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65

피터 바이스 재구성 '소송'

은 카프카(Franz Kafka)의 동명의 소설을 드라마로 개작한 작품이다. 소설은 연극과 속성상 많이 다른 매체이다. 이는 원작을 충실하게 무대화하더라도 나타나는 문제이다. 따라서 소설을 연극으로 개작할 경우 그에 대한 일정한 변형이 불가피하다. 바이스는 화가, 영화감독, 극작가, 소설가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이들 매체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을 저술로 남겼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극 구상에 있어서도 그러한 생각들을 반영하고자 했다. 사회주의자 바이스가 매체의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과 극적 전략은 ‘변형된 본받기’의 한 사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바이스는 카프카 의 주인공 K를 전쟁 직전의 자본주의로 불러오고 있다. 이로써 카프카 소설이 지니는 비의성과 다층적인 의미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

외국희곡 2024.02.10

엄인희 외 공동작 '김선생님, 지금 뭐하세요?'

1995년 이 땅의 교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김선생님, 지금 뭐하세요?"는 이 질문을 던지면서 각각의 교사 유형을 탐색하고 교육을 이야기한다. 하루 일을 얘기하면서 마음이 아파 눈물을 글썽거리는 되는 교사들로서 다른 교사들은 이 아이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를 묻지 않을 수 없었기에... 학생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교육하려 하나 열악한 교육 현실 때문에 벼랑 끝에 내몰려지게 되는 중년 여교사의 삶, 김영희. 이러한 제도적 현실에서 교사가 할 일은 없다면 전직을 결심하는 신세대 교사의 삶, 최기석. 10년 넘게 교사를 하면서 더 초라해 지는 자신에게 과연 무엇이 남았는지를 자문하며 회초리를 높이 치켜드는 중년 남교사의 삶, 방학기. "김선생님, 지금 뭐하세요?"는 교사 모두에게 묻는다. 이 땅..

한국희곡 2024.02.10

카를로 콜로디 '피노키오'

이탈리아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소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 중 하나로 이탈리아 아동 문학의 걸작 중 하나다.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1883년 발표한 동화와 그 동화에 나오는 나무인형 주인공의 이름이 피노키오다. 콜로디가 동화의 전개를 위해 밑바탕으로 삼은 것은 이탈리아의 희극 '코메디아델아르테' 로서 특히 할레킨, 풀치넬라의 가면극으로 여겨진다. 이는 인형 피노키오를 상징하는 광대 모자에 부분적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잣나무를 깎아 만든 피노키오는 실에 묶어 움직이게 하는 인형극에 등장하는 목각 인형을 떠오르게 한다. 사실 동화의 원제는 피노키오의 모험, 꼭두각시 이야기로 1881~1882년 동안 총 36회차로 로마 지역 어린이 신문에서 연재되었다. 콜로디가 로마 지역 어린이 신문에 피노키오를 연재하면서..

외국희곡 2024.02.10

장일홍 '인간은 인간에게 이리'

재벌그룹의 회장인 이국평은 창업공신들인 전처소생의 아들 3형제를 제쳐두고 후처소생의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한다. 후계자 발표가 있은 다음날 면도칼과 독약이 들어 있는 소포를 받은 이회장은 충격을 받고 정신분열증세를 일으키 급기야는 목을 매달아 자살하기에 이른다. 전처소생의 아들들은 특히 둘째 달중의 주도로 일단 부친 자살을 비공개로 하잖다. 그룹 총수의 자살은 회사경영에 치명상을 줄 수 있고 금융권, 주식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 그리고 사전에 돈을 빼돌리고 그룹을 파산시켜 형제끼리 나누자는 모의를 하는데... 미주 유학중의 후처소생의 막내아들이 귀국하여 죽기 전에 보내온 이회장의 육성 테이프를 공개하는데... 내용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안 물려주고 그룹 전 회사를 매각해 사회에 기증한다는 것이다. 부친의..

한국희곡 2024.02.09

김성진 '빈방'

'빈방'은 대학로에서 좀 올라가 있는 반지하방이 무대다. 고지대에 있는 탓인지, 습한 반지하인 탓인지 이 방은 빠지지 않고 늘 비어 있다. 집을 구하려 여러 사람이 빈방을 보러 오고, 중개인이 방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그들의 상처가 드러난다. 특히 중년의 중개인은 마지막 전화에서 미국에 있는 딸의 전화를 받고 외롭고 쓸쓸한 이혼녀임이 밝혀진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프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 상처와 고통이 겉에 드러나느냐, 숨어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빈방’은 ‘눈에 보이는 상처’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무대 위로 풀어 놓은 이야기들이 조각난 퍼즐 찾기처럼 재미난 볼거리와 지적 유희로 가득 찬 작품이다. 최근 이사를 하기 위해 많은 ..

한국희곡 2024.02.09

프란츠 카프카 '성(城)'

카프카의 성(城)은 베일에 싸여 있는 절대자다.  절대자는 신으로 볼 수도 있고,  권력의지, 국가, 관료제 등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실존적 한계로 볼 수도 있다.  은 작가의 체험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 속 주인공 K는 카프카 본인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카프카의 또 다른 대표작인 의 주인공이 K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작품에서의 K는 이름도 요제프로 같다.  그런 면에서 과 은 연작의 성격이 짙다.  은 행정적 측면에서 국가와 현대사회의 소통과 소외문제를  다루고 있고 은 사법적 측면에서 이 주제를 들여다본다.  은 벽 너머에 있는 절대자와 소통하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이다. 성은 절대적으로 고립된 존재다.  성(Das Schloss)은 프란츠 카프..

외국희곡 2024.02.09

지경화 '내 동생의 머리를 누가 깎았나'

이 작품은 먹거리 개를 키우는 가족 이야기다. 어미는 앓아누운 시아버지의 대변을 받아내고 큰딸 이금은 이혼해 돌아온다. 둘째딸 이손은 겁탈 당해 오줌을 지리고 쌍둥이 아들은 누이를 못 지켰다는 죄책감에 집을 나갔다. ‘마지못해 사는 척박한 가족’이다. 사납게 개 짖어대는 소리들로 막이 오른다. 마당 한편으로 예쁘지 않게 화초들이 심어져 있고, 다른 한편에는 아무렇게 생긴 고무통들이랑 바가지, 세숫대가 널부러져 있는 수돗가가 보인다. 빨래줄에는 촌티나는 옷가지들이 널려있다. 시골 변두리 어디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그저그런 어느 집 마당. 그리고 그런 마당이면 으레 있기 마련인 평상 위에 한 여자가 철퍼덕 걸터앉아 수박을 입에 우겨넣고 있다. 이 집 큰딸이다. 엄마는 식용 개를 키운다. 시아버지는 무..

한국희곡 2024.02.08

장창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는 10까지 헤아릴 때에 쓰는 구절이다. 그래서 어린애들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면서 술래잡기를 한다. 한 명의 술래를 놓고 여럿이서 다가가며 이 구절을 소리친다. 술래는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들고 눈을 떠서 누가 움직이나 찾아낸다. 거기서 걸린 아이가 다시 술래가 된다. 그래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해결되지 않는 동그라미 같은 말이다. 이 작품에는 각 배역들이 이름을 가지지 못하고 13명이 등장한다. 그러니까 각 배역들은 자기 역이 없기도 하고, 어떤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극적 기법을 통하여 작가는 우리 사회에 있었던 다양한 소재들을 작품 속에 집어넣고 있다. 배우 : 언니, 오빠, 삼촌, 엄마, 아빠 제발 이 연극의 내용을 바꿔주세요 이대로 가면요, 이 연극은 우리 집과 ..

한국희곡 2024.02.08

와타나베 가구 '행복의 조건'

오늘 저녁 식탁도 집을 지키는 어머니와 좀 노망기가 든 할아버지, 이 두 사람만인 오야마씨 집. TV소리만이 시끄럽게 방안에 울린다. 일로 귀가가 늦은 아버지, 자식들도 늦는다. 늦게 들어온 남편은 대화라야 고작 '밥 줘, 맥주 줘.' 정도이다. 겨우 돌아온 재수생 아들은 어머니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 하질 않나 갑자기 나타난 아들의 애인이 "내 뱃속의 아이는 절대로 떼지 않겠어요!" 라며 소리치곤 돌아간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큰딸은 이혼을 하겠다고 야단이고, 둘째딸은 누군가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고민이던중 폭탄선언. "나 애 생겼어요!!" 뿐만 아니라 아버지 타로는 복잡한 가족문제를 제쳐두고 혼자 미국 뉴욕으로 장기 업무 차 떠나려고 한다. 할아버지 역시 가끔 치매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

외국희곡 2024.02.08

이민구 '휴대폰이 죽지 않아'

태만 건설의 호텔 건설 프로젝트 담당자 유상수 대리는 지난번 출장에서 사람을 구했다. 물이 안 빠지는 배수로 탓에 사람이 쓸려 내려갈뻔 한 것을 구해준 것. 누군가 유상수가 사람을 구하는 영상을 SNS에 올렸고, 순식간에 유상수는 유명인사가 된다. 그러나 해당 영상에 태만 건설의 로고가 보였다. 배수로의 안전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태만건설은 유상수에게 해당 영상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설상가상으로 태풍까지 다시 더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작품은 가상의 인물 유상수 대리가 SNS로 인해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가 그 SNS로 인해 회사에서 엄청난 비난을 동시에 받게 되는 상황을 그려낸다. 위험 속에서도 인간의 생명을 지켜냈다는 숭고함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인기로 인해 유 대리가 다니는 태..

한국희곡 202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