여성 조연출 은호.
둘은 한국근대희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천재 극작가 이진오의
<단이는 왜 20세기에 몸을 던졌나>를 공연 중이다.
작품 내용을 보면 최인훈씨와 오태석씨 작품으로 보인다.
범순이 대사를 틀려 공연을 말아먹은 다음 날,
둘은 콜타임보다 1시간 일찍 극장에 도착하고
둘 사이엔 우르릉쾅쾅 천둥과 벼락이 친다.
그리고 이제 더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연극은 극단 생활 12년 차인 40대 연극배우 범순과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한 21살의 여성 조연출 은호가 빈 극장에 들어오고, 극장 안의 불의 켜고,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요가 매트를 깔고 몸을 풀고 발성연습을 하고, 은호는 음향을 확인하고 조명을 점검하기도 한다. 범순은 지난 주말 공연에서 대사를 씹었다. 관객들이 알아차리지 못했기를 바라며 오늘은 그래서 극장에 평소보다 일찍 왔다. 좀 더 심기일전해서 잘해 볼 심산이다. 하지만 조연출 은호가 자꾸 신경 쓰이게 보이는 곳에서 맴돈다. 40대의 여자배우와 20대의 페미니스트 여성 조연출은 서로 대화 실마리를 못찾다가 여배우에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이고, 그래서 이 극단에 들어왔다는 조연출 은호의 말에 장벽이 조금씩 거치고 나이차이는 있지만 돌발 키스가 몇번의 키스로 이어진다.
범순은 40대 중반의 중견 여배우에 사회적인 입지가 있고 캐리어도, 남편이 있고, 또 막 임신을 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호에게 끌린다. 은호는 신세대답게 잃을 것이 없어서 그런지 통통 살아있다. 범순은 그런 은호가 자신의 세계를 온통 망가트릴 것 같아서 두렵지만, 매료된다. 그들은 배우와 스태프가 극장에 모이기로 약속한 시각인 '콜타임'보다 한시간 일찍 극장에 도착하고, 콜타임이 오기 전까지 대화하며 서로를 향해 열리는 낯선 감각을 발견한다. 개인의 삶에서 전에 없던 발견과 깨달음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통째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엇인지 묻고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와 늘어가는 질문들 속에서 실제로 변화하지 않는 사회를 감내해야 하는 사람의 삶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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