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장우재 '악당의 조건'

clint 2016. 10. 8. 07:48

 

 

 

 

킬러가 되겠다는 사나이. 꼬이고 꼬인 인생을 어떻게든 풀어보겠다고 그가 선택한 직업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을 죽이겠다는 인간의 더러운.. 하지만, 밑바닥에 있는 본성을 들어내며 주인공은 총을 산다. 이런 그를 속이는 악당, 그를 악당이 되게끔 만드는 악당. 극은 죄다 악당투성이다. 처음에 던져진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을 죽여야 한다.' 라는 주인공의 말은 점점 더 각박해져 가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고민을 말해준다. 올라서기 위해서는 남을 밝고 올라서야만이 할 수 없는 사회. 돈이 돈을 만들고, 있는 자가 더 잘 살며, 없는 자는 끊임없이 박탈당하는 사회의 부조리..  솔직히 해결한 방안 없이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또한 이러한 사회에 비굴한 웃음 지으며 살아가기에.. 그가 던져준 한 마디는 공감을 느끼지언정 비웃음 짓게 하는 말이다.  하여간 극은 그를 점점 사람까지 죽이는 악당으로 내몬다. 우연히 아내를 목졸라 가방속에 넣고,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살려달라고 하자. 당황한 나머지 총으로 "탕~~~", 그 후 자살을 결심하고 건 아내에게 건 전화. 가방속에서 울려퍼지는 전화벨 소리..

 

 

 

 

악당의 조건의 가장 큰 매력은 극의 빠른 전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빠른 전개는 많은 장소를 오가며 쉴 새 없이 이루어지는데, 조그만한 무대위에서 많은 장소를 보여준다는 것이 바로 연극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우가 이곳은 집이야 라고 말하면서 연기를 하면, 그 순간 무대위는 아늑한 집으로 변하고, 여기는 조폭와 거래하는 음침한 방이야 라고 연기를 하면, 어느순간 무대위는 조폭들의 근거지로 변하게 된다. 바로 관객의 상상력과 무대위 배우의 연기의 환상적인 조합물이 연극의 재미가 아닐까? 악당의 조건이 시작하기전 텅빈 무대를 바라보며, 굉장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불이 꺼진 텅 빈 무대, 그 흔한 테이블 하나도 없는 무대 위에서 과연 어떻게 연기가 이루어 질 것인가? 극은 시작되고.. 강렬한 라이트가 무대 뒤의 검정색 반투명막에 비추자 사람의 실루엣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곧 그 검정색 막을 옮기고, 몇개의 막이 움직이자, 어느 순간 아늑한 집으로 변하게 되었다. 극의 빠른 전개만큼 공간을 형성하는 막들은 수차례 움직이고, 아무런 장식이 없는 막을 통해서 모든 공간이 만들어 졌다. 또한, 막위로 비춰지는 컴퓨터 자판치는 모습을 확대하는 모습과 한강의 물결등은, 정말 단순한 무대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멋진 이용 방법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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