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차범석 '성난 기계'

clint 2016. 10. 5. 08:38

 

 

 

이 작품은 기계 문명 속에서 소외되고 비인간화되는 세태를 고발한 리얼리즘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원래 1950년대<사상계>에 발표한 작품인데 본래 차범석의 작품들은 사회성이 강하다. 사회에 대한 폭넓은 관심은 그로 하여금 변천하는 사회를 그때그때 작품에 수렴하게 한다. 유치진에 의해 "밀주(密酒)"로 추천을 받은 그는 지속적으로 리얼리즘을 고집하며 변천하는 현실을 작품에 그대로 담았다. 그의 작품은 제재의 폭이 매우 넓지만 그것들은 대체로 몇 갈래 나누어질 수 있다. 가난한 서민들과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 문명의 발달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과 인간의 소외, 인간의 애욕(愛慾)의 갈등과 정치의 허위성,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과 그에 따른 전통적인 것의 몰락 등이 그가 주로 다루어 온 주제들이다. 그러니까, 차범석이 이처럼 문명 비판적인 작품을 몇 편 썼는데, "성난 기계"를 비롯하여 "계산기"와 "분수"가 바로 그런 계통의 작품이다. "계산기"가 전후(戰後)의 실업·빈곤 문제를 기계 문명 발전과 관련시켜 파헤친 작품이라고 한다면, "성난 기계"와 "분수"는 인간성 상실 문제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의 공통점은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이다. 현대 기계 문명에 의한 개인의 소외는 인간성 상실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인간성의 상실과 그 회복의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즉, 물질 문명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을 휴머니즘으로 극복하는 차범석 문학의 한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가난한 여환자의 폐 수술을 냉담하게 거부한다. 성공의 전망이 불투명한, 그것도 가난한 환자의 수술을 했다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한 인간의 호소가 먹혀 들어가지 않는 기계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이렇게 이 작품의 전반부는 인옥의 인간적인 호소와 회기의 기계적 대응이 대립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후반부에 와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남편이 찾아와서 자기의 아내를 죽게 내버려 달라고 뻔뻔스럽게 비인간적인, 비윤리적인 요청을 하자, 회기의 가슴 한켠에 잠재해 있던 인간성이 살아난다. 비인간성에 더욱 극단적인 비인간성이 부딪치자 '작용·반작용의 법칙'처럼 오히려 주인공의 인간성이 회복하게 된다. 결국, 주인공의 '기계' 같은 삶의 태도가 더욱 저열한 인간형을 만나 '성난 기계'가 됨으로써 잠재된 참모습을 되찾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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