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백미미 '생일 파티'

clint 2023. 12. 29. 10:45

 

 

 

이 이야기는 황량한 저택의 한가운데서 시작한다. 
저택의 주인인 리사와, 오랜 친구인 배우 
그리고 그들의 대학 동기인 사장과 작가, 
그리고 사장의 여자 친구인 이영이 이곳에 모여 있다.
지금, 이 저택의 밖에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나가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죽음으로부터 도피해서 이 저택에 모인 것이다. 
외부와의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들은 날짜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기도 끊겨 밤에는 촛불과 손전등에 의지해야만 하고, 
음식이라곤 통조림과 과자 같은 것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불청객이 자꾸 이 평범한 일상을 깨뜨린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영양가 없는 잡담을 주고받거나, 
과거에 묻어놨던 타임캡슐 속에서 추억을 찾는 와중에 
이 불청객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으로 일상을 산산조각 내 놓는다.
죽음이 삶을 압박하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축하하는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아니면 우리는 이 별 것 아닌 삶 속 매몰된 채

그저 살아나가는 일만을 반복할 것인가?

 



'생일파티'하면 흔히들 즐거운 것을 떠올리곤 한다. 
더군다나 유명한 첼리스트의 저택에서 이루어지는 생일파티라고 하면 
화려하고 떠들썩한 파티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하지만 이들이 저택에 모인 이유는 원인 모를 죽음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서다. 
저택의 밖에서 삶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가며, 
등장인물들은 그 죽음을 피하기 위해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날짜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전기도 끊겨 밤에는 촛불과 손전등에만 의지해야 하며, 
음식이라고는 통조림과 과자 같은 것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저택에 모인 다섯 명의 인물들은 모두 저택의 주인 '리사'의 친구들로서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의 배우, 
그리고 희곡을 쓰는 작가, 이들의 친구인 사장, 사장의 여자친구 이영. 
이영은 평온하지만 지루한 일상을 깨기 위해 리사의 생일 파티를 
화려하게 하기로 계획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청객은 이들의  일상을 산산조각 내고, 
이들은 불안에 잠겨 점차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죽음을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되어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언제 어떤 식으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물들은 
서서히 일상과 다른 방식으로 말하며 행동하게 되고.... 
죽음에 직면한 인물들이 자신들의 불행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정말 이들의 불행이 '죽음'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의 말과 행동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연극의 내용은 코로나 사태로 죽음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 
관객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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