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질 글루, A. C. 토마스 / 공동 作 '그날이 오늘'

clint 2023. 12. 1. 13:47

 

 

막이 오르면 집에 조화가 배달된다.

마가렛이 조화를 받는다.

아마도 이 집에 누군가 장례가 있는 듯하다.

잠시 후, 레이먼드가 오고, 그들의 아버지인 헨리 배스컴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

누나 마가렛을 위로한다. 어제 잠들고 편안하게 돌아가셨단다.

헨리 배스컴에게는 아들 둘, 딸 둘이 있다.

큰 아들 찰스는 대도시에서 회사에 근무하고, 마가렛이 큰딸.

오랜 동안 시집도 안 가고 80의 부친을 돌보았다.

둘째 아들은 하는 일마다 잘 안되어 별 볼일 없이 지내는 독신 남이고,

막내딸은 주디. 애들을 키우느라 정신없는 딸이다.

이들에게 조용히 장례를 치른다고 연락한 마가렛이다.

잠시 후 찰스 부부가 온다.

검은 옷을 차려 입고 정중히 들어오고, 부인 프렌시스도 같이 왔다.

아버지 헨리는 역사학자로 혹시 몰라서 타임지에 부고기사를 올렸다고 자랑하나,

마가렛은 질겁한다. 조용히 장례를 치르라는 건데,

마가렛이 가끔 정신이 혼란한 듯, 멍청한 듯하다.

그걸 형제들이 경황이 없는 줄 알고 위로한다.

막내 주디가 올시간이 됐다며 마가렛은 찰스오빠에게 역에서 픽업해달라고 청한다.

그사이 타임지 기자의 조화가 도착한다.

 

극단 민중극장 공연사진

 

 

그리고 오늘이 아빠의 생일인 것을 기억해낸다.

80. 가족들이 모이자 이것저것 마가렛에게 물어보나,

그녀는 다 모이면 아빠 얘기를 해준다고 한다.

아마도 무슨 유언이라도? 혹시 상속할 재산이라도? 하면서도

마가렛이 혼자 됐으니 정신적인 고통도 클 거라며 위로한다.

막내 주디도 오고, 고모님도 오셨다.

마가렛은 고모님한테 연락도 안 했는데 어찌 아셨냐고 묻자

타임지 부고기사를 봤단다. 어쩜 연락도 안 했냐며 핀잔을 준다.

게다가 타임지 기자도 온다. 평소 좋아하는 서양사학자라며….

뭔가 정신이 없다. 마가렛이 또 이상해진다...

그리고 또 누군가 들어오는데

! 아버지 헨리 배스컴이다.

마가렛은 깜짝 놀란다. 그러나 경황없지만 사태를 수습한다.

아버지가 담배를 찾으러 간 사이에

오늘이 아버지의 팔순 생일날이고 근10년 동안 혼자 아버지와 쓸쓸한 생일을 보낸

마가렛이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꾸민 해프닝이었다.

 

 

 

서양이나 한국이나 늙으신 부모가 자식을 보고 싶은 건 마찮가지인 듯하고,

자식들 입장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다들 이런저런 생활에 바쁘다 보면

전화 한통으로 때우기 십상이다. 큰딸 마가렛의 이런 계획도 이해가 간다. 

그런 내용을 엄청 재미있게 마치 시추에이션 코미디 같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러 복선도 깔려있고, 자식간, 형제간 핀트가 어긋난 대화가 나중에 꿰어 맞춰지면 

흐믓하다. 그리고 헨리 일생 중 가장 멋진 생일이어서 더욱 흐믓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