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유치진 '빈민가'

clint 2015. 11. 12. 14:51

 

 

 

 

1933년에 쓴 작품으로1935년에 일본 도쿄의 츠끼지(築地) 소극장에서 극단 '삼일극장' (후에 '조선 예술좌')에 의해 초연되었다. 선생의 작품 계열로 볼 때、초기의 사실주의에 속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이해를 위해서는 선생님이 '신극 운동의 한 과제' 라는 글에서 말한 다음과 같은 글귀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연극은 항상 현실에 육박하는 자이요, 현실에 육박하려는 육탄 력에 연극 그 자체의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닐까? 어제의 신극은 너무도 귀족적인 자기도취에서 그 껍질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연극은 항상 아량이 넓고 심장이 크고 가두의 모든 풍운을 반영하는 전 국민의 바로메타가 되기를 원한다. 관객이란 전 국민이 선출하여 마련한 극장의 참석자이다. 극장은 이런 관중의 전 의사를 반영하고 지배하면서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작품의 무대는 1930년대의 중국 상해의 어느 빈민가이다. 삐라를 뿌리며 성냥 공장의 파업을 선동했다는 죄로 경관에게 쫓기는 따슨 (大善) 형. 폐결핵으로 죽음이 경각에 달린 쇼우슨 (小善) 아우. 그 두 형제의 어머니(과부)나 할아버지나 외삼촌은 밑바닥의 최저 생활에도 허덕이는 군상들이다. 어딘가 고르끼의 '밤 주막'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 작품이다.
'서울의 지붕 밑'이란 부제까지 붙어있으면서 장소를 중국으로 잡은 이유는 선생님의 다음 글로서 쉽사리 납득이 갈 것이다. '토막'과 일련 상통되는 작품으로서 '버드나무 선 동네의 풍경' '빈민가' '소' 등을 써 압박받는 현실 속에서 울부짖는 우리의 생활상을 그렸지만 일본경찰은 나로 하여금 이러한 종류의 취재를 더욱 더 계속하게 허용하지는 않았다.

 

 

 

빈민가는 당대의 비극적 현실을 고발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극복방안의 방안으로 투쟁을 도입한 희곡으로 경향극의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의 사상을 수용하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따슨의 집을 무대로 설정하여 극이 진전되며 당대의 사회경제 구조의 모순 서민들의 반항의지 뿌리를 잃은 자들의 비극적 삶 등이 비교적 생동감 있게 제시되고 있다. 처음 도입부분에서 둘째 아들 쇼우슨은 오랜 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이 의미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박탈당하고 희생당하는 인권 혹은 이 사회가 지니고 있는 모순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아들이 들고 있던 삐라뭉치는 이런 사회의 모순들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의 표시들이 아니었을까? 홍매부가 쇼우슨의 약을 힘들게 가지고 오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힘든 사람들끼리는 돕는 훈훈한 정은 있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자본주의의 모순은 조부와 홍매부의 대화를 통해서 잘 들어난다. 조부는 온 식구가 죽어라고 성냥딱지를 붙어도 ‘풀값’이며 그 밖에 제 잡비를 제하고 나면 하루벌이가 십전 꼴 될락말락 해서 도무지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없다고 불평한다 한편 홍매부는 ’일금 천원을 쥐기 위해서는 일백마흔 다섯 살까지 일을 해야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당시 사회의 경제구조가 지닌 모순이 들어난다. 열악한 현실상황에서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하여 그들은 나이 어린 작은 아들 쇼우슨을 석회공장에 딸 홍매를 성냥공장에 보낸다. 그런데 벌어온 그 ‘한 두 푼의 돈이’ 바로 그들의 ‘명줄을 차츰 갉아먹어온’ 돈이라는 것을 깨닫고 하염없이 어머니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아파하는 쇼우슨은 ‘......죽기라도 했으면......’ 이라고 말한다. 어렵고 힘든 사회에 대한 체념과 희망이 없음을 어린아이의 시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쇼우슨은 공장과 감독을 오히려 좋게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통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가들이 무지하고 빈민한 사람들을 속여 부려먹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쇼우슨이 죽기 전에 성한 몸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공장에 나갈 준비를 위해 힘겹게 걸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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