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엄인희 외 공동작 '김선생님, 지금 뭐하세요?'

clint 2024. 2. 10. 10:58

 

 

1995년 이 땅의 교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김선생님, 지금 뭐하세요?"는 이 질문을 던지면서

각각의 교사 유형을 탐색하고 교육을 이야기한다.

하루 일을 얘기하면서 마음이 아파 눈물을 글썽거리는 되는

교사들로서 다른 교사들은 이 아이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를 묻지 않을 수 없었기에...

학생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교육하려 하나 열악한

교육 현실 때문에 벼랑 끝에 내몰려지게 되는

중년 여교사의 삶, 김영희.

이러한 제도적 현실에서 교사가 할 일은 없다면 전직을

결심하는 신세대 교사의 삶, 최기석.

10년 넘게 교사를 하면서 더 초라해 지는 자신에게

과연 무엇이 남았는지를 자문하며 회초리를 높이

치켜드는 중년 남교사의 삶, 방학기.

"김선생님, 지금 뭐하세요?"는 교사 모두에게 묻는다.

이 땅의 현실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그러나 이 물음은 단순한 질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교실에서, 가정에서, 교무실에서 내몰려진 김영희가

결국은 아이들을 포옹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을 통해,

PD가 되어서도 교직에 대한 묘한 느낌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학교에 발걸음을 하게 되는 최기석의 어색함을 통해,

회초리를 들고 아이들을 몰아치던 방학기가 만취하여

자신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처연함을 통해

우리는 제도적 억압과 그 억압 속에서

몸부림치는 인간군상들을 보게 된다.

 

 

 

미련 속에서 떠나는 자, 회환화 함께 초라하게 남겨진 자,

애정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자,

이들 모두 결국은 이 땅의 교육현실의 한 반영이자

현실의 벽을 깨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은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내몰리도록 현실의 벽에 치여 살아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이 현실의 벽에도 희망의 꽃이 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꽃은 아이들에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의 어떤 모습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어차피 대학에도 못 갈 걸 뭐하러 학교에 다니냐며

뛰쳐나간 규명이에게도, 아이들이나 때리고 차별이나

할 것 같으면 왜 선생님이 됐느냐고 울부짖는 혜원이에게도,

실업계는 무슨 꿈을 꿀 수 있느냐며 시무룩해 하는 정아에게도,

자기 공부하게 조용히 해달라고 도도하게 구는 반장에게도,

대통령하고 청와대 수위하고 같냐며 푼수를 떠는 정원이에게서도,

무너지지 않는 다리를 만들겠다는 당찬 향미에게서도 우리는 모두 희망을 본다.

 우리를 잡아주고 벽을 깨고 나가게 하는 건

퍼낼수록 샘솟는 애정과 그 메아리임을 알기에...

 

 

 

공동 작가의 글 - 엄인희

우리는 더운 여름에 만났다. 그들은 은근히 대본 작업을 함께 하자고 꼬였다. 평소에 교육 문제에 대한 연극을 해보고 싶었던 터라 해보자고 덤볐다. 나중에 대극장 공연을 하게 될 때 이번 연극은 꼭 좋은 텃밭이 되어 주리라. 대본은 몇 달에 걸쳐 나왔다. 일주일에 한번 만난 탓도 있고 선생님들이 툇짜를 많이 논 탓도 있다. 우리는 여러 날에 걸쳐 다양한 교육 문제에 대해 실험 장면을 써봤다. 그러면서 주제를 좁혀갔다. 할 말은 많고 공연 시간은 짧지 않은가! 끝까지 2개의 생각이 서로 앞다투다가 아무래도 이번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뤄 보자는데 합의했다. '선생은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 가르치는 재미로 사나, 월급 받는 재미로 사나,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나는 것을 보는 재미로........ 재미는 무슨 재미, 아이를 어른 만드는 사명 하나 받들고 산다! 이렇게 소리치는 선생은 없었고......... 많이 엉겼다. 세상은 이 심성 고운 선생들이 기를 활짝 펴고 아이들하고 떠들면서 성장하게 놔두지 않는다. 무엇이?

이 연극은 선생이란 직업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꼬리를 무는 대답이다. 속시원한 해결은 현장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기로 하고, 연극은 소박한 의문 하나 풀면 다행이다. 이번 경험을 허락해서 한없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신 '징검다리'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