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65

루퍼트부르크 '리투아니아'

등장인물 6, 7명에 시간도 1시간 정도, 부담 없이 올리기 쉬운 작품이라 여기저기서 많이 공연된다. 얼마 전에 대학로에서 약간 각색해 비지터(visitor)란 뮤지컬로도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당시 러시아의 지배하에 있던 리투아니아를 배경으로 1900년대 초에 씌여진 희곡이다. 당시 실제 있었던 실화를 근거로 루퍼트 부르크가 극화한 이 작품은 그 지역의 척박한 환경에 방치된 한 가족이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결국 오래 전에 이 집을 떠났던, 지금은 성공하여 돌아온 아들을 죽이는 파국적 결말을 맞게 된다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극의 구성이나 인물 설정, 그리고 연극적인 재미까지 잘 결합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40년 뒤에 알베르 까뮈가 '오해'란 작품을 썼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줄거리는 거의 비슷하지만 ..

외국희곡 2024.02.15

이태주 '흥남철수 - 정경숙 찾기'

이 작품은 낙동강 전투, 인천상륙작전, 장진호 격전과 흥남 철수, 거제도 포로수용소 등 전쟁상황과 그 속의 인간들, 그리고 피난민 이산가족들의 비극을 담고 있다. 평양 부농집 아들 김동민은 부친이 반혁명 세력으로 몰려 혼자 유랑 끝에 함경북도 청진에서 정경숙을 만나 그녀와 이복순의 보호를 받는다. 김동민은 정경숙과 함께 청진 의과대학에 입학하면서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앞날을 약속한다. 이강설은 혁명 1세대 집안에서 태어나 북한 고위직관료의 딸과 결혼해서 빠른 출세로 요직을 맡는다. 이강설은 병원에 입원 중 레지던트로 일하던 정경숙을 만나 그녀에 현혹된다. 이강설은 정경숙과 김동민 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해 김동민을 청진에서 발생한 반정부 삐라 사건 용의자로 체포한다. 김동민은 극심한 고문을 당하고..

한국희곡 2024.02.14

송성화 '서울욥기'

김사장의 집에 신분을 알 수 없는 노인이 찾아온다. 그리고 온갖 재앙이 몰아친다. 공장이 대형 화재로 몽땅 타고, 부인이 아들과 같이 승용차로 교회에 가던 중 화물트럭과 충돌로 죽었다는 연락이 온다. 게다가 등산 간 딸이 등반 도중 추락했다고 하고 설상가상으로 김 사장집에 세무감사가 나와 어음이 부도가 났다고 집안에 압류딱지를 붙인다. 노인은 말한다. 내기 중인데, 마음을 살짝 바꾸면 모든 불행을 원상복귀 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김사장은 버티며 자신의 믿음을 더 굳게 다짐한다. 그러자 노인은 김사장의 몸이 미치도록 가렵게 만들고... 결국 노인이 포기한다. 김사장의 모든 재난은 원상으로 돌아온다. `서울 욥기'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욥기의 주인공 욥의 삶을 현대인의 삶에 재조명한 극으로 계속되는 어려운 ..

한국희곡 2024.02.14

김현규 '혜영에게'

전쟁의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은 1958년, 우체부로 첫 출근을 나선 '정우' 앞에 '혜영'이란 소녀가 나타난다. 수년 전 떠난 애인의 편지를 매일 기다리는 혜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 같은 그 기다림이 안타깝기도 부담스럽기도 했던 정우는 혜영에게 가짜 편지를 쓴다. '곧 당신을 찾아 가겠소.' 기약 없던 기다림에 희망이 생기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정우는 혜영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혜영은 희망이 거짓이었다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처음 시작은 우체부가 관객들에게 소나무. 바위, 모닥불, 개똥지빠귀 등의 우편물을 전달한다. 이 우편물은 극이 진행되는 동안에 극의 소품으로 활용된다. 일종의 관객 참여형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가짜 편지를 쓰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한국희곡 2024.02.14

권인찬, 박성진 '다리 밑에서 주웠지 '

계획에 없었던 임신 그리고 어머니가 된다는 설레임, 삶의 현실적 문제등으로 갈등하던 예비 미혼모는 이 사회의 구조와 현상들을 태아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갈등의 짐을 나누기 위해. 남성 중심의 사회, 자유, 사랑, 인간, 자연에 대한 태아와의 대화, 그리고 낙태를 강요하는 주변 사람들. 어느 날 불쑥 나타난 그 사람으로 인하여 태아와의 대화가 중단되고 그 동안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자궁 수축 상태가 나타나 장기입원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통보를 받는다. 그러나 입원보다는 태아와의 계속적인 대화를 위해 여행을 택한 그녀는 여행도중 자신의 몸속에서 죽은 태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여인은 죄의식 상태에서 잠재화 되어 있는 살해 혐의로 가상의 심판을 받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

한국희곡 2024.02.13

송영 '뮤지컬 땅콩껍질 속의 연가'

김일도는 삼십이 넘은 노총각이다. 어느 날 셋방을 구하러 가다가 갈 곳이 없는 주리를 만나 살림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신혼부부 행세를 한다. 둘은 13살 차이다. 한편 집주인 양박사 부부는 미국유학 시절에 결혼하였는데 갈등이 잦다. 평소 양박사는 도일 부부를 부러워하며 서로 부인까지 바꾸어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나 도일은 이에 응하지 않고 주리에게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미 주리에게는 약혼자가 있었다. 주리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말과 함께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린다. 결혼 제도의 안과 밖을 동시에 응시하며, 우리 시대 사랑의 정체성을 심문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의 '땅콩'은 결혼과 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힌 닫힌 공간으로서의 의미로도 인식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김도일과 주리, ..

한국희곡 2024.02.13

오스카 와일드 '행복한 왕자'

높이 솟은 기둥 위에 보석들로 치장한 행복한 왕자 동상이 있고 사람들은 그 동상을 찬미한다. 어느 겨울 날, 갈대와 노니느라 따뜻한 나라인 이집트로 가지 못한 제비가 밤에 동상 위에서 쉬다가 행복한 왕자의 눈물을 본다. 행복한 왕자 동상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비참한 도시의 모습이 마음 아프다며, 제비에게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제비는 왕자가 들고 있던 칼자루의 루비를 아픈 아이에게 물어다주어 엄마와 아픈 아이에게 오렌지를 먹일 수 있도록 했고, 배가 주려서 글을 쓰지 못하던 가난한 작가와 성냥팔이 소녀에게 눈에 박혀있던 사파이어를 가져다준다. 또한 몸을 덮은 금조각들을 모두 떼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처음에는 "내 친구들은 이집트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데..."라면서 불안해하던 제비..

외국희곡 2024.02.12

이미경 '우와 우와 우우우와'

전 세계에 외계인과 유에프오 목격담이 쏟아진다. 머리는 크고 몸은 왜소한 외계인, 그들은 ‘우와 우와 우우우와’라는 외계어로 소통하며 지구의 상공을 떠돌고 있다. 헌데, 신흥종교 엘로힘은 이들은 외계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말을 배우기도 전에 친부모들에 의해 죽임을 당해 하늘에도 땅에도 속하지 못한 채 떠도는 아가 영혼들이라고, 이들은 충분한 애도를 받으면 다시 세상에 돌아올 거라고 다소 황당한 주장을 한다. 허나, 난임을 겪고 있는 수많은 여자들이 이 종교에 빠져 간절히 임신을 기원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까지 하는 차은주도 이 종교를 믿으며, 이미 임신한 친구 강하리까지 끌어들이는데… 엘로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외계인은 누구일까? 혹여 지구에서 버려진 머리가 크고 몸이..

한국희곡 2024.02.12

선욱현 '엄브렐러'

때는 1978년 초여름 오후 어느 날, 초등학교 건물 입구, 아이들이 하교를 한다. 그런데 비가 온다. 우산을 가져온 아이가 거의 없다. 한 남자아이가 용감하게 튀어나가 그 비를 맞는다. 머리를 적시고 가르마를 타고 익상을 부리자 친구들은 그 모양이 우스워 웃는다. 그렇게들 비를 맞으며 집에 가는데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우산을 들고 나타난다. 오빠에게 우산을 가져다주기 위해서다. 엄마 심부름이었다. 그런데 오빠의 친구라는 낯선 남자아이가 '내 집이 요 앞이니 우산을 빌려 달라'고 한다. 금방 가져다주겠다며……. 여자아이는 착하게 우산을 빌려준다. 그때 오빠가 뒤늦게 나온다. 오빠에게 그 사실을 전한다. 오빠는 네가 속았다며 나타날 리 없다고 한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오빠는 화가 나서 동생이 ..

한국희곡 2024.02.11

이인직 원작소설, 차범석 각색 '은세계'

강릉 경금 동리에 사는 최병도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매우 근면하고 성실하였으며, 개화당의 김옥균의 감화로 구국의 일념을 품고 그 밑천을 마련하기 위하여 재산 모으기에 힘써 상당한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강원도 관찰사는 매관매직 횡행하는 시국에서 가렴주구를 일삼아 돈을 모으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때마침 최병도는 강원 관찰사에게 죄가 없이 붙잡혀가 곤장을 맞고, 관찰사의 흉계에 정면으로 대항하다가 갖은 고초를 겪고 죽게 되고 부인은 정신이상이 된다. 그리하여 최병도의 재산관리는 최병도와 뜻을 같이 하던 개화인 김정수가 맡고, 다시 돈을 모아 최씨의 소생인 옥순, 옥남 두 남매에게 새 학문을 배워주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다. 최병도의 딸 옥순과 유복자인 옥남이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그들의..

한국희곡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