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밤 11시 45분 지하철 플랫폼. 의자 세 개가 전부인 단출한 무대, 단 두 명의 배우만 출연한다. 20대로 보이는 남녀. 여자는 울고 있을 뿐이다. 남자는 모노드라마에 가깝게 느껴질 만큼 객석을 향해, 또는 여자를 향해 혼자 말한다. 내용은 하나. "울고 있는 저 여자…왜 저기서 저러고 있을까요?" 빌려 입은 듯 제 몸에 맞지 않는 헐렁한 양복을 입고 입사원서를 내고 왔다는 남자의 현실, 묻어둔 사연 하나 꺼내 같이 울고 싶게 만드는 여자의 눈물, 그러나 여자는 말이 없이 울고 그 역시 얼마전 다른 여자의 말 건넴을 묵살한 적이 있었다. 단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을 그 여자가 그 이후 선택한 길을, 울고있는 저 여자에게 자신의 말 건넴이 묵살당했던 이 남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