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과 송연은 4년차 부부이다. 둘 다 연극배우이지만, 지금은 정안만 배우고, 송연은 연기 학원 선생이다. 돈은 주로 송연이 번다. 둘은 어제 서울 외곽 임대아파트로 이사왔다. 물건이 너저분하고, 앞에서는 시끄러운 기차소리가 들린다. 정안은 아침에 연극연습을 하고 있다. 텍스트도 모호하고, 연출의 특별한 지시도 없는, 아마 돈도 별로 안될 실험적인 극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도 1인극. 맹인 역이다.극의 내용인 즉슨, 예전에 자신의 동생을 죽인 한 남자가 지금은 눈이 멀었고, 엄마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상자가 되어있다. 남자가 상자에 대고 독백을 하는 1인극이다. 상자이자 어머니와의 대화도 있는데 녹음된 소리가 들릴 거란다, 그때 상자에서는 붉은 빛이 나온다고 지시되어있다. 정안과 송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