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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화 '내 동생의 머리를 누가 깎았나'

이 작품은 먹거리 개를 키우는 가족 이야기다. 어미는 앓아누운 시아버지의 대변을 받아내고 큰딸 이금은 이혼해 돌아온다. 둘째딸 이손은 겁탈 당해 오줌을 지리고 쌍둥이 아들은 누이를 못 지켰다는 죄책감에 집을 나갔다. ‘마지못해 사는 척박한 가족’이다. 사납게 개 짖어대는 소리들로 막이 오른다. 마당 한편으로 예쁘지 않게 화초들이 심어져 있고, 다른 한편에는 아무렇게 생긴 고무통들이랑 바가지, 세숫대가 널부러져 있는 수돗가가 보인다. 빨래줄에는 촌티나는 옷가지들이 널려있다. 시골 변두리 어디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그저그런 어느 집 마당. 그리고 그런 마당이면 으레 있기 마련인 평상 위에 한 여자가 철퍼덕 걸터앉아 수박을 입에 우겨넣고 있다. 이 집 큰딸이다. 엄마는 식용 개를 키운다. 시아버지는 무..

한국희곡 2024.02.08

장창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는 10까지 헤아릴 때에 쓰는 구절이다. 그래서 어린애들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면서 술래잡기를 한다. 한 명의 술래를 놓고 여럿이서 다가가며 이 구절을 소리친다. 술래는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들고 눈을 떠서 누가 움직이나 찾아낸다. 거기서 걸린 아이가 다시 술래가 된다. 그래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해결되지 않는 동그라미 같은 말이다. 이 작품에는 각 배역들이 이름을 가지지 못하고 13명이 등장한다. 그러니까 각 배역들은 자기 역이 없기도 하고, 어떤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극적 기법을 통하여 작가는 우리 사회에 있었던 다양한 소재들을 작품 속에 집어넣고 있다. 배우 : 언니, 오빠, 삼촌, 엄마, 아빠 제발 이 연극의 내용을 바꿔주세요 이대로 가면요, 이 연극은 우리 집과 ..

한국희곡 2024.02.08

와타나베 가구 '행복의 조건'

오늘 저녁 식탁도 집을 지키는 어머니와 좀 노망기가 든 할아버지, 이 두 사람만인 오야마씨 집. TV소리만이 시끄럽게 방안에 울린다. 일로 귀가가 늦은 아버지, 자식들도 늦는다. 늦게 들어온 남편은 대화라야 고작 '밥 줘, 맥주 줘.' 정도이다. 겨우 돌아온 재수생 아들은 어머니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 하질 않나 갑자기 나타난 아들의 애인이 "내 뱃속의 아이는 절대로 떼지 않겠어요!" 라며 소리치곤 돌아간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큰딸은 이혼을 하겠다고 야단이고, 둘째딸은 누군가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고민이던중 폭탄선언. "나 애 생겼어요!!" 뿐만 아니라 아버지 타로는 복잡한 가족문제를 제쳐두고 혼자 미국 뉴욕으로 장기 업무 차 떠나려고 한다. 할아버지 역시 가끔 치매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

외국희곡 2024.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