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범철 '건달은 개뿔'

clint 2023. 10. 23. 22:41

 

피라미파의 춘배가 구룡파와의 전쟁에서 
보스인 유회장이 저지른 살인을 억지로 대신 떠맡아 
감옥에 가고, 10년 만에 풀려나서 복수하는 것이 큰 줄거리로...
그 와중에 사건의 지난 배경들이 인물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함께 

다섯 에피소드로 풀어져 비정하고 잔혹한 세계의 다섯 가지 이야기들이 얽혀 있다.

 


살인죄로 유회장 대신 누명을 뒤집어쓰고 10년간 옥살이를 한 춘배의 이야기.
자신의 성공을 위해 친구인 춘배를 교도소로 보내는 영창의 이야기.
비열함과 야망으로 조직을 세워 보스가 된 유회장의 이야기.
주먹 세계의 여자가 되고 상대편 보스의 여자가 된 여희의 이야기.
덩치만 믿고 건달의 환상을 쫓다 후회하는 덕만의 이야기.
이렇게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물고 물리며 파편처럼 펼쳐진다.
정범철이 쓰고 연출한 이 작품 '건달은 개뿔'은 건달이란 이름의 
허세로 사는 밑바닥 인생들의 쓸모 없는 정당화를 비판하며 
비극적 결말을 통해 죄와 벌을 심판한다. 액션느와르와 코믹을 믹스한 작품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작품의 핵심 소재는 '건달'이다. 
'건달'은 영화뿐만 아니라 일찍부터 문학예술에서 즐겨 다룬 소재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아마도 '건달'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매력적인 요소를 지닌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연극은 건달들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욕망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필름 누와르'에서 볼 법한 익숙한 서사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배우들의 숙련된 무술 싸움 장면과 
변사가 들장해 해설 같은 이야기를 풀어가서 십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섯 명의 건달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별개가 아니라 긴밀한 유기적 연관을 지니고 있다
동일한 사건을 서로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그려냄으로써  
인간의 내면에 있는 진실과 이해관계 문제를 드러낸 수법이 재미있다.
등장인물 대부분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개인의 입장을 말하는데, 
어느 정도 울림이 있다. 인간의 진실과 욕망의 문제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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