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나영 '우찌니 카에루(집에 갈래)'

clint 2024. 2. 6. 11:06

 

 

공항 대기실에서 어머니가 아들 부부와 함께

하와이로 가려고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린다.

어머니는 호남 방언을 쓰고, 며느리는 일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일본인 며느리라는 설정이다.

아들의 새 일자리가 하와이에 있는지, 아들 부부가 떠나려는데,

모친이 커다란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에서

필시 함께 떠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나 다를까 모친은 집과 고향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몹시 언짢은 표정이고,

말끝마다 아들에게 투정을 부린다.

아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대화가 시작되는데,

어머니는 일본말을 못하고, 며느리 역시 한국말에 서투르니,

현재 전 국민의 유행어처럼 된 의사소통이니, 불통이니 하는 단어가,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 것으로 느껴진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음료수를 사다 드리려고,

따뜻한 커피와 냉커피 중 어떤 걸 마시겠느냐고 묻지만,

며느리의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시어머니가 그냥 횡설수설하는 소리를

잘못 알아듣고, 며느리는 커피와 시원한 음료수를 사 온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음료수에 손도 대지 않는다.

아들이 돌아와 어머니의 언짢아하는 기색을 눈치 채고,

어머니의 마음을풀어드리려 들지만, 어머니 귀에는 아들의 소리가

당나귀 귀에 코란 읊기다. 아들내외도 차츰 티격태격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결별의 위기까지 보이는 듯싶지만,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말 한마디가

가족의 앞길을 결정짓는 소리가 되고,

며느리도 <우찌니 카에루>하고 외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우찌니 카에루(집에 갈래)>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전라도 시어머니와 일본인 며느리의 진땀나는 대화를 그린 블랙코미디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소통이 불가능한 관계를 역설하는 작품이다.

 

 

 

김나영

1998 <대역배우>가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2002 <! 발칙한 앨리스>로 사단법인 한국극작가협 회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09년에는 <>으로 제1회 대전창작희곡공모 우수상을 받았다. 오랜 침묵의 시기를 지나 아르코 창작산실 대본공모에 <당신은 아들을 모른다> (2020) <달팽이 여자>(2022)가 연이어 선정되는 기쁨을 맛보았으며 2023년에는 첫 희곡집 『당신은 아들을 모른다』를 출간하였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민구 '휴대폰이 죽지 않아'  (2) 2024.02.07
위기훈 '진저브레드맨'  (2) 2024.02.07
양수근 '테러리스트'  (1) 2024.02.05
오태석 '나래섬'  (1) 2024.02.04
장일홍 '제노비아'  (1) 202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