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74

김명화 '카페 신파'

‘카페 신파’(김명화 작·임영웅 연출)는 무대에서 퇴장한 배우들의 뒷모습뿐만 아니라 연출가, 기획자, 평론가 등 무대 밖 연극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다룬, 일종의 자화상 같은 작품이다. 관객들은 이 역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연극’이란 걸 알면서도 금단의 세상을 엿보는 듯한 묘한 호기심으로 무대를 바라보게 된다. 무대는 대학로 후미진 골목길에 위치한 낡은 카페 ‘신파’. 맘씨 좋은 마담이 연극인들의 후원자 노릇을 자처한 덕에 곧 문을 닫게 된 이곳에 연극인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면서 극이 전개된다. 이들이 농담처럼, 푸념처럼 털어놓는 얘기들은 연극을 향한 듯하지만 결국엔 삶을 겨냥하고 있다. 과거에 연기했던 인물들이 들락날락해 자꾸 대사를 씹는다는 중견 배우, 어떻게 사람들이 다 주인공 역만 맡느냐며 중요..

한국희곡 2023.12.27

최인호 '가위 바위 보'

부제 타악기를 위한 변주곡 전4막, 극단 산울림 제8회 공연작품 연출 임영웅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소통 부재와 현대인들의 소외감을 극복하려하는 행위가 이웃을 제물로 삼아 퇴화된 원시충동을 표출하려는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된 작품이다.. 부제 타악기를 위한 변주곡 으로 붙여진 이 작품은 한 아파트에 살인마로 소문이 난 한 위층 남자와 이웃 어린아이의 행방불명이라는 상황이 겹쳐져 아파트내의 여인네들이 경비와 더불어 위층남자의 집을 급습하게 되는데... 호기심과 동정심에 휩쓸려 한 평범한 주민이 거의 살인마에 유괴범, 강간범으로 매도 된다. 결국 실험용 쥐 같이 피해를 보게되는 위층 남자.. 그리고 행불된 아이는 부모의 간섭에 절도와 가출이라는 반항에서 일탈 한것으로 나타나고..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한국희곡 2023.12.26

정복근 '실비명'

1980, 90년대에 가장 활발히 활동한 여성 극작가. 4.19세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1980년대적 현실에 대한 몽타쥬적 제시라는 독특한 자기 영역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를 중년의 시각, 중산층 여성 지식인의 시각으로 그림.성고문 문제. 중산층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며 딸의 성고문 사실에 무력한 엄마 은옥의 이야기. "배운이들이 얼마나 파렴치하게 생존하는지" 서정적인 독백체의 대사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소리들, 이질적으로 중첩되는 장면들의 몽타주 효과. 이 작품속에 나오는 등장인물 모두는 의식속에서 괴로움을 당한다. 아귀같은 삶을 살아온 은옥의 의식속에 현이가 침투해 들어와 아픔을 주고 철저하게 현실적인 삶은 살아온 광식의 의식속에 정우가 침투해 들어와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결국 이 모든 사람들의..

한국희곡 2023.12.26

마르셀 빠뇰 '너의 이름은 화니'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항구. 아들의 가출로 심한 우울증에 빠져있는 세잘은 까페로 친구들이 찾아와 위로해 주지만, 남들에게 불쌍해 보이는 것이 더욱 서러워 그들을 박대하고 오직 아들 소식만을 기다리며 힘없이 지낸다. 세잘의 아들, 마리우스의 애인이었던 화니 또한 큰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그녀의 어머니도 근심이 쌓여만 간다. 마리우스가 바다로 떠난 지 두 달 만에 세잘은 그의 편지를 받아볼 수 있었고 어엿한 청년으로서 자신의 길을 택한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뿌듯해 하지만 화니는 자신의 안부만을 물은 그에게 서운하여 더욱 의기소침해 진다. 사람 좋고 인정 많은 빠니스는 세잘과 같은 연배지만 젊고 아리따운 화니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화니의 ..

외국희곡 2023.12.26

이어령작, 김의경 각색 '무익조'

이어령 선생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제목은 날개가 없는 새, 키위(KIWI)의 우리말로 공군 내에서 조종사가 아닌 지상 근무 조를 뜻하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피해 도망간 비겁자를 지칭하며 인간에 대한 모멸의 호칭으로 쓰인다.6.25 전쟁 당시 공군으로 근무하며 전쟁터를 누비던 주인공 박준과 포화를 피해 미국으로 떠났던 그의 친구 김 박사의 만남을 그린다. 작품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 앞에서 명예를 위해 살아가던 사람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룬다.    나에게 날개는 있는가? - 원작 李御寧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廣場'은 現代人의 病院이라고. 붕대나 머큐럼으로 바를 수 있는 傷處라면 별로 대수로울 것이 없겠다. 그러나 現代人들은 눈으로 볼 수 없고 청진기..

한국희곡 2023.12.25

안장훈 '요한 지옥에 갔다?'

희곡, 안장훈 작 “요한 지옥에 갔다?” 는 세인들의 통념을 크게 뒤집어 놓고 있다. 곧, 메시아가 오기 전 엘리아의 심령과 능력으로 사람들을 회개시켜 세례를 주고 메시아를 증거한 요한이 하늘 나라에 가지 못하고 지옥에 가서 자학과 고통 속에 지내는 것으로 작품 속의 얘기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 속에서야 나름대로 그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요한이 지옥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성경의 관련 구절들을 근거로 요한의 영(靈)이 스스로 말하는 것으로 꾸미고 있지만 여기에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요한의 태어남과 활동에 대해서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자칫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복음을 포함하는 성경 자체가 원본을 무엇으로 누가 번역했느냐에..

한국희곡 2023.12.25

이지훈 '(셰익스피어) 여로의 끝'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613년 귀향하여 1616년에 죽었다. 28년 만에 돌아온 고향 스트랫포드. 아내 앤과 혼기를 놓친 작은 딸 주디스가 New Place 집에 살고 있고 큰 딸 수잔나는 결혼 후 근처에 살고 있다. 아들 햄닛은 작은 딸 주디스와 쌍둥이로 태어났는데 11살 때 전염병으로 죽었다. 윌의 부모도 이미 다 죽었으며 뉴 플레이스에는 부부와 딸 주디스만 남게 된다. 윌에게 아내 앤은 이제 낯선 여인이다. 너무나 오래 떨어져 있어서, 윌은 고향에서 자신을 타자로 느낀다. 에이번 강가에 홀로 앉아 그는 런던에서의 삶을 반추한다. 자신이 쓴 시와 비극,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 극단 후원자 사우스햄튼 백작, 자신의 수많은 애인들.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죽음을. 돌아온 땅은 윌에게 잊었던 앤과의 옛사랑을..

외국희곡 2023.12.25

윤미희 '이팡곰 물생미'

‘이팡곰 물생미’는 메이가 여행 중에 여러 존재들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일들과 곰팡이들의 세계를 총 19개의 장면에 걸쳐 만든 연극이다. 사는 이유를 잃어버린 메이는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며 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노력하지만 잘되지 않고, 대신 그 여정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일으키는 충돌과 화학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며 무언가를 주고받는다. 각 장면의 장소는 여러 곳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장소일 수 있다. 그곳에서는 누군가에게는 영원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간다. 작가의 말 - 윤미희 는 2021 창작산실 대본공모 선정작으로, 2022년 3월 낭독 쇼케이스를 거친 후 이번 10월 본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는 부유하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는 이유를 잃..

한국희곡 2023.12.24

에밀 졸라 '테레즈 라깽'

이 희곡 테레즈 라깽(1873) 대본은 에밀 졸라 본인이 자신의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1860년대 프랑스. 어린 시절, 아버지에 의해 고모에게 맡겨진 뒤 병약한 사촌 까미유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테레즈. 청소년기를 고모와 까미유의 수발을 들면서 보내온 테레즈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까미유와 애정 없는 결혼을 하고, 파리로 함께 이사한다. 무의미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까미유의 소꿉친구인 로랑이 그들을 찾아오고, 테레즈는 까미유와 달리 완숙한 남성미를 지닌 로랑에게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긴다. 두 사람은 곧 은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기 시작한다. 밀회가 아닌 완벽한 사랑을 꿈꾸던 로랑과 테레즈는 걸림돌인 까미유를 없애기로 계획한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완전범죄에 성공..

외국희곡 2023.12.24

이소연 '쿠르간'

카자흐스탄의 어느 벌판, 커다란 쿠르간(고분)이 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쿠르간을 파헤치는 1937년의 고려인들과 어떤 미래의 고고학자들. 강제이주를 당해 어딘지 모를 황야에 버려진 소녀 율리야의 가족(A)과, 중앙아시아에서 신라 왕족의 흔적을 찾기 위해 죽은 한박사 대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남소영(B)이 교차되고, 연결되며, 위로하는 이야기다. (A) - 땅굴을 파 몸 뉘일 집을 짓던 율리야는, 다리를 다친 조선인 일본군 강산을 만나 치료해준다. 한번도 조선에 가본 적 없지만 스스로를 조선인이라 칭하는 율리야에게 강산은 조선의 놀이와 노래를 가르쳐준다. 그러나 강산은 조선 의병대 출신 응수(율리야의 할아버지)에게 정체를 들키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 율리야는 강산이 조선 사람이라며..

한국희곡 202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