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동인 작,이광래 극본 '대수양'

clint 2015. 11. 12. 15:07

 

 

 

 

'대수양'은 1958년 각색을 국립극장에서 의뢰받아 각색했으나 1959년 공연 당시는 김동인 원작 이광래 각색으로 발표되었고 김동인의 의도와는 전연 다른 각도로 쓰여 졌기 때문에 '각색' 이란 표기보다는 각본의 우수성을 생각해 '극본'이라 지칭하였다. 수양의 아우 안평대군을 에워싼 김종서의 세력이 수양을 거부하고 제거하려 한다. 수양이 그 사실을 알고 그 세력을 모두 제거한다. 나이 어린 단종은 이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삼촌인 수양대군에게 정권을 넘겨주게 된다.

 

 

 

 

세종은 맏아들 동궁(훗날의 문종)보다 둘째 진평(훗날의 수양 대군이며 세조)이 출중한 것을 항상 안타까워한다. 수양은 형이 동궁일 때나 왕이 되었을 때나 왕과 나라를 생각하니 충심에 변함이 없으나, 동궁(문종)은 수양을 의심하고 질시한다. 병약한 문종이 오래지 않아 세상을 뜨고 어린 조카가 왕위에 오르자, 수양은 또한 그를 충실히 보필한다. 그러다 황보인 . 김종서 등이 자신을 몰아내고 동생 안평을 왕에 옹립할 계획을 세운 것을 발견, 이들을 척살한다. 수양의 주변에는 신숙주 등의 젊은 집현전 학사들과 정인지 . 권남 등의 모사들이 모여든다. 집현전 학사들은 수양과 마찬가지로 충심밖에 없지만, 정인지 . 권남 등은 권력을 탐내 음모를 꾸민다. 그렇지 않아도 왕위에 염증을 내는 단종을 부추겨 왕위를 수양에게 양도하게끔 한 것이다. 수양이 사양을 거듭하였으나 단종은 갑작스레 양위를 단행한다. 수양은 눈물을 쏟으면서도, 훌륭한 왕으로서 좋은 정치를 펴고 민족의 기상을 떨치리라 다짐한다.

 

 

 

<작품해설>
1941년 3월부터 12월까지 '조광'에 연재되었던<대수양>은, 같은 소재를 취한 이광수의<단종애사>(1928-1929)와 대조를 이루면서 김동인의 작가적 개성을 드러내 주는 작품이다. 이광수가 단종의 때 이른 양위와 사육신의 죽음 그리고 세조의 집권을, 단종 : 선, 세조 : 악 이라는 이분법으로 조명했다면, 김동인은 수양대군을 영웅으로까지 형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는, 단종의 비극적 운명과 사육신의 충정만을 볼 줄 아는 통설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광수가 통설을 충실히 따르며 역사를 재구성 했다면, 김동인은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 역사 재해석하고자 한다. 활달한 기상에 남을 누르는 위엄을 지녔으며, 요동 경영까지 생각할 정도의 웅대함을 지닌 수양대군의 형상화는 그래서 이루어진 것이다.
사실 문종 - 단종 - 세조로 이어지는 시기의 역사는, 이광수의 시각보다 김동인의 시각이 설득력 있는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종을 '비극의 소년 왕'으로, 사육신을 '만고의 충신'으로, 세조를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악한'으로 묘사하는 소박한 민담적 상상력 노력과는 거리 먼 것이다.
단종이나 세조는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실제의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었으며, 이때의 정치세력이란 선/악이라는 윤리로 판단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이들은 나름의 이념과 정책, 이해관계를 가진, 나름의 정당성 역시 지니고 있는 집단이었다. 김동인은 이 사실에, 그리고 세조의 업적에 관심을 돌리고, 그 위에 독특한 영웅주의를 얹어 놓았다.

 

 

 

<<운현궁의 봄>>- 여기서는 대원군을 영웅시한다- 에서도 나타나는 영웅주의는, 김동인의 작품세계를 조율하는 원리의 하나이다. 그는 등단작<약한 자의 슬픔>에서부터 약한 자의 무능함과 천치스러움을 권력의 힘에 대비시켰으며, 작가와 작품의 관계를 논하는 자리에서도 '인형을 조종하듯이' 작중인물들을 전능한 힘으로 조종할 수 있는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였다. 탐미주의적인 작품<광염 소나타>,<광화사>에서 묘사되고 있는 것도 '뛰어난 개인'이다. '대수양' 역시 영웅에 대한 열망과 영웅을 완전히 미화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여준다.
김동인에 의해 영웅으로 선택된 수양 대군은 어떤 결점도 보이지 않는다. 수양은 병약한 형의 질시를 받으면서도, 어린 조카를 영의정으로 보좌하고 왕위에 대한 욕심을 품은 적이 없다. 단지 그의 주변에 있는 야심가들이 어린 단종을 충동해 양위를 획책했을 뿐이다. 그는 악을 행하는 바 없이 바라던 바를 손에 넣는다. 역시 황보인 . 김종서 등을 충의 이름으로 죽여 정치적 실세가 되고, 단종의 자발적인 양위에 의해 꿈꾸어 오던 정치를 펼칠 수 있는 호기를 맞는다. '대수양' 에 등장하는 수양대군은 갈등을 모르는 인물이다. 그는 명분에 어긋나는 어떤 것도 탐내지 않지만, 환경. 주변인물이 그에게 영웅으로서 걸맞은 자리를 제공한다. 수양 대군에 대한, 이런 식의 무리한 미화가 '대수양'을 세조 즉위 장면에서 멈추게 만든다. 이미 계유정난 (황보인 . 김종서 등의 죽음)까지 합리화시켜 낼 힘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수양 대군을 미화하는 데 골몰함으로써 역사 해석의 허점을 보이기는 했지만, '대수양' 은 일제시대의 역사 소설로 중요한 의미를 띤다. 이광수의 '단종애사' 류가 민족의식을 역설하려는 '이념형 역사소설'을, 홍명회의 '임꺽정'이 계급 식으로 역사를 해석하려는 '의식 형 역사소설'을 보여 주었다면, 김동인의 '대수양' 은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영웅주의라는 작가의 개성으로 채색되어 역사소설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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