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츠야 목공소에서 일하는 이사쿠와
목공소 사장의 딸 미화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미화는 이사쿠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집안의 가보인 숯돌을 사랑의 증표로 주지만,
이사쿠는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 쿠마코가 나타나
금전적 도움을 요청하자 다시는 자신 앞에 나타나지 말라며
미화에게 받은 숯돌을 넘기고 만다.
이사쿠와 미화의 결혼식 날, 미화의 아버지 사몬이 빌린 돈을 갚으라면서
폭력배들이 들이닥친다.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그 충격으로 사몬은 죽고 만다.
그로 인해 요츠야 목공소는 몰락하고
이사쿠는 미화와 그녀의 동생들을 돌보게 된다.
하지만 적당한 목수 일을 구하지 못한 이사쿠는 탄광에서 일하는 한편,
피를 팔아가며 비참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사쿠는 미화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탄광 주인 이토가의 딸 우메카가 이사쿠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이사쿠와 미화의 관계에 불행의 불씨가 생기는데...
일본의 대표적 고전설화를 바탕으로 하는 최고의 희곡 중 하나인 '열엿새 달'은 극작가 고비야마 료이치의 작품이다. <열엿새달>(부제: 요츠야괴담)은 '권력'과 '탐욕'에 의해 처참하게 몰락하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탐욕스러운 어머니 쿠마코는 자신이 버린 자식에게 찾아와 경제적 도움을 요청함으로써 비극의 씨앗을 잉태한다. 아들인 이사쿠는 어머니를 증오하지만, 그 핏줄로 연결된 인연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나은 처지를 지향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어려운 현실에도 서로 격려하며 살아가는 가족은 이사쿠와 미화뿐이다. 하지만 이사쿠에게 내려진 '피의 저주'는 사랑을 잃게 만들고, 결국 끔찍한 비극적 최후로 이르게 한다. 이사쿠는 자신의 어머니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살해하고 자신 또한 죽은 미화를 쫓아감으로써 비극적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다. 이는 즉, 탐욕의 결과가 무엇인가를 극대화시켜 보여줌으로써, 그 치유의 방법 또한 우리들이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회의를 관객에게 시사하여 준다.
작가의 글 - 고비야마 료이치
<열엿새달>(원제:요츠야괴담)을 말하면, 남편인 이에몽이 정숙한 부인 오이와에게 독약을 먹여 죽이는, 영혼(귀신)이 되어 복수하는 이야기로서, 이것을 모르는 일본인은 일단 없다. 이러한 유명한 <열엿새달>을 17년전, 현대풍으로 각색하여, 신주쿠양산박이라는 극단에서 공연을 했다. 그때, 자원봉사로 참가하고, 본인도 야쿠자로 출연을 한 것이, 이번 공연의 연출자인 이강선씨이다. 당시, 강선씨는 일본영화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그 학교의 허가를 받아 3개월간에 걸친 일본 종단 투어에 참가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강선씨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일까? 지금도 잘 모른다. 그러나 그 열정이 강선씨가 극단을 만들게 되고, 지금 여기 한국에서 <열엿새달>을 공연하게 된 것은 명백한 일이다. 가부키의 공연레파토리인 오리지널 <열엿새달>은 매우 길고, 전부 공연하기 위해서는 하루로는 부족하고, 예전에는 이들에 걸쳐 공연을 했다고 한다. 그 장대한 작품을 각색함에 무엇을 테마로 쓰고 싶었는지 말한다면, 단지 한 마디 [사랑]이다. 주인공인 이사쿠는 불행한 어린시절로, 그 사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너무나도 사랑한 부인인 미화를 죽이고 마는 절망의 이야기이다. 이 줄거리는 원작인 [도카이요츠야 괴담]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쓰게 되었다. 하지만, 이 [열엿새달]에는 원망의 영혼(귀신)은 나오지 않는다. 이 <열엿새달>이 17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데, 이 작품이 한국의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또 마음의 심금을 울려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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