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장우재 '목포의 눈물'

clint 2023. 10. 28. 05:23

 

죽음을 앞둔 노파 문월산, 딸 목화가 아파 넋건지기를 하여 조상들을 불러내 목화가 아픈 내력과 함께 조상들이 갖고 있는 한의 내력을 한번 들어보는데... 1930년대 목포. 월산의 오빠 문동권은 일본으로 신문물을 배우러 가고자 하는 청년으로 대규모 하수도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일제와 업자의 농간으로 임금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더군다나 동권은 미친년 옥단이를 남포 튀는 현장에서 구하느라 다리한쪽 마저 잃는다. 이 일로 일인 경찰서장과 십장은 동권에게는 거액의 보상금을 건네며 이들을 서로 이간질시킬 음모를 꾸민다. 월산의 아버지인 문진국과 젊은 월산이 사는 고향에는 가뭄이 심한데 어느날 밤 젊은 월산의 남편 소장수인 천백봉이 찾아와 급히 돈이 없으면 자신이 위험하다고 젊은 월산의 마음을 애타게 한다. 이에 젊은 월산은 동권의 보상금을 훔쳐 백봉에게로 가버린다. 아무에게도 말못할 공허감에 사로잡힌 문동권. 그에게 진국은 모든 걸 잊고 자신과 농사를 지으며 평생 살자고 하나 동권은 거부하며 다시 하수도 공사장으로 갔다가 이미 음모에 의해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실의에 빠진다.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 되어가는 동권. 그를 위로해 줄 사람은 자신이 목숨을 구해줘 계속 따라다니는 미친 옥단이뿐. 동권은 그녀에게 뭐라 말할 수 없는 애정을 느낀다. 그리하여 동권은 다시 힘을 내 영산강에 물건 싣어 나르는 배에 오르는데 뱃전에서 다리 하나로 일을 하나 그만 물에 빠져 익사한다. 들녁에는 큰 비가 내린다. 가뭄에 물동냥질을 다니다 비를 만난 진국은 들떠서 논에 물을 대는데 지주로부터 논에서 손을 떼라는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해 있다가 동권의 죽음소식마저 듣고 반실성기를 보인다.

 

 

이 작품은 한 여인의 가족사를 통하여 얼키고 설킨 인간운명의 고리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우리 현대사를 살아온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우리들의 초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는 순간적으로 자기의 전 인생의 그림자를 본다고 한다. 이 작품은 마치 그러한 기록을 다큐멘터리 필림을 보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자기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과오와 한, 그리고 어떤 항수와 꿈이 다시 나타날 뿐만 아니라 현대에서 점점 고갈되는 원초적인 인간의 정서를 되살리고 있다. 우리는 질곡의 반세기를 체험으로 겪어왔고 현대는 그것의 산물이다. 만약 지금 우리가 과거를 잊어버리고 미래에만 자신의 혼을 심는다면 우리는 국적불명의 정신을 ‘정신' 이라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건조하고 메마른 마음을 '마음'이라고 할 것이다. 이 작품은 과거의 이야기를 복제하려는 의도도 없고 또한 고루한 교훈을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쓰여 지지도 않았다. 단지 진정한 인간들. 격렬히 진실을 지키려는 인간의지들, 투박하리만치 간직하려는 원시적인 노동성, 그리고 가뭄으로 태우거나 홍수로 흠뻑 잠길만한 크기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사랑의 구조이다. 화해와 용서라는 말도 이 사랑이라는 거대한 인간역사 속에 포함된다. 한 인간이 죽음이라는 궁극적인 결론에 도달할 때 느낄 수 있는 위대한 각성을 통하여 살아있는 자들의 자질구레한 갈등은 해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이 겪었던 지난 반세기의 갈등을 거칠고 투박한 정서로 씻어내려는 "씻김굿의 한 형식으로 이해된다.

 



작가의 글 /장우재
잘못 만지면 손 베는 잡풀은 무덤 우에 한껏 자라나 있었다. 엊그제 벌조를 했는데도 이들 지나 한가위라 다시 찾으니 말이다. 학생부군이 아닌 집사 문백임은 나의 외조모이다. 그리고 그가 문월산이다. 자녀 공단인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 하나님이시여'로 시작되는 기도로 짧은 축복을 정하고 나는 그때 기어이 외할매 생각에 실패하고 대신 봉분에 모두 둘러 모여 사진한장 박자고 했다. 사진기는 없었다. 일가가 차를 돌려 찾은 곳 월출산 계곡 한 어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깨끗하고 취사는 금지되어 있었으나 우리는 진도산 돼지며 소고기 일등급을 구웠다. 둘째형님 말씀왈 누가 나타나면 렌지만 치우면 사진을 못박아 증거 못되니 우기면 된다는 것이다. 법도 우리일가의 몫을 막지 못해 그 뜨거운 불판 위에서도 고기는 맛나게 구워진다. 들판에는 황근이삭들. 이태전 한 포기 뽑아다 작업실에 걸어놓고 배설리 바라본 기억 있어 눈 돌려 봤더니 엊그제 태풍에 상당히 많이 들 드러누워 있구나. 다 저녁에 목욕탕으로 힝한 남정네들 빼고 여편네들은 마루에 방에 대중 기대고 누워서 고만고만 자라난 악동들 바라보다 내쳐 들이닥친 친척들 고모며 조카에 사시미감에 전에 나물무침 후루룩거리다. 이번에는 요새 장안의 화제라는 '보고 또 보고'에 큰숨 한번 안 쉬고 눈 모은다. 사미자는 얘기한다. 겹사돈은 죽어도 안된다고. 우리 연심이 연순이 이모들은 쉰 넘고 마흔 넘어서도 가끔 훌쩍거리니 그것이 누구나 젊어 짚고 온 가슴아픈 사랑 계단 때문인지, 좋은날이라 이를 악물어도 틈새로 삐질 삐질 사는 생활고 때문인지 알지 는 못하여도 내 마음도 젊다.
할매. 할매 배 빌리 나온 자석들이 이리도 번성하여 복작대고 있나이다. 인자 또 극장에 불이 밝혀지면 손님들도 들어와 함께 할 터이니 이분들도 모다 함께 가실 적에 극락왕생 빌려온 사람들 아니것습니까. 나는 할매 죽기 전 정신없을 때 날마다 삼일절이다. 교회 나가시던 맘 알고 있소, 어디 學生이 執事될라고 그랬읍디어, 죄사함 받을라고 그랬지, 있소. 막내이모가 짠해라. 아직도 뒷이 잘 안 풀리는지 아까 밥상 앞에서 눈물바람합니다. 뿐이다우, 낙향에 낙향을 거듭한 형. 죽었는지 살았는지 얼굴 잊어 묵게 생긴 동두천 이모. 돈 많이 벌제난 몸은 뎁때 멀어진 승노형과 큰 이모. 기타 등등 외가와 친가할 것 없이 고난, 고난, 고난들 … 나는 달 다 못해라. 어찌 이란다우, 누구 하나 넘 해꼬지라고 사는 세상은 아니제만 뒤틀리고 꺾이고 그랍니다. 여하간 오늘은 손주가 조상님네 살았던 내력 빌어 죄사함받을라고 하는 날입니다. 하느님으로하믄 그러고, 우 리네로 하믄 씻긴이재라. 원킨데 인간 무월산이 죽기전 일주일간 치매로 세상 마지막 떠들다가 본 것 하나 현몽하시어 우리들 배속에 얽히고 설킨 가슴앓이 그 꿈은 약손으로 슬슬 문질러 주사이다.

장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