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의 고전 ‘황무지’는 고대 성배(聖杯)의 전설을 제재로 한 자유시다.
엘리엇의 시집 《황무지》(1922)에 실렸다. 성배의 전설은 이렇다.
어부 왕(‘사람 낚는’ 어부인 예수를 상징)이 저주를 받아 성(性) 불구자가 된다.
그가 다스리는 나라에 기근이 들고 강은 메말라갔다. 저주를 풀기 위해선 마음이 순결한 기사(騎士)가 황무지 한복판에 있는 성당으로 가서 위험을 무릅쓰고 성배(최후의 만찬 때 쓰였고, 후에 예수가 십자가에서 창에 찔렸을 때 흘린 피를 받았다는)를 찾아야 한다. 만일 성배를 찾게 되면, 어부 왕은 건강을 되찾고 황무지는 다시 풍요로워진다는 전설이다.
엘리엇은 민간의 신화적·종교적 맥락을 창작에 활용해 근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허기와 갈망, 외로움, 무분별한 성(性)적 남용을 고대 황무지에 빗대어 그려냈다. 1부는 죽음과 재생에 의미를 담은 장(章)이다. 그런데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계절인 4월이 ‘잔인한’ 이유는 뭘까. 겨울 언 땅을 뚫어야 어린싹이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쩌면 추억이나 욕망이 거세된 한겨울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인은 행복했던 과거의 독일 생활을 회상한다. 내용은 리투아니아 출신 여인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시인의 의식은 다시 황무지로 이어지고 황무지의 구체적 이미지가 제시된다. 여기에서 시인은 구약(舊約)성경 ‘에스겔’의 구절, “인자(人者)여, 너는 말하기는커녕 짐작도 못 하리라”를 인용,
나라 잃은 유대인이 겪었을 고난을 시 읽는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이후 행에서 시인의 명상은 행복한 사랑의 노래로 이어지고, 사랑이 생의 절정 순간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이라는 절망적인 마무리로 이를 대조시키고 있다. 이것은 바그너의 가곡 ‘트란스탄과 이졸데’의 3막 24절을 인용한 것이다. 황량한 바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어, 잠시나마 느꼈던 사랑의 꿈이 깨어지고 다시 황무지의 현실로 돌아오는 절망감을 안긴다.
문명의 가면을 벗은 인간의 악마성과 19세기 제국주의, 인종차별의 광기는 불모의 공간인 ‘황무지’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시 ‘황무지’는 삶의 의미를 잃게 만드는 외로움, 공허함 등을 생생하게 그리지만, 역설적이게도 부활에 대한 기대 의식도 함께 담겨 있다. ‘황무지’와 같은 메마른 인물인 커츠가 죽음의 순간에서야 통렬한 자기 반성에 다다른 것도 희망을, 복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황무지' 1부에는 새벽 안개가 잔뜩 낀 런던브리지를 건너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엘리엇은 이 모습을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죽은 자들의 행렬로 묘사한다.
2부에서는 체스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무의미한 일상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욕망에 젖어 신음하는 런던의 종말론적 풍경이 펼쳐진다.
4부에서는 물에 던져져 재생 없는 죽음을 맞는 페니키아인 플레버스의 이야기를 통해 무한한 자유를 이야기하고,
5부에서는 드디어 비를 몰고 오는 먹구름이 등장하면서 시는 끝을 맺는다.
황무지의 마지막은 "샨티 샨티 샨티(Shantih shantih shantih)"로 끝난다. 샨티는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말이다.
《황무지》(The Waste Land)는 모더니즘 시인인 T. S. 엘리엇이 1922년에 출간한 434줄의 시이다. 이것은 “20세기 시 중 가장 중요한 시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시는 난해함이 지배하는 시로, 문화화 문학에서 넓고, 부조화스럽게 나타나는 풍자와 예언의 전환, 그 분열과 화자의 알려지지 않은 변화들, 위치와 시간, 애수적이지만, 으르는 호출 등이 나타나는 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는 현대 문학의 시금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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