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예찬 '유나바머와 거인'

clint 2023. 10. 22. 14:04

 

몬태나 주 링컨, 이동식 오두막에서 폭탄을 제조하는테드’.

그의 동생데니스는 테드를 시카고로 데려오고 싶어 하지만,

데니스의 아내라라는 테드의 정신 상태를 의심한다.

테드는 결국 새로운 폭탄 제조에 성공하고 테러를 결심하는데….

신문에 자신의 평소 인간과 기술에 대한 소신을 실어주는 조건으로

폭탄테러를 중지한다는 제의가 받아들여져 신문에 기사화 되고

그 후, 동생 데니스의 신고로 구속되기에 이른다.

그는 정신이상의 소견으로 무기징역을 살다가 암으로 죽었는데,

2045년에 다시 깨어난다. 유나바머가 죽은 후, 지금부터 몇 십 년 후,

그의 뇌를 스캔해 저장해둔 상태.

인류는 시시때때로 이미 죽은 시신과 별개로 스캔한 천재 유나바머의 뇌를 호출하고,

여기에 이미 떠둔 그의 영상, 즉 홀로그램에 입혀 그를 호출한다.

그러나 유나바머의 뇌가 스스로 창조, 개선, 진화할 수 있는 AI가 아니라서

그는 호출한 사람이 세팅한 시점부터 다시 이것이 처음인 양

똑같은 행위를 계속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는 인류가 전기를 만들어내는 한

영원히 컴퓨터와 모니터를 감옥 삼아 지내는 형벌을 받는 셈이다.

 

 

 

 

 

기계가 인간의 자유와 발전의 도구적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술만능주의가 인간조차 추상적인 정보 패턴으로 전환시키면서 인간의 신체가 증발되고, 자연까지 파괴되고 있다. 카진스키는 자본과 권력의 묵인하게 광폭 질주하는 기술이 가져온 끔찍한 재앙에 대해 분노했던 인물이다. 이런 자신의 분노를 테러라는 비윤리적 행동을 통해 표출했던 그는 결코 이상적인 행동주의자는 아니다그러나 깊은 숲속 오두막의 작은 책상에 앉아 그가 세상에 글로 전했던 메시지들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그의 혐오와 분노에 대해 일정 정도 거리를 두면서, 인간/비인간의 이분법적 경계를 지우고 인간 아닌 모든 것들과 어떤 생산적 관계를 모색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 이예찬(2022 <집주인>으로경상일보신춘문예 희곡 당선.)

기후 위기, 기술 산업, ()냉전, 핵전쟁, 바이러스 등등. 듣기만 해도 아득한 거인들이 지축을 흔들며 걸어 온다.. 최근 들어 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 같다. 거인 앞에 선 우리들은 너무 무력하다. 왜소하고, 소외되었으며, 무의미하다. 이러한 거인은 어디서 연원했고, 난쟁이가 된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밟힐 것인가. 올라탈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테러리즘을 통한 유나바머의 방법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갈림길에 선 우리들은 그의 선언문을 재차 살펴봐야 한다. 어두운 그림자는 명암이 되어, 앞으로 그려 나갈 그림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