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태영 '콩가루'

clint 2015. 11. 12. 14:44

 

 

 

 

 

 

연극의 배경은 여느 곳처럼 평범한 컨설팅 사무실. 전날밤 술을 마시고 늦게 집에 들어간 박삼이 또 마누라한테 당한게 억울하고 창피해서 불만을 쏟아놓고 있는 사이, 바쁜 마누라로 인해 졸지에 찬밥 처리하는 남편이 되어버린 달수 역시 힘없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둘은 서로 마누라 얘기를 하며 점점 바뀌어가는 요즘 여자들에 대한 반감을 토로하고 있는 도중 컨설팅 일을 배우러 온 양양이 들어온다. 달수는 양양의 생김새가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박삼의 설득으로 옆집 삼성장군과 함께 넷이서'마누라 길들이기'라는 전쟁을 선전포고한다. 결국 전쟁 상대국이 북한으로 결정되자 각자 자기 생각을 털어 놓으며 시끄러워지기 시작하고 박삼, 달수, 삼성장군은 뜻을 모으게 되지만 양양 혼자 반발을 하자 셋은 양양을 죽일려고 한다. 이때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리고 미모의 한 여성이 들어오는데….

 

 

 

이 작품은 통일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저마다 색깔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한반도 현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오늘날 남자들이 기죽어 사는 이때에 고개 숙인 남자들은 여자들한테 선전포고를 강행한다. 그러는 가운데 서로의 입장차이가 드러나고 또 중성적인 인물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중간적인 색채를 드러내 보인다. 남북 간의 대립된 현실을 남녀 간의 대립된 모습으로 극화하고자 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 무겁고 어려운 통일주제를 코믹과 재치로 풀어낸다. 통일의 길은 무척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 하나가 내부적인 문제이며 또 하나는 외부적인 조건이다. 외부적인 조건이란 '불타는 소파'에서 보여주듯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입장이다. 과연 강대국 중 어느 나라가 한반도 통일을 진정으로 원하는가?
강대국 모든 나라가 영구 분단 상황을 원하는 건 아닌가? 우리의 운명을 타인의 손에 맡겨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기 힘든 만큼 슬프지만,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 한반도의 현실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내부적인 문제는 '콩가루' 이 작품에서 보여주듯 적이 누구냐? 라는 질문으로 친미파와 친북파 등 내부적인 갈등이다. 우리 국민이라면 저마다 한마디씩 주장을 하지만 보수파는 보수파대로 개혁파는 개혁파대로 서로 자기 이익에 앞세운 통일정책을 주장하지만 그야말로 콩가루 같은 한심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도
오늘 이 땅의 문제는 무엇인가?
같은 민족이 허리를 갈라 서로 만날 수 없고 볼 수 없는 작금의 이 시대는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경제, 바른 정치, 부패 근절 등 많지만 역시 그 문제의 가장 큰 해답은 통일이다. 적어도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어, 각자 틀린 시각으로 통일을 바라보며, 각자 다른<적>의 논리를 끌어대며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중구난방 콩가루 집안 같다.과연 누가 한반도 통일을 저해하는 세력인가. 과연 누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한반도 통일을 더디게 하는가.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아니면 처음부터<적>은 날조된 개념인가. 우리 앞에 닥친 이 혼란스러운 적의 개념을 규명해 보고자 나는 이 작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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