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스의 왕이자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의
제물로 자신의 큰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시키고 원정길에 오른다.
이에 원한을 품은 왕비 클리타임테스트라는 정부 아이기스토스와 불륜에 빠지고,
10년 세월이 흘러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한 아가멤논이 개선하자
불륜이 발각될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아이기스토스의 사주로 남편을 살해한다.
아이기스토스에 의해 유배되었던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와 딸 엘렉트라는
절치부심하며 아이기스토스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하지만,
결국 아버지 아가멤논이 어머니의 손에 의해 살해되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기 위해 오레스테스는 아이기스토스를 죽이고
어머니인 클리타임네스트라마저 살해하지만,
어머니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했다는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방황하게 된다.
이를 틈타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오스가 왕위를 찬탈하려 하고,
엘렉트라는 동생을 위해 이를 끝까지 저지한다.
그러나 진실은 표면에 나타난 사실과는 다르다.
죽은 이피게네이아는 클리타임테스트라의 아가멤논에게 살해당한 것,
남편의 딸,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의 사촌으로 어머니의 청으로 계획한 것..
오레스테스는 복수 대신 화해를 결심하게 되고,
결국 시민들 앞에서 어머니 살해의 죄에 대한 시민 재판을 받겠노라고 선언한다.
원작인 오레스테이아 3부작은 1부 아가멤논,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3부 자비로운 여신들로 구성되는 방대한 작품으로 3일에 걸쳐 연속 상연되며 아테네 시민들의 눈물과 감동을 자아냈던 작품이다. 작가겸 연출인 김지용은 이를 재구성하면서 1부는 아가멤논의 출정에서 그의 죽음까지를, 2부는 오레스테스의 귀환과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이기까지, 3부는 메넬라오스의 왕위찬탈기도와 그에 맞선 엘렉트라의 대항, 그리고 오레스테스의 방황과 화해에의 결심을 그렸다. 그리고 3부에 이르는 방대한 공연시간을 2시간 정도로 줄인다. 트로이 전쟁기간의 7년을 코러스로 처리한 장면이나, 코러스를 적절히 활용해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바꾸는 청량제의 역할을 해주었다. 게다가 이들 코러스들이 시녀들, 병사들, 시인들, 원혼들. 가면들, 무녀들, 복면들 등 여러 역할을 가면이나 의상으로 여러 역할을 소화함으로써 주요 인물외의 역할도 더불어 극중 분위기에 중요한 역할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김지용 재구성의 가장 신선한 점은 원작의 틀은 그대로 놓고 대사의 현대화를 이룬 점이다. 원작의 시적이며 운문형의 대사들을 현대인들이 쉽게 듣고 이해하게 한 점이며 결말부분에 원작이 모두 신의 판결에 맡긴 반면 여기에선 시민재판을 받는 것이다.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배경.
1. 호메로스와 아이스킬로스 비극에 나타난 오레스테이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1권에 쓰여 있는 제우스의 말, "지금 아이기스토스만 하더라도 귀향하던 아트레우스의 아들(아가멤논)을 죽이고 정해진 몫을 넘어 그의 결혼한 아내와 결혼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자신의 갑작스런 파멸이 될 줄 알면서도 말이오." 이를 통해 아이기스토스의 행위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제3권에서는 아이기스토스 집에서의 클리타임네스트라와의 불륜과정이 묘사되어있으며, 또한 제11권에는 오디세우스가 아가멤논 혼백을 만나 이 혼백으로부터 아가멤논 자신의 살해에 대한 구체적 상황장면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호메로스는 아이기스토스가 자신의 집에서 살인을 주도하였으며,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이기스토스의 유혹에 빠져 불륜에 빠지는 것으로 수동적으로 묘사한다. 반면,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에서 클뤼타임네스트라의 역할이 신화속에서의 수동적 역할에서 능동적인 살인을 주도하는 인물로 바뀌어지게 된다. 그래서 아이스퀼로스는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오레스테스와의 갈등구조를 형성시킨다. 게다가, <에우메니데스>에서 아테나이가 공공적 이성의 장인 시민법정(le tribunal à Athènes)을 통한 아폴론과 복수의 여신들, 즉 구시대와 새로운 시대의 화해의 장소로 부각시키는 것은 아이스킬로스의 각색이다. 또한 이 구시대와 새로운 시대는 시인의 동시대, 즉 우주의 영원성(reternité)에 동화된 문명화에 속한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여신들은 새로운 신들의 탄생을 말하는 자비로운 여신들로 재탄생하게된다.
2. 오레스테이아 3부작의 배경신화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신화를 살펴봄으로써 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 아트리데스 가문의 전설"
오레스테이아 3부작의 배경신화의 기원은 탄탈로스에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탄탈로스가 신들의 통찰력을 시험하고자 자신의 아들 펠롭스를 죽여 만든 요리를 내놓았는데, 이를 눈치챈 신들은 이 음식을 먹지 않았다. (다만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는 그녀의 딸인 페르세포네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던 터라 그 음식을 먹고 말았다. 이 부위는 펠롭스의 어깨살 부분으로 나중에 신들이 다시 펠롭스를 되살려낼 때 이 부위를 상아로 메웠다고 한다.) 이러한 죄를 지은 탄탈로스는 타르타로스(Tartaros)에서 영원한 굶주림과 갈증을 느껴야하는 벌을 받게 된다. 신들의 도움으로 다시 되살아난 펠롭스는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가서 엘리스(Elis) 왕인 오이 노마오스(Oinomaos)의 딸인 힙포다메이아(Hippodameia)와 결혼하고자 청혼한다. 하지만 오이노마오스는 사위에게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기에 자신의 딸을 시집 보내고자 하지 않았으며, (마차경주에서 자신을 이기는 청혼자를 받아들이겠다고 계략을 내어 모든 청혼자들을 물리친다.) 이에 펠롭스는 왕의 전차를 모는 마부 뮈르틸로스를 매수하여 마차경주에서 이긴다. 하지만 펠롭스는 마부 뮈르틸로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그를 바다에 던져 죽인다. 이때 뮈르틸로스는 죽기 전 펠롭스와 그의 후손들을 저주했다. 이러한 저주는 그의 두 아들에게서 실현되는데, 아트레우스가 미케네의 왕이 죽은 후 왕좌까지 물려받게 되면서 왕이 되었을때, 티에스테스는 아트레우스의 아내인 아에로페를 유혹하여 왕위를 찬탈하려는 음모를 꾸미다 발각되어 추방된다. 나중에 자신의 부인과의 이 사실을 안 아트레우스는 티에스테스를 화해하자며 불러놓고는 티에스테스의 두 아들을 죽여 그들로 만든 음식을 먹인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된 티에스트는 겁에 질려 달아나며 아트레우스 가문을 저주한다. 이후 티에스테스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딸, 펠로피아와 관계하여 아이기스토스를 낳게 된다. 그런데, 도망간 티에스테스를 찾아다니다, 아트레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티에스테스의 딸 펠로피아와 관계를 갖게 되고, 이러한 사실은 이후 펠로피아가 버린 아이, 아이기스토스가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데려오게 된다. 티에스테스는 델포이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에게 붙잡혀 오고, 아트레우스는 아이기스토스를 보내어 아비를 죽이게 한다. 하지만, 이때 펠로피아가 겁탈당할 때 자신을 겁탈한 남자의 칼을 몰래 빼 간직하고 있다가 이 칼을 아이기스토스에게 주었다. 티에스테스는 아이기스토스가 가지고 있는 이 칼을 보고 아이기스토스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펠로피아는 그 칼로 자살하고, 이 칼에 묻은 피를 아이기스토스는 아트레우스에게 보여주며, 티에스테스를 죽였다고 거짓을 말한다. 아트레우스가 이 말을 믿고 신에게 감사의 제물을 바치려고 하는 순간 아이기스토스는 그를 살해한다. 이로써 신탁의 말대로 티에스테스는 형에게 복수를 하지만, 곧 그 역시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간략하게 살펴본 사실을 통해 아트레우스 가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저주와 피의 복수는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에서 아이기스토스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아가멤논을 살해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 트로이전쟁
트로이 전쟁은 <오레스테이아> 3부작의 배경이 되는 전쟁이다. 바다의 요정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이 나타나 좌중 한가운데에 황금사과 하나를 던지듯 놓았는데,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이 황금사과를 두고 3명의 여신,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는 각자 자신의 고귀한 아름다움을 내세우며 자신이야말로 그 사과의 주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들은 제우스에게 심판을 요구했지만, 제우스는 파리스에게 이것을 판결하게 하였다. 파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 헬레네를 주겠다고 약속한 아프로디테를 선정하여 황금사과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스파르타로 가게 했으며, 그곳에서 파리스는 메넬라오스가 없는 사이 헬레네를 만나 자기나라 트로이로 함께 오게된다. 아가멤논은 자신의 동생 메넬라오스의 부인, 헬레네를 되찾기위해 트로이전쟁을 치르게 된다. 그런데, 이 전쟁을 위한 출항을 하고자 하는 아가멤논은 아르테미스 여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제물로 바치게 된다. 이 사건이 극에서 클리타임네스트라 가 자신의 아가멤논 살해를 정당화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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