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성진 '빈방'

clint 2024. 2. 9. 14:11

 

 

'빈방'은 대학로에서 좀 올라가 있는 반지하방이 무대다.

고지대에 있는 탓인지, 습한 반지하인 탓인지

이 방은 빠지지 않고 늘 비어 있다.

집을 구하려 여러 사람이 빈방을 보러 오고,

중개인이 방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그들의 상처가 드러난다.

특히 중년의 중개인은 마지막 전화에서 미국에 있는

딸의 전화를 받고 외롭고 쓸쓸한 이혼녀임이 밝혀진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프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 상처와 고통이 겉에 드러나느냐, 숨어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빈방눈에 보이는 상처보다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

더 무섭다고 말한다.

무대 위로 풀어 놓은 이야기들이 조각난 퍼즐 찾기처럼

재미난 볼거리와 지적 유희로 가득 찬 작품이다.

 

 

 

최근 이사를 하기 위해 많은 중개인을 만나던 중 받은 작가 김성진은 자신의 경험이 녹아든 작품을 써내어, 좋은 희곡 읽기모임의 배우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었다. 김성진 는 빈방이라는 작품을 통해 힘내라는 위로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당신이 그런 만큼 우리도 그러하니 견뎌내자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넨다.. '빈방에서 관객은 세심한 관찰자로 때론 엄정한 심판자로 외로움과 그리움에 몸서리치는 서민의 모습을 본다. 이 작품의 탁월함은 낱낱이 드러나는 서민의 삶의 상처에 있지 않다. “떠난 것은 모두 정겨운 것이고, 잃어버린 것은 모두 그리운 것"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리움'은 그리움의 상대를 내세워, '외로움'은 이웃의 연대를 통해 치유책을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각박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누구나 지닌 아련한 상처를 치유하고, 포근한 옛 추억에 젖어 들게 하여 한 번쯤 자기 삶을 돌아보게 한다.

 

<빈방> 작가의 글 - 김성진

현대인은 누구나 외롭지만 그 외로움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놓고 살아간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의 결핍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만 외로움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숨겨져 있을 뿐 우리는 모두 외롭다. 본 작품을 통해 힘내라는 위로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네가 그런 만큼 우리도 그러하니 견뎌내자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김성진 (1991년 출생)

2020 대전창작희곡공모 우수상 <탄내> 2021 대한민국연극제 명품단막희곡 공모 수상 <마리모에는 소금을 뿌려주세요> 2022 8 k페스트 작품상 대상, 6회 아시아어어즈 작품상 대상, 13 LA 웹페스티벌 작품상 대상 <짠내아이돌> 2023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부문 초청 <짠내아이돌> 작품집 『소년공작원』, 『가족사진』, 『동시대단막극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