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주성 '어느 똥개의 여름'

clint 2023. 10. 27. 08:50

 

 

이 작품은 소설가 김주성 씨의 동명소설을 연극으로 꾸민 것으로 개를 소재로 한 우화형식으로 죽음과 권력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잡종견 설구는 수녀원에서 안젤라 수녀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다가 개 도둑에게 납치돼 보신탕집 우리에 갇힌다.

설구는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순종이냐 잡종이냐 하며 계급관계를 따지는 다른 개들을 보고 비애를 느낀다. 설구는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라는 늙은 개의 충고를 거부하고 수녀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탈출한다.

 

"어느 똥개의 여름" 극단 전원에서 1995 4월 공연. (정홍빈 각색)

1986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한 이후 작품집 불울음, 어느 똥개의 여름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김주성의 재미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잡종개를 소재로 한 인간사회를 희화화한 우화이다. 

우화란 사람이 아닌 대상을 의인화시켜 삶의 교훈이나 지혜를 이끌어내는 문학작품 가운데

가장 잘 읽혀지는 형식중의 하나이다. 

왜 우화가 사람들에게 잘 읽혀질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인간이 가지는 본성을

가식없이 드러내기에 적당한 방식 중의 하나여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가피하게 가면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런 문제를 들이댈수록 인간의 마음은 격렬히 저항하지만

우화의 형식은 이런 저항을 약화시키는 듯하다. 

보다 그러나 우화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사람 아닌 것이 아니라 사람이다. 

여기서 사람 아닌 것은 사람을 위하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때로는 사람 아닌 것의 정체성이 무시되고 사람을 위하여 유린당하기도 한다.

때로 인간 사회 이념의 고정불변함을 지지하기 위한 파시즘 전략에 복무하기도 한다. 

인간이 의인화된 개의 생활을 보면서 개도 이러한데 하물며 사람인 우리가...라는 식의

반응을 얻는다면 여기에 함정이 있다. 

단지 개는 액세서리였으며 우리는 수준을 동물화 시킨 사람의 생활을 본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상기한 말은 개 같은 사람도 이러한 데 개 같지 않은 사람은 반성해야 한다, 로 말해야 한다.

 

 

 

 

연극은 원작인 중편소설 <어느 똥개의 여름>을 각색한 작품이다. 그리하여 극 전반에 걸쳐 암전이 자주 이용되어 전통적인 막장 구성과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각색자는 또한 팜플릿에서 밝혔듯이 원작소설이 가지고 있는 주제만을 남겨두고 인물의 성격, 대사, 사건 등 모든 부분을 재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연극이 비록 주인공이 설구이고 극단은 늙은 개 일지라도 어느 누구에게 극이 끝날 때까지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관객에게 단지 보여줄 따름이다. 극 전개는 교과서적이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발단에서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와 사건소개가 말끔하게 처리되었다. 전개부분에서는 주인공 설구를 중심으로 갈등구조가 잘 짜여 졌으며 위기와 절정으로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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