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65

위기훈 '진저브레드맨'

아직도 어릴적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주인공. 자신을 학대했던 경찰 아버지의 기억과 현재 아동학대를 격고 있는 아이와 유대감이 동기가 되어 아이의 부모를 완전 범죄로 살해하려는 과정이 무대 위 자전거 액션과 함께 펼쳐진다. 꾸준히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 이를 연쇄 살인으로 예측하는 형사는 아동 실종사건 혐의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제'를 조사한다. '이제'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형사와 논쟁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이제'의 내면에 고착된 상처의 전모가 드러난다. 밝혀지지 않은 연쇄 사건의 배경과 그 뒤에 인간 사회의 비틀린 실상이 날카롭게 숨어있다. 여주인공을 찾아오는 환청과 환시가 연극적으로 펼쳐지며 여주인공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 조밀하다, 그녀가 펼치는 극 중 정황과 국면이 유기적으로 ..

한국희곡 2024.02.07

미야자와 겐지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만화 '은하철도 999'

일본 최초의 SF작가라고 할 수 있는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이 만화의 원작이라고 한다. 내용상으로는 만화와 동화가 상당히 다르지만, 원작에 나오는 "우주를 횡단하는 증기기관차"라는 낭만적인 소재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화가 탄생했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SF 만화. 은하철도 999는 작중 등장하는 열차의 명칭이기도 하다. 기계인간이 되려는 호시노 테츠로(철이)와 신비로운 여인 메텔이 기계 몸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안드로메다의 어느 별로 가기 위해 우주공간을 달리는 열차인 은하특급 999호를 타고 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연재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꼽히는 걸작 애니메이션으로 회자되고 있다. 각 회차마다 999호가 방문한 행성의 극단적 특수성을 부각해 삶의..

외국희곡 2024.02.06

김나영 '우찌니 카에루(집에 갈래)'

공항 대기실에서 어머니가 아들 부부와 함께 하와이로 가려고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린다. 어머니는 호남 방언을 쓰고, 며느리는 일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일본인 며느리라는 설정이다. 아들의 새 일자리가 하와이에 있는지, 아들 부부가 떠나려는데, 모친이 커다란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에서 필시 함께 떠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나 다를까 모친은 집과 고향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몹시 언짢은 표정이고, 말끝마다 아들에게 투정을 부린다. 아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대화가 시작되는데, 어머니는 일본말을 못하고, 며느리 역시 한국말에 서투르니, 현재 전 국민의 유행어처럼 된 의사소통이니, 불통이니 하는 단어가,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 것으로 느껴진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음료수를 사..

한국희곡 2024.02.06

마렉 플라스코 '제8요일'

사랑하는 두 연인이 있다. 피에트레크와 아그네시카는 공원이나 극장 같은 타인의 눈길에 노출되는 장소에서만 만나다, 아무도 없는 둘만의 공간에서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한다. "아그네시카, 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두 몸을 가려 줄 장소가 왜 이리도 없을까? 단 둘이 일주일 만이라도, 하루만이라도, 단 하루 밤 만이라도 함께 지낼 수 만 있다면." 그는 수줍어하는 아그네시카를 어렵사리 설득해 하루 밤을 같이 보낼 생각으로 로만이라는 친구의 방을 토요일 저녁 동안만 빌리기로 한다. 토요일 저녁 6시가 되기를 며칠 동안 기다린 후, 가족들의 눈과 비밀경찰들의 눈들을 따돌리며 두 연인은 로만의 방으로 향하지만 로만은 약속을 어기고 짙은 화장을 한 여자와 자기의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피에트레크는 절규한다..

외국희곡 2024.02.06

양수근 '테러리스트'

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떠나는 중년 부부의 이야기를 대한민국 시대상에 빗대어 풍자한 코미디다. 결혼 22주년을 맞은 부부가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미국 라스베가스로 떠나려하지만 남편이 비자신청에서 미국측에서 과거 운동권 전력에 구속 등으로 테러리스트 입국 거부지침에 따라 비자거부가 떨어졌단다. 공항에서 여행사 직원, 남편, 아내는 황당하다가 난리가 난다. 이 사태는 어떻게 될까…? 한바탕 왁자지껄 펼쳐지는 출국기, 유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소동은 잔잔한 미소를 선사한다. 양수근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극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13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 공모 대상, 2018년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 희곡상, 2019년 대한민국 극작가상 등을 받았다. 연극과 뮤지컬 대본을 창작하고..

한국희곡 2024.02.05

햄릿 재창작 배삼식 '거트루드'

셰익스피어의 .이 수많이 재생산되어왔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는 이 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거트루드는 바로 햄릿의 어머니이다. 그동안 '햄릿의 어머니'로 명칭 되던 그녀는 극작가 배삼식에 의해 자신의 이름을 찾는다. 햄릿과 레어티즈의 검투에서 어떤 의지 없이 독배를 마시고 만 그녀는, 이제 살고 싶다는 욕망을 발화하는 주체로 태어난다. 이를 위해, 장소는 엘시노어라는 극장식 주점으로 치환되며, 클로디어스는 엘시노어의 현 사장으로, 거트루드는 엘시노어의 여주인으로, 폴로니어스는 엘시노어 밤무대 사회자로, 오필리어는 엘시노어 밤무대 가수로 재배치된다. 그리고 무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검투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니, 검투가 시작이며 끝이다. '게임'으로 명칭 되는 이 검투는 비극으로 달려가고자 하는 ..

외국희곡 2024.02.05

오태석 '나래섬'

서해안, 자그만 포구를 끼고 농부 어부, 실향민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마을. 이웃에 간척 대공사가 벌어져 마을 터주산, 황금산이 채석장으로 바뀐다. 이 채석장에서 발파사고가 일어나 하교길 아이의 죽음으로 이 마을 주동이 되는 문중 형제 간에 황금산 소유권분쟁이 일어난다. 마을을 정신적으로 주관하는 제주는 황금산을 건드려서 자초한 화인 만큼 황금산 보존을 주장한다. 간척회사 토목기사 임재일은 발파사고에 책임을 느끼고, 마을 분쟁을 풀어보려고 회사에 사표를 낸다. 두 집안 분쟁의 요인은 가까운 일로 산소 이장문제, 쌓다만 방파제문제로 밝혀진다. 임재일은 두 집안의 젊은이들을 충동, 포구 초입에 떠있는 나래섬 마을의 당집에서 죽은 아이의 제를 지낼 때 문제의 산소를 이장, 함께 제를 지내도록 만들어, 분쟁..

한국희곡 2024.02.04

장일홍 '제노비아'

막이 오르면 하계(下界)의 심판장. 염라대왕이 제노비아를 심문한다. 간음하고 타락한 여인에게 그 죄를 묻는다. 제노비아는 당당히 맞선다. 인간 답게 살고 남자를 사랑한 것도 죄냐고 묻는다. 염라대왕은 저승사자를 불러 제노비아가 실토하게 채찍으로 고통을 주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고통을 즐기는 제노비아… 처벌의 강도가 높아져도 버티는 제노비아. 결국 염라대왕은 판결을 유예하고 대법관회의를 소집한다. 그사이 저승사자는 제노비아의 과거를 파헤치려 하고 그녀에게 세세히 묻는다. 저승사자가 상대남자 역으로 과거를 재연한다. 특이한 죄는 없는 듯한데… 그녀는 낙태 수술을 5번 한 것이 드러나고… 염라대왕에 보고 된다. 결국 지옥에서도 제노비아를 어찌할 수 없게 되자 개로 환생하는 심판을 내린다. 작가의 말 - 장일..

한국희곡 2024.02.04

지그프리트 렌츠 '대통령의 얼굴'

"대통령의 얼굴" (원제 Das Gesicht: 얼굴)은 일종의 도덕적 정치적 우화이다. 사람은 일정한 나이부터는 자기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인간의 본질은 인간이 수많은 얼굴들을 가질 수 있고, 마스크이며, 위장 및 기만의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극 단상황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는 “진짜 얼굴”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이 희곡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암살을 두려워한다. 그는 일정기간 동안 암살에서 벗어나야만 되는 것이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그는 얼굴이 똑같은 대역 필요로 하였고 대통령과 모습이 너무나 닮은 이발사 부르노 도이츠를 찾아 내었다. 도이츠는 독재자의 신하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대통령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도이츠는 군대 사열퍼레이드에 데뷔를 한다. 처음에 암살에..

외국희곡 2024.02.03

발터 하젠클레버 '멋쟁이 신사'

간단히 작품의 줄거리를 쫓아가 본다. 콤파스 회장은 대기업을 운영하며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성공적인 경제인이다. 회장은 결혼하지 않고 빈둥대며 살아가는 딸 리아의 생활을 사치라 생각하고 딸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리아는 결혼하고자 신문에 남자를 찾는 광고를 낸다. 결혼을 빙자해서, 소위 사랑을 미끼로 돈을 버는 결혼 사기꾼 뫼비우스가 이에 달려든다. 한두 번 만난 뫼비우스는 리아와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되고 리아와 결혼하기 위해 ‘사랑회사’를 정리한다. 결혼 사기꾼에 걸려든 사실을 알게 된 회장은 돈으로 해결하려고 뫼비우스를 만난다. 이 담판에서 회장은 오히려 뫼비우스에게 친근감과 신뢰를 느끼게 된다. 그간 뫼비우스와 사귀었던 수많은 여인들은 사기죄로 ‘연인’을 경찰에 고소하는 대신 눈물의 이별..

외국희곡 2024.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