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65

김애란 '노크하지 않는 집'

주인공은 한 층에 5개의 방이 있는 집에 세를 들게 된다.  그녀는 ‘1번방 여자’가 된다. 얼마가지 않아 그녀는 이곳에 사는 여자들은  서로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그녀는 같이 사는 여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다. 이름을 모르기에 주인공은 소설 내내  이들을 몇 번 방의 여자라고 부른다. 시간이 지나며 그녀는 점차 같이 사는  여자들을 알아간다. 하지만 그녀가 다른 여자들의 습관이나 물건들을 통해  추측한 것이기에, 알아간다는 것보다는 추정해간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이다. 주인공의 추정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그녀의 추정은 여자들에 대한  나름의 선입견으로 굳어지게 된다. 각 방의 여자들은 주인공에 의해 점점  구체화된 모습을 띠게 된다..

좋아하는 소설 2024.09.30

유진규 마임극 '동물원 구경가자

남자 1인이 등장하는 작품은 극장에서의 시간과 공간의 현장성에 촛점을 두고  쓴 것이란다! 이 작품은 무대장치·효과, 조명, 의상, 분장, 음악 등의 극의 효과를 조명으로 무대와 관객석을 구분하기도 하고, 구분을 없애기도 한다. 구성은1. 동물 이름 알아 맞추기 놀이 2. 동물원 3. 나와서 함께 걷자. 3장으로 이루어진 대사가 없이 팬터마임으로 관객에게 행위로 그 동작의 내용을 구현하며 의미를 전달한다. 한상철 교수의 관극평 ...... 내가 柳의 쇼를 본 것은 한국인에 의한 무언극을 처음으로 접한 것이었고 그때 처음으로 나는 나 나름대로 무언극은 무엇이고 그것의 가능성과 한계를 생각해보게 되었었다. 그것은 70년대초 을지로 입구의 에저또 소극장에서였다. 유감스럽게도 무언극을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한국희곡 2024.09.30

위화 원작 소설 배삼식 각색 '허삼관 매혈기'

가난한 노동자 허삼관은 피를 파는 것이 건강의 징표가 되는데다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피를 판다. 피를 팔아 번 돈으로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던 허옥란과 결혼을 하고 세아들-일락,이락,삼락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큰아들 일락이가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 하소용의 자식임이 밝혀진다. 분노한 허삼관은 일락이를 친아버지 하소용에게 보낸다. 하지만 하소용은 일락을 내쫓고 허삼관은 일락을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인다. 삶의 고비가 닥칠 때마다 허삼관은 피를 팔아 돈을 마련하며 아들들을 키운다.문화대혁명이 일어나고 허삼관의 집에도 고비가 닥치지만 특유의 낙천성으로 극복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일락이 병을 얻어 입원을 하게 된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또 다시 피를 판 허삼관은 그만 쓰러지고 만다. 다행..

외국희곡 2024.09.30

손기호 '누굽니까'

공연 시작 30분 전, 관객들이 입장한다.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중에 새롭게 받은 신작 대본에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여배우와 함께 온 연출가가 있다.  학교에서 연출가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과제로 봐야 한다며  이 공연을 보러 툴툴거리며 온다. 곧 공연이 시작되기 전, 갑자기 공연장 로비 화장실에서  휴대폰 분실사건이 일어난다. 휴대폰은 없어졌지만 가져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휴대폰 분실 사건으로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모른다. 극중극처럼 수많은 가면을 만들어 쓰던 마임이스트의 공연이 이어진다.  여러 가면을 쓰던 마임이스트는 가면을 쓴 얼굴이 자신의 얼굴인지  가면 안에 갇힌 얼굴이 자신의 얼굴인지 알 수 없다.   '나는 누굽니까?'라는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주제로..

한국희곡 2024.09.29

조정화 '화가들'

창고같은 화실. 숙식을 겸하는 듯한 장소이다 가난한 화가 2명.  이들은 어느 숙녀의 초상화 의뢰를 받고 그녀를 관찰했다. 그리고 각자가 보고 느낀 숙녀의 모습을 얘기한다. 55분.... 29초를 관찰한 화가2는 성모마리아를 생각했다. 화가1은 창녀로 봤단다. 관점이 틀린 것이다. 술을 마시는 화가1, 커피를 마시는 화가2. 화가2에게 담배를 사다달라 부탁하는 화가1. 사러가는 화가2. 그사이 화가1은 화가2가 애지중지하는  수달 붓을 불로 태워버린다. 그리곤 돌아온 화가2에게 빚쟁이들이 너를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괴로워하는 화가2. 술이 취한 화가1. 다시 조명이 들어오면 술병이 깨져있고 화실은 엉망이다. 화가1의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2 옆에서 주절주절거리는 화가1 화가1의 얘기..

한국희곡 2024.09.29

최원종 '외계인의 열정'

선천적인 비만 유전자로 인해 거대한 살덩어리로 밖에 살아갈 수 없는 25살의 여자, 지옥. 그녀는, 점차 시력이 감퇴되어 앞을 볼 수도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만다.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밖으로 나가보지 않았던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꿈꾸는데... 수많은 옷가방이 가구처럼 널브러져있고, 여러 군상처럼 바비인형들이 제각기 모습으로 늘어져있다. 막이 열리면 보기만 해도 토악질이 날 듯한 거대한 살덩어리의 여자가 귀엽게 손가락을 이용하여 눈 운동을 하고 있다. 그녀이름 ‘지옥’. 어떤 이유인 지 눈은 어슴프레 보일 뿐, 그녀 뒤로 환상처럼 바비 인형을 닮은 날씬하고 예쁜 여자 ‘연옥’이 등장하여, 그의 말과 상반되는 말들만 지껄인다. 게다가..

한국희곡 2024.09.28

셰익스피어 양정웅 재창작 '한 여름밤의 꿈'

해질녘, 마을어귀 고목 주위로 도깨비(돗가비)불이 돌아다니며  춤과악을 좋아하는돗가비들의 흥겨운군무와노래가 시작된다.  몰래 만나 서로 사랑을 키워 온 항과 벽, 그러나 벽은 아버지가 정해준  정혼자(루)에게 억지 시집가야 하고, 마침내 둘은 야반도주하기로 결심한다. 벽이의 정혼자 루 도령을 짝사랑하는 익(翼)이를 우연히 만난 벽이는  그 사실을 말하게 되고, 익이는 벽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단념시키려고  루에게 그들의 도망사실을 알리게 된다.  그러나 일은 꼬이고 꼬여만 가고 루가, 벽이를 찾아나서는데...  한편 바람둥이 도깨비 가비는 늘 처자들 뒤꽁무니만 쫓아다닌다.  이에 화가 난 도깨비의 우두머리이자 가비의 아내 돗은 가비를 혼내주고 그 버릇을 고치려한다. 그녀의 아우인 실수투성이 빗자루 도깨비 ..

외국희곡 2024.09.28

설유진 '이런 밤, 들 가운데서'

서울동물원의 자랑인 앵무새 ‘사랑’이와 뻐꾸기 ‘자유’가 사라진지 9년.  시인의 친구는 계간지 [자유와 사랑]의 자유기고 코너 ‘21세기의 시’에서  오자를 발견한다. '랑사이' 인지 '사랑이'의 오타인지... 친구들이 누군가를 기억한다.  새를 찾으며, 술을 마시며 그 누군가가 바라본 세상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사랑 이야기가 있다. 이후 뉴스, 일기예보, 친구들 간의 대화, 누군가의 생생한 증언이  번갈아 가며 제시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서울동물원을 탈출한  뻐꾸기 '자유'와 앵무새 '사랑'이의 소식이다.  둘은 종을 뛰어넘는 우정과 사랑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9년 뒤 앵무새 사랑이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방송된다. 또 방송 뉴스에서는 익숙한 날짜가 등장한다...

한국희곡 2024.09.27

최준호 '천상천하'

막이 열리면 정도전이 이방원의 칼에 최후를 기다리고 있다.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이자 개혁가 삼봉 정도전은 개국 초기 2인자였다. 국호를 조선이라 바꾸고 한양으로 천도하며 귀족만 대물림해 출세하는 나라가 아닌 똑똑한 선비를 시험으로 뽑아 등용하여 새로운 개혁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방원이 있었다. 그는 정도전을 인정하면서도 적(敵)인 것을. 그래서 방원이 주도한 왕자의 난 때 제일 먼저 삼봉을 포박한 것이다. 둘째 아들 정종에게 왕권을 물려주고 함흥으로 간 태상왕 이성계. 곧이어 왕권을 잡은 이방원 태종, 수차례 부왕을 부르러 사람을 보내나  꼼짝도 않는다. 결국 무학대사가 찾아온다. 그리고 삼봉과 무학, 태조의 예전 일들이 지나간다.  정몽주와 정도전의 일화도 나온다. 친구이자 정도전의 선배격인 정몽주는 ..

한국희곡 2024.09.27

이오네스코 작 양정웅 각색 '의자들'

어떤 섬에 노부부가 탑 꼭대기에 살고 있다.  그들의 인생은 실패로 점철됐으며 보잘것 없다.  두 사람은 매일 밤 삶의 권태를 달래기 위해 망상속으로 도피한다.  일상에서 벗어난 과대망상속에서 부부는 씁쓸한 인생을 서로 위로한다.  이윽고 그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손님들이 차례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들은 손님을 맞이하면서 현재의 불안과 욕망, 과거에 대한 그리움,  이루지 못한 사랑 등을 떠올리며 만족스럽지 못한 현재를 드러낸다.  점점 더 많은 손님들이 오고 어느 순간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게 된다.  이제 두 사람은 서 있을 자리조차 없다.  마침내 황제가 등장하고 둘의 감격은 절정에 달한다.  남자는 자신의 성명서를 초대한 손님들과 전 인류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용한 직업 대변인이 올 것이라며 ..

외국희곡 202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