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현규 '혜영에게'

clint 2024. 2. 14. 06:13

 

 

전쟁의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은 1958,

우체부로 첫 출근을 나선 '정우' 앞에

'혜영'이란 소녀가 나타난다.

수년 전 떠난 애인의 편지를 매일 기다리는 혜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 같은 그 기다림이

안타깝기도 부담스럽기도 했던 정우는

혜영에게 가짜 편지를 쓴다. '곧 당신을 찾아 가겠소.'

기약 없던 기다림에 희망이 생기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정우는 혜영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혜영은 희망이 거짓이었다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처음 시작은 우체부가 관객들에게 소나무. 바위, 모닥불, 개똥지빠귀 등의 우편물을 전달한다. 이 우편물은 극이 진행되는 동안에 극의 소품으로 활용된다. 일종의 관객 참여형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가짜 편지를 쓰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은 관객에게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가짜 편지를 주고받고 둘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혜영이 기다리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혜영의 처지가 어떠한 지 등이 드러난다. 혜영은 6.25때 포탄으로 가족을 잃었다. 부모와 동생. 그 과정에서 혜영을 구해준 사람이 혜영이 기다리고 있는 군인이다. 그는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 그렇지만 몇 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혜영은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우체부가 혜영에게 가짜 편지를 써서 보내주게 되고, 혜영은 그에게서 글을 배우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체부 정우는 혜영이에게 진실을 말하게 되고, 혜영은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부질없음을 깨닫고 자살을 하게 된다.

 

 

김현규

극단 '헛짓(HutGit)'의 대표이자 연출가와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춘분>, <혜영에게>, <반향>등이 있으며 특히 <혜영에게>는 섬세한 표현력과 독특하고 은유적인 대사로 호평 받으며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 네트워킹 페스티벌에서 대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상상보다 경험을 좋아하며 사회의 여러 군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즐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