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74

코너 맥퍼슨 '더블린 캐롤'

무대는 장의사 존의 음울한 사무실로 극의 중심인물인 존은 그의 직업상 늘 죽음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의 무감각한 성격과 술에 취해있는 행동은 장의사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극중 자신을 비하하며 쉴새 없이 쏟아내는 그의 과거지사는 단순한 수다가 아닌, 과거에 대한 회한이 어려 있다. 알콜중독으로 얼룩져 있는 삶, 그로 인한 가족과의 결별, 도피처가 되었던 캐롤, 그리고 존을 구원시켜 준 마크의 삼촌 '노엘'.. 존의 은인인 노엘이라는 이름은 연극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여 진다.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부르는 캐럴 송의 노엘이라는 단어는 구세주를 뜻하고, 연극의 노엘은 존의 구세주를 상징하는 것이다. 작가 참 센스 있다. 주정뱅이 존은 길거리를 방황하다가 노엘로부터 구원을 받아 세상을 다시 살아갈 ..

외국희곡 2023.12.06

이윤설 '모든 이에게 모든 것'

강릉 바닷가 별장에 전남 벌교의 억척스러운 신랑 가족과 새침한 서울의 신부 가족이 결혼식을 위해 모였다. 하지만 이 경사스러운 날에 어딘지 모르게 이들의 만남은 부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데, 그것은 바로 이 결혼식이 생면부지의 처녀총각을 맺어주는 영혼 결혼식이었기 때문! 자살한 시인 지망생 총각과 피아노전공의 처녀를 위한, 저승과 이승을 조밀한 이 혼례식에 초대된 이들, 과연 이들의 혼례는 무사히 치러질까? 은 가족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던 두 남녀의 뜻밖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두 집안이 만나 영혼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그들의 죽음 뒤에 밝혀지는 진실을 통해 가족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막연한 기대감에 상처받고 때로는 가장 가까운 이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생각에..

한국희곡 2023.12.05

이근삼 '멀어지는 기적'

1963년에 발표된 단막이다. 60년대 초반의 작품이라 당시의 먹고 살기 어려웠던 국내사회의 여러 면을 볼 수 있다. 단막이지만 작가는 이 작품 속에 여러 이야기를 얽기설기 엮어 놓았다. 그 것이 마지막에는 모두 풀어지는 모양새로 끝나는 비극으로 봐야 한다. 이근삼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코미디가 주류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 중 과 이 비극으로 분류되는 지라 희소성이 있는 작품이다. 무대는 마을과 국도를 잇는 지점에 있는 시골 가게 집. 차를 기다리는 장소. 막걸리 집, 잡화상을 겸한 초라한 오두막집이다. 주인공 명진은 형님 명회와 조카 상복, 그리고 병환중인 아버지를 모시고 이 가게를 도우며 그럭저럭 지낸다. 특히 형은 조카 상복을 낳다가 형수가 후유증으로 죽고 본인마저 시외버스의 부딪혀 한쪽 다리를 잃..

한국희곡 2023.12.05

박환용 '너덜강 돌무덤'

이 작품은 개화世代, 식민지 세대 등 2代의 짓밟힌 민중의 이야기를 묘사한다. 월례의 엄마는 풍각쟁이 성구와 결혼해 살다 남편은 온다 간다 말없이 떠나고 월례를 낳고 그후 양반 종가집에 하녀로 일하다가 임신한 것이 들어나 동네사람들의 문초 끝에 아무 얘기 못하고 맞고 그 죄로 외딴 곳에 갇힌다. 그러나 그 씨는 종가집 큰 자제와의 불륜으로 그 죄를 본인이 안고 물에 투신한다. 월례만 달랑 남겨 두고… 시간을 10여년 흘러 월례가 17살 때. 동네 씨름장사인 덕보가 씨름판에서 장원을 하고 월례와 결혼하겠단다. 덕보 어미는 그애 어미의 과거를 알고 덕보를 달래보나 막무가내이다. 할 수 없이 결혼을 시킨다. 그리고 흥겨운 혼례 한 마당. 아들도 낳고 때마다 씨름대회만 열리면 따논 당상이지만 요즘은 일본군과 의..

한국희곡 2023.12.04

주평 극본 '구두장이 한스'

원래 그림형제의 동화 “구두장이 한스와 요정”들은 먼 옛날, 가난한 구두 기술자 ‘한스’는 마지막 구두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4명의 작은 요정들이 착한 일을 하러 내려온다. 한스가 잠든 사이 그들은 멋진 신발을 한 켤레 만들고, 다음날 아침 즉시 그 구두는 허영심 많고 구두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왕에게 팔리게 된다. 곧 왕은 한스를 왕실의 구두 기술자로 임명한다. 그러나 한스는 우연히 요정들을 보게 되고 이제 요정들은 그를 더 이상 도울 수 없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이 작품은 요정이 아니고 악마가 나온다. 극본을 쓴 주평 작가는 파우스트의 악마를 여기에 등장시켜 가난한 한스에게 평생 일해도 빚만 늘고 가난하게 사는 꼴을 벗어 나기 위해 구두 못 상자의 못을 금전으로 바꿔주는 마술로 한스를 꾄다..

외국희곡 2023.12.04

존 밀링턴 싱 '성자의 샘물'

성자가 가지고 있는 샘물이 있는데, 그 샘물은 장님의 눈을 뜨게 한다. 이 근처로 눈먼 늙은 거지 부부가 나타난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본 일이 없고, 각기 자신이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성자가 이 두 거지의 눈을 뜨게 했더니, 서로 상대방의 추한 얼굴을 보고 놀란다. 그래서 욕설과 싸움을 하고 헤어진다. 그러다가 눈은 다시 멀게 되고, 둘은 우연히 부딪쳐 만난다. 다시 말을 시작하고 옛날로 돌아간다. 이때 또 성자가 나타나서 눈을 또 뜨게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늙은 거지는 성자의 손에서 물이 든 통을 땅에 떨어뜨리게 한다. 환상과 희망을 가진 장님 생활이 쓰라린 현실을 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작가 싱의 예상과 웃음이 잘 통일된 유머로 표현한다. 아일랜드 민담을 소재로 하여 쓴 이 작..

외국희곡 2023.12.04

장소현 '춘향이 없는 춘향전, 사또'

는 고전 춘향전을 오늘에 맞게 패러디한 작품이다. 춘향이 살던 시대와 현재를 오가며 춘향이 없이 변학도와 이방, 2명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춘향전을 이끌어간다. 대부분 익히 알고 있는 춘향전인데 특이한 것은 고전에서는 암행어사 출두를 예감한 변학도가 똑같이 생긴 평민을 훈련시켜 대신 잡히게 하고, 특히 오늘의 변학도는 남원지방 행정관료로 불법 인허가 등으로 돈을 챙겨 미국으로 사전 출국하는데, 공항에서 비서관(이방)을 만나서 같이 탈출한다. 그리고 산타 모니카 해변에서 낚시하며 고국 생각을 하며 끝난다. 작가는 고전 춘향전을 오늘의 시각으로 양반 계급과 권력계층의 비도덕적 위선과 횡포를 현재 상황에 비추면서 풍자와 해학으로 재미있게 풀어낸다. 이 연극은 우리의 영원한 고전인 춘향전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한국희곡 2023.12.03

정복근 '산넘어 고개넘어'

줄거리 산 속 주막에 누구든지 살기 좋다는 남촌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남촌으로 가려면 열두 고개가 있는 산을 넘어야 하는데 그 산 속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여우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10명이 함께 가면 무사히 넘을 수 있다는 소리에 그들은 일행이 다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반년이 넘도록 기다렸는 데도 10명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9명의 사람들은 주막에서 일하는 영감을 데리고 출발하기로 한다. 그 영감은 예전에 그 산을 넘다가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이다. 그래서 쉽게 동행하려고 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애걸과 협박에 못 이겨 따라가게 된다. 그들은 다섯째 고개까지는 그런 대로 무사히 넘어간다. 다만 짐승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오고 찢어진 옷자락들이 널려 있어..

한국희곡 2023.12.03

손턴 와일더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작품의 문체와 주제를 대담하게 그려내는 혁신적인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손턴 와일더는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소설과 드라마 부문에서 세 개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기도 한 그는, 1928년 두 번째 소설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The Bridge of Luis Rey)](1927)로 첫 번째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이어 1938년에 희곡 [우리 읍내(Our Town)]로, 1943년에는 희곡 [위기일발(The Skin of Our Teeth)]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세기의 작가로 떠올랐다. 첫 번째 퓰리처상 수상작인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는 미국 문학에서 비견할 만한 작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도덕적 우화이다. 무명작가였던 와일더가 격동의 1..

좋아하는 소설 2023.12.02

T. S. 엘리엇 시극 '황무지'

현대시의 고전 ‘황무지’는 고대 성배(聖杯)의 전설을 제재로 한 자유시다. 엘리엇의 시집 《황무지》(1922)에 실렸다. 성배의 전설은 이렇다. 어부 왕(‘사람 낚는’ 어부인 예수를 상징)이 저주를 받아 성(性) 불구자가 된다. 그가 다스리는 나라에 기근이 들고 강은 메말라갔다. 저주를 풀기 위해선 마음이 순결한 기사(騎士)가 황무지 한복판에 있는 성당으로 가서 위험을 무릅쓰고 성배(최후의 만찬 때 쓰였고, 후에 예수가 십자가에서 창에 찔렸을 때 흘린 피를 받았다는)를 찾아야 한다. 만일 성배를 찾게 되면, 어부 왕은 건강을 되찾고 황무지는 다시 풍요로워진다는 전설이다. 엘리엇은 민간의 신화적·종교적 맥락을 창작에 활용해 근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허기와 갈망, 외로움, 무분별한 성(性)적 남용을 고대 황..

외국희곡 2023.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