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송영 '뮤지컬 땅콩껍질 속의 연가'

clint 2024. 2. 13. 10:00

 

 

김일도는 삼십이 넘은 노총각이다.

어느 날 셋방을 구하러 가다가 갈 곳이 없는 주리를 만나

살림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신혼부부 행세를 한다.

둘은 13살 차이다.

한편 집주인 양박사 부부는 미국유학 시절에 결혼하였는데

갈등이 잦다. 평소 양박사는 도일 부부를 부러워하며

서로 부인까지 바꾸어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나 도일은 이에 응하지 않고

주리에게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미 주리에게는 약혼자가 있었다.

주리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말과 함께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린다.

 

 

 

 

결혼 제도의 안과 밖을 동시에 응시하며, 우리 시대 사랑의 정체성을 심문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의 '땅콩'은 결혼과 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힌 닫힌 공간으로서의 의미로도 인식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김도일과 주리, 양명수와 오정선이라는 두 커플을 통하여 사랑과 결혼이 뒤엉킨 우리 시대의 풍속도를 그려낸다. 계약 동거 생활을 하는 김도일과 주리의 관계에서는 결혼이나 부부제도의 엄숙성과 절대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부부관계를 하지 않는 양명수와 오정선의 관계를 통해서 전통과 상식에서의 이탈이 요구하는 책임에 관련된 논의를 제기한다. 이 두 커플의 관계가 교차되면서 펼쳐지는 실험적 연애론을 통해 철저하게 단절되어 있는 현대인의 자아와 사랑에 대한 작가의 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작자 : 송영

1940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를 졸업했다. 1963년 입대한 예비 장교 과정에서 이탈해 7년여의 부랑생활을 경험했다. 1967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단편 『투계』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4년 첫 창작집 『선생과 황태자』를 출간하고 이후 직업 없이 신문, 잡지 등에 작품을 기고해 왔으며 1987년에는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단편집으로 『선생과 황태자』, 『지붕 위의 사진사』, 『비탈길 저 끝방』, 『발로자를 위하여』, 『새벽의 만찬』등을 출간했고 장편으로 『또 하나의 도시』, 『금지된 시간』을 출간했다. 이밖에 동화집 『순돌이 이야기』와 성장소설 『병수』등을 펴냈다. 20 대 이후 서양 고전음악에 심취하여 다수의 음악칼럼을 집필해왔으며 『송영의 음악여행』, 『바흐를 좋아하세요?』등의 음악 관련 책을 펴냈다1990년 중국 소설 전문지 『소설 문예』에 『중앙선기차』와 『북소리』등이 소개되었고, 2004년에서 2006년까지 중편 『부랑일기』를 비롯하여 『계단에서』, 『친구』, 『계절』등의 작품이 『US PEN JOURNAL, 『리터러리 리뷰』, 『첼시』등의 미국문학 계간지에 소개되었다2016 10 76세나이로 식도암으로 별세했다.

 

 

 

 

'뮤지컬 땅콩 껍질속의 연가'는 원작 소설을 작곡가인 최창권씨가 극본까지 쓰고 1979년 6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뮤지컬 코미디라는 타이틀에 맞게 재미있게 꾸미면서도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았고, 특히 당시 붐이 일던 록 밴드와 록뮤직을 어울려 작품과 음악에서 호평을 받았다.

반면 영화도 1979년 개봉되었는데(이원세 감독. 신성일, 임예진 주연)  작품보다는 선정적인 접근으로 (당시 19금 불가) 혹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