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0 2

신안진 '낮은 칼바람'

1931년 만주, 하얼빈 북쪽 대흥안령 아래 외딴 객점. 객점 주인 ‘용막’과 건달 ‘종수’ 그리고 ‘수염’은 한족 지주들과 어울려 며칠째 투전과 아편에 빠져 있다. 객점의 일꾼 ‘금석’은 용막의 눈을 피해 글 배우기에 여념이 없지만, 어떤 꿈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이다.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인 ‘야마모토 중위’와 ‘마에다’ 하사, 돈으로 팔려 온 어린 신부 ‘부근’과 ‘맹포수’는 늑대들의 하울링과 칼바람을 피해 작은 객점으로 몰려오고, 객점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서부극을 표방한다. 허나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여기서는 인물들을 명확하게 선악으로 구분해놓지 않는다. 극 중에는 총 아홉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 조선인이 일..

한국희곡 2023.12.20

오혜원 '특별한 저녁식사'

“무슨 일이 있어도 모두 모이라”는 막내딸의 긴급연락을 받은 핵(폭탄?)가족!! 먼저 도착한 가족들은 늘 그랬듯, 귀는 닫고 입만 열어 자기 얘기만 한다. 엄마는 꿈이 불길하다며 딸 걱정에 신경이 날카롭고, 아버지는 “당신 꿈은 늘 개꿈이었지.” 엄마 속을 긁는다. 늦은 나이에 여전히 락커를 꿈꾸는 아들 건우는 “결혼은 언제 할꺼냐?”는 잔소리에 ‘예술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들먹이고, 큰딸 선미는 여전히 지구온난화를 설파하며 가족들에게 후원금을 강요한다. 드디어 도착한 막내딸, 특별한 손님이 온다며 “제발 화목한 가족인 척 해달라”는데…. 모두 모이라는 막내딸의 연락에 오랜만에 모인 가족의 모습은 전혀 단란한 풍경이 아니다.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에게 다단계 치약을 판매하려 하고, 첫째딸은 환경운동..

한국희곡 202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