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안기 원작소설 하유상 각색 '깊은 밤 개소리'

clint 2023. 10. 12. 18:27

 

이 작품은 김안기의 <깊은 밤 개소리>를 하유상씨가 각색한 작품이다.

아직 공연 안 된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김정훈은 영화감독의 아들이자 본인도 시나리오를 쓰며 영화감독을 한다.

겉으론장난꾼, 난봉꾼, 익살꾼이지만,

그러나 정의에 불타는 행동파로 사회악을 저지르거나 특히 이충희 같은 친일파를 경멸하며

이충희가 일본 야쿠자를 배경으로 한일합병을 추진하는 것을

철저히 부수는 것이 이 작품의 큰 줄거리이다.

전반부에는 정훈이 신인 영화배우로 발탁된 이옥과의 연애스토리가 나오며

결국 이옥과 결혼하는데,

당시(1992년 소설배경) 일본제품의 범람, 게다가 마약과 검은 자금이 일본에서 넘어와

사회, 경제적으로 혼란을 야기시키는 배경에 일본과 친일파들이 있는 것을 알고

그것을 분쇄하는 이야기로 밑의 작가의 글에서도 나와있지만

작가의 당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 작품에 크게 나타나는 것 같다.

각색한 하유상씨는 소설의 스케일이 워낙 광범위함으로

모두 무대화 하기 힘들기에 작가를 해설가로 등장시켜

상황 설명과 과정 결과를 요약해주는 센스(?)로 가능한 원작소설의 분위기를 살린다.

 

 

작가의 글 김안기

이래저래 선진국의 봉, 한국인 상대로 물건 장사, 정력제 장사, 영화 장사하는 나라의 봉으로서 재질을 갖춘 인물들이 이 땅에 너무도 많다. 그들의 텅 빈 대가리에 민족혼을 불어넣을 방도는 없을까? 이들을 제대로 된 한국인으로 만드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골 속에 깊이 박힌 이물질을 빼내 외국인들에게 정력제로 팔아먹을 방법은 없을까?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양주에 양담배를 물고 빨고, 국산품 애용을 외치면서도 외제를 선물하고 받아야 예의인 줄 아는 어리석은 자들이 많은 이 땅, 무엇이 애국이고 애족인지 모르면서도 정치에 관한한 어느 민족보다도 관 심이 많은 사람들, 거리엔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이 땅을 사랑한다. 분단의 아픔에 통곡하는 민족을 옆에 두고도 은근히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는 그런 인물들도 내 동족이기에 동정 섞인 사랑을 주고 싶다. 죽어서도 이 땅의 흙이 될 사람들, 우린 과연 역사의 어디만치 서있는 것일까? 세계에서 기독교가 가장 급성장한 국가, 좁은 골목에도 교회가 서너 개씩 되는 나라,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하다는 이 땅에 말세론이 득세하는 건 무슨 이유일까? 잘나가는 듯싶던 경제는 왜 뒷걸음만 치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할 때마다 깊은 반성을 해야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보리고개를 넘던 우리가 언제부터 이토록 사치스런 민족이 됐는지, 빈들빈들 노는 건달은 많으면서도 기업에선 일손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생긴다 하니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 가? 국가 이익엔 해가 되건 말건 자기만 잘 살겠다고 수입에 앞장서는 일부 기업인들, 제 돈 갖고 외제를 사든 말든 웬 참견이냐고 대드는 골빈 인간들, 이런 작자들 꼬락서니를 제발 안 보고 살면 좋겠다. 후천성 외제면역 결핍증에 걸린 자들을 볼 때마다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자기들만 애국자인양 거창한 구호를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대는 팔뚝 굵은 사람들은 제쳐 두고 우리가 지금 실천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하겠다. '국산품 애용'이란 구호를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 대다가 잘사는 나라 높은 분들 비위 거슬릴 필요없이 이제 우리 국민도 그 정도 쯤은 말없이 실천해야 하는 민도가 아닌가. 잘살고 높은 분들의 과소비, 월권 행사, 비리에만 열받지 말고 작은 것부터 스스로 지킬 줄 아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난 뒤 남의 잘못을 큰소리로 찢어 줄 아는 민족의 개가 되자. 가난하고 힘없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네 여자들은 이 땅에 쳐들어온 외국군인들의 노리개가 되었고, 심지어 전쟁 위안부니 하여 타국 땅까지 끌려가는 신세가 아니었던가. 외제물건 좋아하다 보니 이 땅엔 기생관광단만 득실거리고, 외제 약이라면 달러빛 내서라도 사 먹고 보니 가짜약에 엉터리 한약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판국이다. 유구한 역사, 문화 민족의 후손 답게 타민족을 깔보고 살 줄 아는 그런 배짱도 지니고 살아보자. 노략질이나 일삼던 해적의 무리보다 무엇이 부족하여 고통받는 민족이 되고, 열등국민이 되어야 했던 지난 역사를 상기하자. 제 여자도 지키지 못하는 인간들이 어떻게 후손을 기대하고 미래를 설계 한단 말인가. 오기도 자존심도 없는 소수의 외제 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들에게 한마디 협박을 하고 싶다. 외국으로 이민을 가든, 불법으로 기어 들어가든 모두 이 땅을 떠나 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들의 위안부나 하다 흉측하게 돌아가시라고.

잘 살고 싶다. 이 땅과 여자들을 지킬 수 있는 국력을 지닌 국가의 국민이고 싶다. 외제라면 무조건 좋아한 나머지 사상 마저도 국적 불명이 된 그런 서글픈 족속이 되지 말자. 제 몸에 석유 끼얹고 분신 자살하는 그런 열사나 영웅보다는 소시민으로 악착같이 살면서 우리의 땅과 민족을 갈고 다듬는 무명의 민족주의자가 되자.

 

각색의 글 하유상

1957년에 제1회 중앙 국립극장 장막극 공모를 통하여 등단한 이래 만 43년 동안이나 극작생활을 해왔다. 그 동안에 그럭저럭 일곱번의 희곡집을 내고 이번의 이 희곡집이 여덟 번째의 희곡집인 셈이다. 이번 희곡집에는 최근 작과 전에 쓴 작품 가운데 아직 희곡집으로 내지 않았으며 약간 색다른 작품으로 모아봤다<깊은 밤 개소리>는 김안기씨의 소설을 읽고 그 절묘한 스토리텔링에 감탄한 나머지 각색한 것이다. 원작에서 약간 소홀한 테마의 추구에 힘썼다. 김안기 씨는 KBS에서 전에 미니시리즈로 방영된 <사르비아 공화국>의 원작자이며, <위험한 사랑>, <아름다운 슬픔> <하늘과 별의 초상>, <뱃놈> 등 여러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한 스토리텔링에 능숙한 소설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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