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2 3

배삼식 무용극 '마디와 매듭'

‘오래 기다려 그립고 설운 것들이 그득히 내려오는’  동지의 긴긴 밤부터 ‘아스라한 그 밤 그 짧은’ 하지의 밤에 이르는  13절기 안에서 희로애락의 삶을 살아가는 여인들의 모습을  춤, 노래, 연주로 엮는다. ‘꽝꽝한’ 소한에 ‘갈라터진 얼굴’로 잠든  어린 자식들을 들여다보는 어머니는 한때 ‘마음엔 가만히 봄’이  들어섰던 입춘의 여인이었고, 한식날 ‘불 꺼진 아궁이에 찬밥을’ 먹으며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듣던 꼬마이기도 했다.  계절과 시절을 몸과 마음으로 감각했던 여인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은 자연의 시간을 살아내는 여인들의 삶을 살펴보는 작품이다. 끊임없는 순환을 통해 인간들의 삶에 질서를 부여하는 24절기가 작품의 큰 틀을 구성하며, 절기별로 달라지는 풍경과 세시 풍속을 배경으로 시간의 마디..

한국희곡 2025.01.02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과 조'

존과 조는 매일 카페 앞에서 마주친다. 그리고 서로 누가 더 옳은지 도토리 키재기를 한다. 한편 존과 조는 좀 더 현실적이고 사소한 문제들에 부딪히면서 이 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짧은 문장으로 툭툭 던진다. 또, 엉뚱한 부분에서 논리의 급소를 찌르고 들어온다. 이런 면에서는 외젠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국과 비슷한 면을 보인다. 공짜 설탕을 커피에 두 조각이나 넣고 너무 달아서 못마시는 상황에서, 존은 단 커피와 쓴 커피를 섞어 제품 공평화 게 보이는 분배를 한다. 하지만 운과 재물, 즉 행운을 상징하는 로또를 둘러싼 분배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조는 자신의 몫을 주장하면서 남은 당첨금을 빼앗고, 급기야 존을 고소한다. 하지만 조는 당첨금으로 보석금을 지불하고 존을 감옥에서 빼낸다. 왜 그럴까? 단순히 ..

외국희곡 2025.01.02

이근삼 '엄마 집에 도둑 들었네'

낡고 낡은 허름한 한옥집 내부로 꾸며진 무대. 여긴 재개발이 이루어질 서울 변두리 달동네 무허가 판자집이다. 엄마가 유산(?)으로 물러준 그 집에 혼자 살던 독실이. 어느 날 뜬금없이 엄마와 2년간 같이 살았다는 구실로 우암돈이란 사람이 들이닥친다. 양로원에 들어가는 것이 꿈인 우암돈은 동거하던 여인이 죽은 뒤 딸 독실만 남겨두고 달아났다가 집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염치도 없이 들어온 것이다. 암돈은 보상을 좀 더 받기 위해 빈방에 모두 세입자를 들인다. 이에따라 자식들에게 얽매이기 싫어 건축회사 경비로 일하는 이한심, 영안실에서 시체를 염하며 사는 우남북, 한몫 벌어 빵집 차리는 것이 꿈인 우대풍, 다방레지 선우공자, 선의에 가득찬 의문의 남자 식모 나근예 등이 이 집으로 들어온다.재개발 콩고물..

한국희곡 202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