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훈 '칼의 노래'

clint 2016. 10. 7. 21:25

 

 

 

김훈의 원작 칼의 노래를 극화한 이 작품은 울음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해전 노량해전 전날 그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죽은 혼령들은 그를 괴롭히며, 여러 적들과는 전쟁 중이다. 적 히데요시가 죽자 남해로 내려온 명 장군 진린은 시체의 머리에만 욕심이 많다. 진린에게 찾아가 마지막 전쟁을 선포하는 이순신은 초라한 왕 선조와 일본 적 승려와의 심리싸움을 벌인다. 이때 칼은 미치도록 운다. 생명들을 베어야 하는 이순신의 마음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1598년도 추운 겨울 바다에서가 아닌 2년전 당시 임금인 선조에게 끌려가 갖은 문초와 백의종군,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이 그를 죽게 했다. 칼의 노래는 이순신이 죽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각 장마다 이순신의 그 생명의 가치들이 죽어나간다. 이순신은 허무한 적의를 띄며 달려드는 왜군들의 모습에 적의 조차 느끼지 못하는 온순한 사람이었다. 그의 영정사진을 보았을 때 외유내강이란 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가 마지막 겨울바다로 나가기 전에 칼의 새겨놓은 글귀들은 당시 이순신의 마음을 짐작케 해주었다.
"三尺誓天 山河動色 一揮掃蕩 血染山河"
(삼척서천 산하동색 일휘소탕 혈염산하)
석자되는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물이 떨고
한번 휘둘러 쓸어 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적황 히데요시가 죽고 적은 도망가려 했다. 명나라 황제와 선조 임금은 이순신에게 전쟁을 끝내라 했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나 보다. 그 거대한 칼로 산과 물이 떨고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하셨다. 내부에 적은 떨게 만들고 외부에 적은 다 죽인다 하셨다. 그의 말대로 이루어졌으니 이땅이 온전하게 지켜졌다는 건 진실이다.
아직 몇가지 진실과 어긋날 수도 있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일본장수의 애인이었으며 명량대첩을 준비할 수 있게 알려 준 어란이라는 여인이다. 첩보를 알리고 그녀는 자결하였다는 기록을 찾았다 한다. 그리고 여진이라는 여종은 난중일기에도 기록된 이순신의 여인중 한명이다. 무형문화재인 강강술래는 명량대첩 때에 만들어진 전술입니다. 그 가사에도 이순신의 이름이 있으니 서슴치 않고 무대에 올리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각 장마다 죽음의 순서는 개의치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이 먼저 죽었건 이순신이 먼적 죽었건 이 작품은 단 하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그 죽음은 당신의 가슴속 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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