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79

나수민 '쾅!'

중학교 2학년 교실. 현호가 교실 뒷문을 세게 닫는다. 뒤따라 들어오던 박수광이 문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교실에 있던 최현승, 이지경, 주연희, 김산이 그 장면을 목격하고, 쾅 소리와 함께 교실의 시간이 잠시 멈춘다. 이 짧은 순간이 여섯 명의 인물 사이에서 되풀이되고, 현재와 미래가 뒤섞이기 시작한다.무대는 계속 시간이 바뀌고 바뀐다. 과거에서 8년 후 다시 과거 그리고 13년 후, 79년 후까지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한다. 스크린에서는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를 추상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순간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다.나이 들어가는 나와 함께 그 순간도 내 삶을 함께한다.결국 ‘나’라는 사람은 그런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뒤죽박죽 섞인 토네이도 아이스크림처럼, ..

한국희곡 2025.05.12

뮤지컬 '수천'

서기 395년, 고구려의 호태왕(광개토대왕)은 군사들을 이끌고 말과 소금을 얻기 위해 동몽골 따싱안링까지 진군하여 그 곳을 점령한다. 대륙을 누비며 북으로 북으로 진군하던 호태왕은, 자신이 달려온 길을 돌아보고 깨닫게 된다. 대지는 경계를 나누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대립하고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임을. 고구려인이라는 자긍심을 잃지 않고, 거대한 땅과 바다와 하늘에 경외심을 가지며, 다른 민족들을 포용하고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고구려의 이상을 실현하고 싶었던 그는, 자신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두 사람, 장하독과 수천을 따싱안링(대흥안령)에 남긴다. 호태왕이 고구려로 돌아간 지 7벡여 년이 흐른 동안, 대륙은 이미 고구려의 영토가 아니라 거란(요), ..

한국희곡 2025.05.11

야마네 마사코, 차범석 각색 '안네 프랑크의 장미'

2차 세계대전 말. 일본이 오지 마을에 땅굴을 파고 지하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동원된 수천 명의 조선인 노동자들과 그 후예들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어 소설을 원작으로 차범석이 각색하였다. 일본의 죄악사를 폭로하기보다는 극한 상황 속에 처한 인간의 갈등과 욕심을 그리는 작품이다. 차범석씨는 이 작품에 대해 "일본의 죄악사를 폭로하거나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학적 관계를 규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고 극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이기주의의 갈등을 다뤄 이 시대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금 묻고자 했다"고 밝혔다.작가 자신이 일제 때 일본군에 소속돼 제주도에서 방공호 공사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연극평론가 유민영씨는 "화해와 관용에 더 큰 비중을 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외국희곡 2025.05.11

최기우 '애국이 별거요? '

일제에 언어까지 빼앗긴 1933년 여름. 교사와 학생들이 2년 전 작고한 이보한(1872~1931)의 장례식을 소재로 연극을 준비한다. 한평생 약하고 가난한 이웃을 도우며 '걸인성자'라 불린 이보한은 1919년 전주에서 가장행렬과 같은 상징적인 만세운동을 보여준 인물, 그를 존경하며 "언어가 망하면 민족도 망한다. 민족의 언어는 민족의 정신'임을 강조하던 교사 정상천은 연극을 통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민족과 언어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자 한다. 나무꾼, 부채 장인, 소리 기생, 국밥집 사장, 소심한 청년 등 개성이 뚜렷한 학생들도 이보한과 그를 따랐던 사람들의 행적을 되새기며 연극의 재미를 알아가고, '함께'와 '우리'의 의미를 떠올린다. 또한, 진정으로 나와 나라를 ..

한국희곡 2025.05.10

스테포 난쑤, 톰 라이코스 '소년이 그랬다'

여기 두 소년이 있다. 중학생 민재와 상식은 그날도 시시껄렁한 장난을 하면서 육교 위를 올라갔고, 볼품없는 돌을 아무렇지 않게 장난삼아 힘껏 던졌다. 그리고 여기 두 형사가 있다. 광해와 정도는 오토바이 폭주 청소년들 을 따라다니며 그 날도 어김없이 육교 위를 찾았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트럭운전자가 숨지게 되고, 두 소년과 두 형사는 만나게 된다. 생애처음 겪는 불안과 엄청난 갈등 속에서 두 소년은 세상의 여러 시선들과 직면하게 되는데... 소년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여기 두 소년이 있다. 『소년이 그랬다』는 호주의 극작가 스테포 난쑤와 톰 라이코스의 작품 'The Stones.' (1996년 초연)를 한현주 작가가 한국적 상황에 맞게 개작한 작품으로, 2011년 남인우 연출가가..

외국희곡 2025.05.10

이정운 '곱등이네 집'

은우는 어렵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꿈 한번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계약직으로 전전하다 결혼 시기도 놓친 채 37살이 된다. 오래 근무한 콜센터에서 정직원 기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쳤고, 그렇게 은우의 삶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녀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의 작은 원룸에서 '그저 먹기'만 할 뿐이다. 경기불황이 계속되자 회사는 통제실 정직원의 계약직 전환과 인원 감축을 통보한다. 조장인 지현은 힘을 모아 이 상황을 해결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순옥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은우를 밀어내려고 하고, 미자는 호시탐탐 살아남을 기회만 엿보고 있다. 그러나 정직 퇴사 위기에 몰린 은우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때에 모친 ..

한국희곡 2025.05.09

괴테 '우어파우스트'

꿈 속의 음악과 함께 세 마리의 아름다운 새가 하늘을 난다. 허공에 철창이 나타나며 그 중 한 마리가 갇혀버리고 사라진다. 한 마리의 새는 갇혀버린 새를 구해보려 하지만 그의 시야에서 없어져 버린다. 지식의 고통으로부터 고뇌하는 "파우스트"의 모습 파우스트 "철학, 의학, 법학, 신학까지 인생을 바쳐 연구했지만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내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몰래 케낼까 하여 마법에게 내 몸을..." 삶과 세상의 이치에 대해 허망함을 느낀다. 방황하다 술집에 쓰러진 파우스트. 그런 그에게 나타나는 메피스토. 그에게 순수한 처녀 마가레테(그레첸)을 만나 설레임을 느끼고, 역시 악마의 도움으로 그녀와의 사랑을 이룬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점점 마가레테를 파멸..

외국희곡 2025.05.09

공동창작 이해제 연출 '바늘구멍사진기'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맡는 모든 것은,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연 실습 시간에 만들어 보았음직한 《바늘구멍사진기》 흐릿함에서 선명함으로 도립에서 정립으로 허상에서 실상으로 그러나 갈 수 없는 진실을 가지고 있는 원시적(原始的) 사진기 인간의 삶은 얼마나 그러한 눈(구멍)을 통해 왜곡되어져 있는가 이제부터 우리는 자신들을 흉측한 《바늘구멍사진기》 앞에 피사체로 세워놓으려 한다. 이 이야기는 아직까지 줄거리가 없다. 창작 형태를 보라. 세상의 모든 이야기의 시작을 보라. 한 점에서 시작하여 선이 되고 면이 되고 입면체가 된다. 《바늘구멍사진기》를 통해 본다면 이야기 자체도 다만 꾸며놓은 허구 자체일 뿐. 《바늘구멍사진기》를 통해 본다면 모든 것..

한국희곡 2025.05.09

지호원 '달빛에 젖어 잠들다'

할아버지의 제삿날. 가족들이 제사준비로 바쁘다. 노모도 오셨고, 장남인 정우가 9살 때 돌아가신 부친께 술을 올린다. 정우의 아들, 석이와 같이 절을 한다. 노모의 얘기로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단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김병권의 생존 당시의 일이 노모의 기억으로 재생된다. 출판사 사장이었던 김병권. 당시 영업부장이 개인사정으로 갑자기 그만두다 보니 수금을 위해 매달 출장을 가야했다. 부산을 거쳐 광주에 총판 서점을 들려오는 일정이었다. 1980년 5월17일 광주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틀 후면 돌아오는 일정인데 일주일 째 연락도 없이 행방불명된 것이다. 출장 열흘만에 집에 돌아온 김병권. 아무일 없던듯 일에 매진한다. 그 후, 3, 4개월 후... 형사들이 들이닥쳐 조사할 것이 있다고 끌려간다. 다짜고..

한국희곡 2025.05.08

강보름 구성 '2024 -풀이연습 '

2024년 새롭게 돌아온 ! 사랑에 빠지고, 멀리 도망쳤다가, 빙 돌아 다시 만난 나의 전통. 우리는 지금 어떤 모양으로 함께 하고 있을까? 앞으로도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을까? 연희, 소리북, 대금, 판소리, 연극이라는 서로 다른 기반을 가진 출연자들이 뒤섞이는 본격 버라이어티 페이크 전통 다큐 퍼포먼스다! 각자가 따로 또 같이 어울려 공연하다가 개인적인 방백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20년 후 나의 모습은? 을 말하는데 다들 꿈이 야무지다. ‘공간 서로’에서 초연을 올린 은 2024년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 공연에서는 카메룬 출신의 소리꾼 마포 로르의 삶과 소리를 담은 1인극으로 프랑스와 한국에서 이방인, 이주민으로서 겪었던 감정을..

한국희곡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