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시원 '굿모닝, 홍콩'

clint 2023. 10. 25. 17:49

 

작품은 2003 4 1일 세상을 떠난 장국영을 추모하기 위해 홍콩에 모인 장사모(장국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만나, 홍콩인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경험을 그렸다. 2019 4 1(‘홍콩 범죄인인도 법안반대 시위(홍콩 민주화 운동)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 '아이 러브 홍콩'의 회원들은 장국영을 추모하기 위해 장사모 회원들과 함께 홍콩 여행길에 오른다. 홍콩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장사모 부회장레슬리 최는 해마다 장국영의 기일이 되면 회원들을 불러 홍콩에서 장국영 추모식을 추진한다. 회원들은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를 재현(오마주)하는 것으로 장국영을 추모하며, 그가 영화를 찍은 장소들을 순례한다. 추모 여행 중 레슬리 최의 처남이자 나이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기찬이 홍콩 시위대에 휩쓸리며 희귀품인 ‘87년 나이키 에어조던2’ 운동화 한 짝을 잃어버리고 만다. 해당 신발은 하필이면 '장국영 한정판(에디션)'. 회원들은 기찬을 도와 신발 찾기에 나선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회원들은 장국영 추모 여행과 운동화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가는 곳마다 시위대와 마주한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싸웠던 우리나라 역사를 되새겨 보게 된다.

 

 

 

 

작가의 글 이시원

내가 10대와 20대를 보낸 1980년대부터 90년대는 홍콩영화의 전성기였다. 홍콩은 위치적으로는 중화권 지역이었지만 국제적인 금융도시로 화려하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했으며 영국문화가 혼재하는 자유롭고 활기찬 도시였다. 그래서 80년대 홍콩을 '백화만발(百花滿發)'의 시대라고 일컫는데, 그 문화의 중심에는 홍콩영화가 있었고, 홍콩영화의 한가운데에 지금은 '영원한 별'이 된 '장국영'이라는 배우가 있었다. 장국영의 팬이었던 나에게 홍콩의 변화는 장국영과 그의 영화들을 따라 인식된다. 90년대 초, 해외여행 자유화가 본격화되었을 무렵, 배낭을 메고 떠나던 해외자유여행은 늘 홍콩에 들르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저렴한 항공을 이용하면 홍콩을 경유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호주를 여행하거나 유럽이나 미국에 가려면 홍콩에서 스톱오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홍콩은 1 2일 여행지가 되거나 공항을 나와 시내를 한나절 둘러보고 최종목적지를 향해 환승하는 곳이 되었다. 시끄럽고 복잡한 홍콩이 생기 넘치고 활력 있는 곳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마도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도시인데다 어딘가 권위적인 분위기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유롭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어 특별행정구역으로 편입된 것은 1997년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19, 홍콩에서는 홍콩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 났다. 나에게 자유의 상징이었던 그곳에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니, 적잖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때 다시 장국영이 떠올랐다. 장국영은 천안문 항쟁에 대해 중국 정부를 비난하고 삼합회의 영화계 진출을 반대하는 등 소신 발언을 일삼았던 배우다. 영화 속에서는 러닝셔츠 차림으로 맘보춤을 추며 고독한 홍콩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했고, '발 없는 새로 지상에 내려앉지 못하고 표류하며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쩌면 그는 홍콩영화처럼 가장 빛나는 시절을 살다가 방황하고 고독과 싸우다가 영원한 별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비디오세대인 나로서는 영화를 빼놓고는 홍콩을 말할 수 없다. 지금의 홍콩을 보고 있으면 홍콩영화 속에서 보고 느꼈던 자유로움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장국영(영화와 현실 모두)의 고민과 방황이 현실이 된 것 같아 더욱 그렇다. 2014년에 있었던 우산혁명보다 2019년의 송환법 반대시위가 나에게 새롭게 각인된 또 하나의 이유는 2015년에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긴 후로는 사회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 세상이 내 아이가 살아갈 곳이라고 생각하니 무엇이 더 나은 사회이고 어떻게 그런 곳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홍콩인에게 자유는 지켜내야 할 절대적 가치일 것이다. 홍콩이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을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싸우는 그들을 응원해주고 싶은 이유다.

 

이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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