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지숙 '클로즈업'

clint 2023. 10. 25. 10:41

 

토곡요에 틀어박혀 도예은을 불태우던 토곡 선생은 다섯 제자들을 그곳으로 불러 모은다.

제자들은 토곡 선생의 정신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채고,

각자의 방법으로 토곡 선생의 수제자가 되려고 일을 꾸민다.

늙고 병든 토곡 선생은 살아남기 위해 제자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과격하게도 그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클로즈업은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극이다. 연기 중인 배우들의 모습을클로즈업해 스크린에 상영하는 등 무대 예술에 영상을 접목하고 메타 드라마 형식도 차용했다. 배우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다투는 과정을 담은 블랙 코미디로 실제 배우가 극 중 배우의 입을 빌려 날카로운 대사를 쏟아낸다. 다수의 블랙 코미디 연극작품을 쓴 김지숙 작가 극중극 메타드라마와 서사적 기법의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클로즈업」은 인간 욕망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도자기의 명인 토곡 선생과 다섯 명의 제자라는 서사, 그 서사를 촬영하는 현장의 배우들과 감독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그러한 이중 구조의 영화를 촬영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의 3중의 중층 구조를 인간의 심층구조 속에 자리 잡은 욕망을 해부하고 있다. 토곡 선생과 다섯 명의 제자들은 영화 촬영 현장의 구조에서는 극중극의 형식을, 영화 촬영 현장은 다시 이 모든 것을 다시 극중극으로 감싸고 있는 서사극 형식으로 전개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토곡 선생과 다섯 명이 제자라는 허구 속 인물들의 욕망이 그 배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의 욕망으로 전이되고, 그러한 욕망들이 이루어지지 못하자 배역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감독을 찾아와 불만을 토로하고 결국은 시나리오라는 허구를 창작하는그 사람의 목을 딴 뒤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인간 욕망의 끝없는 순환을 3중의 중층 구조와 서사극 형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결국 그들은욕망에서 비롯되는 모든 행동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칸트의 정언대로 토곡 선생과 다섯 제자들은 욕망으로 인해, 욕망이 주는 행동들로 인해 서로를 옭아매고 서로를 뒤엉키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그들 모두는 결국 자유를 잃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