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와타나베 가구 '행복의 조건'

clint 2024. 2. 8. 07:24

 

 

오늘 저녁 식탁도 집을 지키는 어머니와 좀 노망기가 든 할아버지, 
이 두 사람만인 오야마씨 집. TV소리만이 시끄럽게 방안에 울린다.
일로 귀가가 늦은 아버지, 자식들도 늦는다.
늦게 들어온 남편은 대화라야 고작 '밥 줘, 맥주 줘.' 정도이다. 
겨우 돌아온 재수생 아들은 어머니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 하질 않나 
갑자기 나타난 아들의 애인이 "내 뱃속의 아이는 절대로 떼지 않겠어요!"
라며 소리치곤 돌아간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큰딸은 이혼을 하겠다고 야단이고,
둘째딸은 누군가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고민이던중 
폭탄선언. "나 애 생겼어요!!" 
뿐만 아니라 아버지 타로는 복잡한 가족문제를 제쳐두고 
혼자 미국 뉴욕으로 장기 업무 차 떠나려고 한다.  
할아버지 역시 가끔 치매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며느리는 이 모두를 위로해가면서 가족을 이끌어나가려 노력한다.

 



평범한 한 가정에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들. 
결코 남의 일이라고 웃어넘길 수 없는 요즘 세상. 
가족 모두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삶의 문제들은 그들을 놀리듯이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극의 후반부에 아들과 딸 쌍둥이를 출산하는 둘째딸과 
곧 애를 낳게 된다는 전화를 보내오는 큰딸로 인해 
관객까지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여기에 할아버지의 농담인듯 삶의 진실을 관통하는 혜안은 
자식내외와 손주들의 등불이 된다.
가족 모두, 평범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놀랍게도 
사랑과 희망과 행복이 넘쳐난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예쁜 꽃들이 하늘의 별만큼 있어. 하늘을 봐라. 꽃으로 가득 차 있지! 혼란스러운 삶 속에서 피어나는 행복의 꽃들. 지치고 외로운 마음을 위로한단다." - 할아버지의 대사.
연극「행복의 조건」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일본사회의 문제를 웃음과 풍자로 날카롭게 묘사한다.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생이 때로는 슬프지만 결국은 그 속에 행복의 씨앗이 있어 행복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는 이 작품의 매력이다. 오늘날 우리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핵가족화의 급속적인 진행으로 인해 가족간의 대화의 단절 내지 노인들의 고독감과 상실감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일본은 더 심하다. 소위 부권 상실시대가 된지 오래다. 일찍이 서구의 사회구조를 받아들여 여권이 상당히 신장되어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열여덟살 정도쯤 되면 성인으로 취급되어 남녀를 불문하고 독립하는 것이 당연할 걸로 인식되어 있다. 그 이후는 자력으로 학업이나 진로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지며 헤쳐나가야 한다. 우리처럼 부모가 결혼할 때까지 책임(?)지지 않는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좋은 점도 있지만 시각의 차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족구성원의 상실에서 오는 절대적 고독감과 그로 인한 사회문제가 여러 형태로 노출되고 있다. 그러함은 한편으로 말과 본심이 엇갈려 있는, 어쩌면 겉으로는 잘 드러내지 못하지만 내심 이기적이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이중적 성격으로 자신을 지키고자 한다. 이 <행복의 조건>은 이러한 부권상실과 가족의 해체에서 오는 고독한 일본가족의 단면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