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학영 '진흙 속의 고양이'

clint 2023. 10. 23. 14:42

 

어느 여름 날.. 신흥 재벌로 이름 높은 지氏의 거대한 저택은

그 저택의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가 덮여 있다.

지氏의 여비서였던 계영과 지氏의 둘째아들 석해사이에 뭔가 밝힐 수 없는

애정관계가 있다는 점을 큰아들 석진이 포착한다.

석진은 매우 육감적이며 사교적인 아내가 있지만

그는 병적으로 계영을 사모한다.

그는 본래 의학도였으나 정신분열증이 있어서 의사의 꿈을 포기하고

어둡고 음침한 골방에 칩거하고 있는 처지다.

그러나 그는 비상한 직감과 추리력으로 계영과 석해의 과거를 알아차리고

계영의 아들을 「惡의 씨」라고 단정, 어느 날 유괴해서 교살해 버린다.

지氏 일가는 이 참변에 침울한 분위기에 쌓인다.

한편 석진은 자신의 범행을 위장하기 위해 유괴범과 같이 가장해서

사건의 전말을 호도한다.

 

 

한편 계영은 지氏와 결혼 전 석해과 사랑하는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석해가 미국유학시 어떤 사람의 주선으로 오해가 생겨 '사랑의 보복으로

석해의 부친인 지氏와 동거를 승낙해서 첫아들을 낳았다.

이 무렵 석해가 귀국했고. 이때부터 다시 계영은 착잡한 감정에 빠진다.

어느 날 밤 계영은 석해에게 아직도 자신은 너를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는다.

이 자리에서 석해는 도의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히 거절한다.

그리고 자기는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겠다고 선언한다석진이 이 광경을 보고

질투에 化神이 되어 지氏에게 계영과 석해의 부정한 관계를 폭로한다.

그뿐 아니라 자기가 계영의 아들을 죽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여기에 충격을 받은 계영은 폭우속을 뛰어나가고석진은 자신의 범행이

모두 정신착란에서 발생한 오해였다는 것을 알고 목을 매 자살한다.

이렇게 한꺼번에 노도처럼 몰려온 비극에 충격을 받은 지氏는

비로서 자신의 무력함을 느낀다.

석해는 지氏일가에 덮여 있는 인간적 부패와 불신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새로운 앞날을 위해 낙동강 개발지구로 떠나버린다.

폭우와 뇌성이 천지를 흔드는 밤.

인간 비극의 막을 내리듯 석해만이 진흙속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을 친다.

 

 

작가의 글 오학영

현대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부패현상 있다. 그것을 유형별 요약해서 첫째 섹스의 우상. 둘째 황금의 우상. 셋째 위선의 우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이 세가지 우상이 존경받는 현상을 하나의 가정, 가족 군()에서 찾아 봄으로서 비판의 시신을 던지고 싶었다. 세가지 우상은 우리 인간 존재의 모두 위에 잠재해 있는 근원적 속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가정을 인간群의 축소판으로 보고, 그 가족 개개인의 인간상에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파헤쳐 우리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사람은 이따금 거울에 비친 자신을 향해나는 무엇이냐?” 자문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 질문 내용의 차는 있을지 언정 지문자답의 공통성이 있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과 대화 나눌 때 대개 조금쯤은 진실해 진다. 이런 경우와 같이 우리 인간이 표면에 쓰고 있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심연속에 숨은 참 모습을 나타낼 때만은 엄숙해 진다. 이 작품의 의도는 그순간의 엄숙함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며 인간 너와 나가 모두 뒤집어쓰고 있는 우상을 벗기는데 있다. 진흙속에서도 조금은 진실을 찾기 위해서.

 

 

 

작가 오학영

1937 3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희곡작가 오태영의 형이다. 경동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3년 시극동인회회원, 1970년 방송작가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서울여자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1988년 교통사고로 사망. 극작가 오태형씨의 친형이다.

활동사항 : 1957 11 현대문학 닭의 의미가 추천되었고, 이듬해 5월과 8월에 현대문학 생명은 합창처럼 꽃과 십자가를 발표하였다. 이 세 편의 희곡은 3부로 된 연작희곡의 형태로, 상화라는 동일한 주인공을 통해서 비사실주의적인 방법으로 인간 실존의 문제를 일관성 있게 탐구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밖의 희곡으로는 심연의 다리(1959), 묘한 장난을 끝내라(1962), 우리 모두의 꿈(1972), 시인이여 독배를 들라(1985) 등이 있으며, 1976년 희곡집 꽃과 십자가를 펴냈다. 오학영의 희곡은 전쟁이 인간의 의식구조에 미친 가혹한 정신적 상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는다.한편 오학영은 1963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염소를 발표하면서부터 소설 창작에도 관심을 가져 바람개비(1965), 아파트 층계(1971), 환상살인(1982) 등 여러 작품을 발표했고, 침묵의 소리(1974), 바람으로 떠난 여자(1985)  2권의 소설집을 간행했다. 그의 소설은 전후 실존의식의 실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밖의 저서로는 1979년에 간행한 희곡론, 1988년에 나온 시* 우수주의자의 여행 등이 있다.

 

작가 오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