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78년 초여름 오후 어느 날,
초등학교 건물 입구,
아이들이 하교를 한다.
그런데 비가 온다.
우산을 가져온 아이가 거의 없다.
한 남자아이가 용감하게 튀어나가 그 비를 맞는다.
머리를 적시고 가르마를 타고 익상을 부리자
친구들은 그 모양이 우스워 웃는다.
그렇게들 비를 맞으며 집에 가는데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우산을 들고 나타난다.
오빠에게 우산을 가져다주기 위해서다. 엄마 심부름이었다.
그런데 오빠의 친구라는 낯선 남자아이가
'내 집이 요 앞이니 우산을 빌려 달라'고 한다.
금방 가져다주겠다며…….
여자아이는 착하게 우산을 빌려준다.
그때 오빠가 뒤늦게 나온다. 오빠에게 그 사실을 전한다.
오빠는 네가 속았다며 나타날 리 없다고 한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오빠는 화가 나서 동생이 쓰고 온
헌 비닐우산을 쓰고 집에 혼자 가버린다.
혼자 남게 된 여자아이는 학교가 텅 빌 때까지
그 낯선 남자아이를 기다리는데…….
하루 하루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느릿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창문 너머 들려오는 빗소리처럼 잔잔하게 마음으로 스며든다.
동심 가득한 그 시절 ‘기다림’을 이야기하던 단막극 <엄브렐러>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불러오는 것 뿐 아니라
세상에 찌들어 있던 마음까지 맑게 만들어 준다.
선욱현 작가의 말
"극작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기존의 극구조의 탈피’입니다. 갈등과 충돌 그리고 클라이맥스와 같은.
이 이야기는 풍경이고 차라리 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고 그 멈춘 자리에 관객이 자신의 생각을 입히기를 바랬습니다. 극이 관객의 기억과 (의식의)참여로 함께 진행되길 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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