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74

김성민 '필연의 장소'

대학강사이자 작가인 현우는 어느 날 문득(우연히 또는 필연적으로) 집을 나와 카페 헤븐스토리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3년이란 시간이 흘러간다. 카페 헤븐스토리는 평범하거나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 외곽의 카페이다. 어린 시절 자식을 버리고 도망갔던 박카스 아줌마 은혜와 마침내 그 엄마를 찾아내 은밀한 거래를 시작한 아들 광식. 술을 끊고 갱생을 다짐하는 일용직 노동자 종우와 그런 남편과 어린 딸을 두고 가출해야만 했던 아내 미란. 차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채 삶을 견뎌내고 있는 중년의 정비공 흥배, 100살 인생계획을 세우며 자신의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보험 설계사 기태. 그리고 집 나간 남편의 전화를 3년째 기다리는 아내 소희와 이제 막 새로운 인생을 다짐하고 아내에게 돌아가려는 ..

한국희곡 2023.12.31

귄터 그라스 '양철북'

정신병원에 수감된 오스카르 마체라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일단 자신의 조부이자 폴란드 민족운동가였던 콜야이체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렇게 감자밭으로 도주한 뒤 순진한 소녀인 오스카의 조모와 마주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감자를 굽고 있는 그녀의 치마 속에 숨어 들어간다. 경찰은 치마를 들출 생각은 당연히 못하고 돌아가고, 그 와중에 그 짓을 한 모양인지 아니 대체 어떻게?! 오스카의 어머니를 임신한다. 오스카의 어머니 아그네스 콜야이체크는 폴란드인 사촌인 얀 브론스키를 사랑하지만 독일인 알프레드 마체라트와 결혼하고, 브론스키는 헤드비히라는 여성과 결혼해 슈테판이라는 아들을 둔다. 이 작품에서 반복되는 2차 대전 이전 폴란드(브론스키)-나치 독일(마체라트) 대립의 시작. 이런 과정을 거쳐 ..

좋아하는 소설 2023.12.31

외된 폰 호르바트 '우왕좌왕'

익살극 은 두 나라 국경 사이를 흐르는 강의 다리 위에서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는 한 남자를 보여 준다. 하블리체크는 왼쪽 나라에서 "반세기” 동안 살았으며 "30년”이나 세금을 내 온 조그마한 약방 주인이었으나, 이제 파산한 이방인이라고 강제로 추방당한다. 그는 왼쪽 나라 국경 관리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지만 통하지 않고 건너편 오른쪽 나라로 쫓겨난다. 오른쪽 나라는 하블리체크가 출생한 나라, 즉 그의 고향으로 바로 그곳에 그의 거주권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블리체크는 다리를 건너 오른쪽 나라 국경 검문소로 가서 국경을 통과하려고 하지만, 이 나라 법이 이미 오래 전에 개정되었다고 한다. 하블리체크는 외국에 오래 체류하면서 신고기간을 놓쳤기 때문에, 거주권을 상실한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 나라..

외국희곡 2023.12.30

이주영 '토카타'

수면 아래 가라앉은 그날의 진실... 거센 기교를 가진 전주곡으로 메아리치다. 다정한 부모님과 단란한 생일잔치를 마친 샛별은 또 다른 집을 향하고, 거기엔 샛별의 생일을 축하하는 또 다른 부모님이 있다. 11년 전, 이모 부부와 샛별 가족의 여행... 샛별과 사촌 지간인 은수는 같은 물살에 휩쓸리고 이모부는 자신의 친자식이 아닌 처조카 샛별을 구출해서 나온다. 이후, 이모와 이모부는 샛별을 친딸처럼 여기고 샛별도 잘 따르자 샛별의 부모는 알 수 없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으로 딸을 내어주다시피 한다. 샛별은 자신이 어디에라도 상처를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친부모님, 이모부부의 사랑을 한꺼번에 받으면서 은수가 하지 않았던 피아노의 재능을 발휘해왔다. 은수의 죽음은 두 가족 모두에게 아픔이기에 모두가 없었던 일처럼 ..

한국희곡 2023.12.30

알렉산드르 푸시킨 '보리스 고두노프'

이 작품의 배경이 된 '동란의 시대'를 살펴보자. 러시아 역사에서 참칭자 그리고리 오트레피예프가 나타난 1604년부터 미하일 로마노프가 새로운 황제로 등극한 1613년까지 약 10년 동안을 '동란의 시대'라 한다. 이 시기에 심한 기근, 모스크바 통치권의 계승 문제, 사회적 무질서로 인한 내란, 참칭자의 등장, 외국의 간섭 등으로 백성의 삶은 황폐해졌고, 국가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참칭자의 출현에서부터 미하일 로마노프가 새 황제로 선출된 때까지 러시아 황제 자리를 둘러싼 암투는 절정에 이르렀다.에 나타난 사건의 시간은 1598년 이반 4세의 아들 표도르가 죽은 때부터 시작, 1605년 가짜 드미트리가 제위에 오르게 되고 보리스의 아내와 아들이 살해되자 끝난다. 러시아 역사에서 대귀족{..

외국희곡 2023.12.29

백미미 '생일 파티'

이 이야기는 황량한 저택의 한가운데서 시작한다. 저택의 주인인 리사와, 오랜 친구인 배우 그리고 그들의 대학 동기인 사장과 작가, 그리고 사장의 여자 친구인 이영이 이곳에 모여 있다. 지금, 이 저택의 밖에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나가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죽음으로부터 도피해서 이 저택에 모인 것이다. 외부와의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들은 날짜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기도 끊겨 밤에는 촛불과 손전등에 의지해야만 하고, 음식이라곤 통조림과 과자 같은 것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불청객이 자꾸 이 평범한 일상을 깨뜨린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영양가 없는 잡담을 주고받거나, 과거에 묻어놨던 타임캡슐 속에서 추억을 찾는 와중에 이 불청객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으로 일..

한국희곡 2023.12.29

카릴 처칠 '탑 걸스'

제목이 상당히 반어적인 「Top Girls」는 처칠의 작품 중 모든 등장인물이 전부 여성인 유일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초현실적 저녁만찬으로 시작된다. 이는 「Top Girls」 직업소개소의 여자 직원이었던 말린이 이사로 진급하면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서 여는 만찬이다. 이 만찬에 역사에 등장하는 '여성 유명 인사들을 여러 명 초대한다. 이들이 말린의 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에 그들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던 지위를 말린이 현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 등장인물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남성들을 위해 사회에서 마련한 역할들을 해냄으로써 명성을 얻게 되는 그룹과 가부장적 문화가 요구하는 이상적 여성상을 생활 속에서 실천함 으로써 그들의 존재가치를 얻..

외국희곡 2023.12.28

윤미희 '물고기 뱃속'

어느 여름날, 비 내리는 부둣가에서 복자와 유나는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대화는 처음부터 삐걱거리긴 하지만 어떻게 또 흘러간다. 배를 탈까 말까 끝까지 망설이는 복자는 유나와 함께 배에 타게 되면서 둘은 서로의 여행 메이트가 된다. 배 위에서 복자는 유나에게 자신이 받은 편지를 소리 내어 읽어줄 것을 부탁한다. 유나는 편지 내용을 본 후 거절하지만 복자의 거듭된 부탁에 결국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복자의 딸이 복자에게 준 것으로, 복자를 원망하는 내용이다. 복자는 유나가 편지를 다 읽은 후, 편지를 찢어 바다에 버린다. 복자는 자신의 고민을 꺼내놓은 후, 유나에게도 고민을 이야기하라고 한다. 유나는 이신(이중임신)한 상태이다. 비슷한 시기에 두 남자와 잔 것이다. 복자는 순간 유나를 비난하고 유나는 그..

한국희곡 2023.12.28

아돌 후가드, '마스터 해롤드'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해롤드 주인님... 그리고 소년" 정도로 번역될듯 한데... 무릇 남아공의 이 아돌 후가드 작품들을 보면 당시 그나라의 심각한 흑백 인종 차별을 모르고는 작품에 빠져들기가 어려울 듯 하다. 이 작품이 한국 초연된 때도 1980년대 초반인지라 그런 흑백 갈등이 심화된 때이고 당시 한국 사회상과 맞물려 많은 동질감을 가지고 접했지만 90년대 흑인 정권 수립이후 많은 정책의 변화가 이뤄져 요즘의 젊은이들은 단지 피상적으로 들었거나 했기에 작품을 이해하기에 미흡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50년대이다. 인구의 90%가 흑인이면서 10% 백인의 우월정책과 신분적 제약으로 거의 하인급의 생활로 연명했던 당시의 얘기가 이 작품의 배경이다. 다방겸 바인 무대에 2명의 하인이 ..

외국희곡 2023.12.28

하우 '달문을 찾아서'

소문에 소문이 더해져 나라에 난리가 난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조선 후기, 한양의 이야기꾼인 태암은 도성을 돌아다니며 광대 달문의 이야기를 통해 要錢(요전)을 하며 생활한다. 이야기 속의 달문은 무진년(戊辰年) 봉기에 장두로 선 광대이다. 시정의 백성들은 광대 달문의 생존 여부와 행방을 궁금해 하며 태암의 이야기에 점차 빠져든다. 하지만 태암의 이야기에 몰입될수록 자신들을 옭아매는 굴레와 모순된 봉건적 현실을 서서히 인식한다. 한편 민중봉기를 통해 기존 체제의 전복을 꾀하는 떠버리는 엿장수로 변장하여 소문을 통해 백성들을 선동하고 봉기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자신의 정통성과 생모(生母)의 출신 성분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던 임금은 선정(善政)을 통해 성군(聖君)이라는 칭송을 받고자 하나, 왕위 계승에 있어..

한국희곡 2023.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