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하우 '달문을 찾아서'

clint 2023. 12. 27. 22:17

 

 

 

소문에 소문이 더해져 나라에 난리가 난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조선 후기, 한양의 이야기꾼인 태암은 도성을 돌아다니며 광대 달문의 이야기를 통해 要錢(요전)을 하며 생활한다. 이야기 속의 달문은 무진년(戊辰年) 봉기에 장두로 선 광대이다. 시정의 백성들은 광대 달문의 생존 여부와 행방을 궁금해 하며 태암의 이야기에 점차 빠져든다. 하지만 태암의 이야기에 몰입될수록 자신들을 옭아매는 굴레와 모순된 봉건적 현실을 서서히 인식한다. 한편 민중봉기를 통해 기존 체제의 전복을 꾀하는 떠버리는 엿장수로 변장하여 소문을 통해 백성들을 선동하고 봉기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자신의 정통성과 생모(生母)의 출신 성분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던 임금은 선정(善政)을 통해 성군(聖君)이라는 칭송을 받고자 하나, 왕위 계승에 있어 의혹을 품은 신하와 고혈을 빨리는 백성들의 불만과 울분의 소리에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 이를 느낀 도승지는 왕에게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을 거론하며역적의 꾀를 통해 달문으로 대표되는 호민과 그에 동조하는 백성들을 모조리 참살할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정치적 맞수인 신하들은 도승지의 주장에 대해 임금 앞에서는 덕치(德治)를 앞세우고, 뒤에서는 소문을 통해 임금의 정통성에 흠집 내기를 시도한다.

 

 

 

 

한때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 앞에서만 검무(劍舞)를 춘다는 소신을 가진 기생 채령은 딸조차 몰라보는 정승 아비의 생일잔치에서 춤을 추기를 거부하여 장()을 맞아 다리를 절게 되나, 자신의 진가를 알아본 달문을 가슴에 정인(情人)으로 품는다. 이후 검무를 추는 대신 소리를 통해 기생의 삶을 이어간다.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동복(同腹) 오라비 초평은 약점을 잡은 하수인 나발통을 통해 달문의 소식 캐내어 출세하고자 한다.

난리가 나기 며칠 전, 떠버리는 태암에게 이야기를 통해 혁명의 힘을 보태달라고 청하나, 태암은 떠버리가 세우고자 하는 새로운 나라의 허구성에 대해 꼬집으며 자신은 일개 이야기꾼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한다. 이때, 나발통을 통해 제보를 받은 초평이 이들을 덮치나 떠버리는 달아나고 태암만 옥에 갇혀 고문을 당한다.

 

 

 

떠버리는 이후 태암 대신 전기수가 되어, ()을 짓밟고 하늘에 오른 사악한 용의 목을 베는 달문의 이야기를 통해 백성들을 선동한다. 뒤이어 도성을 뒤엎을 난리가 시작되나,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기획한 도승지의 함정에 빠져들어 혁()의 깃발은 꺾이고 봉기에 참여한 백성들 모두가 참살된다이후, 태암은 옥에 갇힌 자신을 찾아온 채령에게 달문이 꿈꾸는 세상과 달문이 있는 곳을 일러준 후, 교수(絞首)된다.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채령은 동기(童妓)들에게 세상을 품었던 정인(情人)의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달문과의 재회의 꿈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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