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 50

김광림 '우리들의 저승'

무대는 저승의 대기실. 한 사람(1번)이 무료하게 TV를 보고 있고, 잠시 후, 3번이 들어오는데, 이곳이 어딘지, 뭐하는 데인지 모른다. 물어봐도 1은 대답이 없다. 단지 휴식시간이라고 한다. 언제든 휴식이 끝나면 일하는데 여러 가지 잡일을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단다. 여긴 시간 개념이 없어서 자신도 2년인지 5년인지 정확히 모른다. 이곳에 몇 명이 더 온다. 2번은 그룹 회장, 4번은 정신과의사, 그리고 5번은 젊은 여자, 2번 김회장은 모든 사람이 아는 유명한 김회장이다. 1번도, 그를 아는 듯하다. 재미없는 TV는 채널도 1개 밖에 없어 무료하게 보다가, 발랄한 여자(5)가 주도해 천당, 지옥 게임 비슷하게 그들이 어디로 가게 될지 질문에 답하여 여자의 판정을 받는데, 1을 제외하고 모두 천당행이다..

한국희곡 2023.08.06

하워드 애쉬만 '오드리'

현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어느 해 9월21일 인간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다. 배경은 술주정뱅이와 부랑아들이 득실대는 스키드로우 거리. 이 거리에 무쉬닉이라는 유태인이 경영하는 작은 꽃집이 하나 있다. 이 가게에는 시모어라는 어리숙한 남자 종업원과 아름다운 여종업원 오드리가 있다. 시모어는 고아로, 어릴 때 무쉬닉이 데려다 일을 시키며 키웠는데, 구박을 받으며 자라면서도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잘 견뎌왔다. 그들 비롯해 이 동네의 젊은이들은 모두 이 거리의 역겨운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장사가 통 안되자 주인 무쉬닉은 홧김에 가게문을 닫으려 한다. 그러자 시모어는 몇 주 전부터 길러 온 신기한 화초를 내보이며 이를 선 전용으로 전시하여 손님을 끌어보자고 한다. 시모어가 사모하는 오..

외국희곡 2023.08.05

정우숙 '사물의 왕국'

작가이자 배우인 하불립은 5년전 청순한 여배우 고진리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자들을 찾아 죄값을 묻고자 몇 년만에 극장으로 돌아온다. 그는 과거에 고진리를 임신시켰던 왕이억, 배역문제로 다툼이 많았던 서둘녀, 연적으로 느끼던 오피리, 변화에 적응하며 실리만 추구하던 마박수부부 등 고진리 살해에 연루되었을 단원들에 대한 심증을 확인하고자 작품을 쓴다. 한편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으로서 화려한 명성을 누렸던 극단은 전 대표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노골화된 권력과 이권다툼을 겪으며 몰락으로 치달아 극장을 처분해야만 하는 위기에 몰려 있다. 이들은 위기의 타개책으로 공연을 하기로 합의하고 연습에 들어가나 제각기 살 길을 모색하면서 끊임없이 서로를 배반한다. 하불립이 쓴 셰익스피어의 혼성모방작 '사물의 왕국'은 영..

한국희곡 2023.08.05

정우숙 '소망의 자리'

미리란 여인을 주위로 남편과 친정어머니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는 남편 뒷바라지와 살림을 꾸려가며 원하던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기뻐하고 미리가 소망한 자리를 지키며 불행 속에도 조그만 희망을 키워가다가 결 국 아이를 유산하게 되고, 결국 남편은 자살하고… 어머니의 주술 같은 기도소리를 들으며 허물어져가는 한 여인을 조명한 작품이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이기도 하다. 정우숙 이화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소망의 자리>로 등단한 뒤 극작가로 활동했다. 1991년 국립극장 장막희곡상에 <푸른 무덤의 숨결>이 입선했다. 대표작에 <내가 죽은 이유>, <구멍의 둘레>..

한국희곡 2023.08.04

T. S. 엘리엇 '칵테일 파티'

1949년 상연되고, 1950년에 출판된 3막 3장의 T. S. 엘리엇의 극 중 가장 장편의 희극이다. 내용은 평범한 영국 중류 지식층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별스럽지 않은 일을 바탕으로 엘리엇이 그의 시와 극에서 한결같이 취급하는 정신세계의 추구가 암시되어 있다. 이 의 세계는 똑바로 시선을 맞춰 볼 수 없는 정신세계여서, 엘리엇이 구분한 관중의 등급으로 말하면 최고급에 속하는 사람들만이 파악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지만 시인은 그 사람들을 위해서만 극을 쓴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하나의 오락으로서 볼 수 있게 재미있는 줄거리와 위트와 암시적인 대사를 통하여 ‘詩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다. 막이 오르자 주인공 에드워드씨 댁 응접실에서의 유쾌한 칵테일 파티 장면이 나타난다. 풍부한 위트가 섞인 사교장의 ..

외국희곡 2023.08.04

송경순 '방문'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아이들 장난감이 담긴 소포가 안씨의 집으로 배달된다. 안씨의 두 번째 남편인 강씨와 임신 7개월 된 딸 미자의 남편인 최씨가 낚시를 가고 집을 비운사이에 인기척 소리가 들린다. 딸이 죽은 지 십여 년 만에 찾아온 사위. 안씨는 반갑게 그를 맞이하지만 그들 사이에 표현할 수 없는 슬픈 긴장감이 흐른다. 옛날 사우디에서 일하고 있다 잠시 돌아왔던 남자는 임신한 아내가 같은 동네에 살던 강씨의 동생과 바람이 났다고 생각하고는 아내를 심하게 때린 후 다시 사우디로 가버렸다. 그리고 십여 년. 아내는 아이를 낳다 죽었고 그냥 태어난 남자의 어린 딸 미자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들 철이는 안씨는 강씨와 재혼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의 만남은 어색하기만하고.... 그때의 충격으로 배치가..

한국희곡 2023.08.03

김영무 '하늘 천 따지'

「하늘 천 따지」는 인간의 세속적 욕망을 불교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는 작품이다. 연극은 주인공 사내가 절간에 맡겨진 부모의 유산을 찾아오기 위해 중 아닌 중 노릇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천석꾼 집 삼대독자인 김무용은 부모의 지나친 사랑 탓에 안하무인, 독불장군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그는 군주적 기질만큼이나 숱한 여성 편력과 쾌락에 젖어 방탕한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이 사람이 되기 전에는 재산을 주지 말라는 유언과 함께 비구니인 그의 이모에게 재산 관리를 위탁하게 되었던 것이다. 세상 욕망에 절어 있는 사내는 잿빛 장삼 속에 들끓는 정염을 억제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마침내 그는 지겨운 중 생활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그럴듯한 중이 될 궁리를 찾는다...

한국희곡 2023.08.03

정궈웨이 '좋은 날'

극작가 정궈웨이는 (2011년 초연) (2015년 초연)에 이어 2018년 3월 을 무대에 올려 가정 해체 3부곡을 완성했고, 2019년 제28회 홍콩 드라마어워드에서 최우수 작품 프로듀서상, 최우수 연출가상,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여우주연상, 최우수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은 총서에서 이미 대본을 출판하였고, 2018년 우리 협회의 제1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에서 극단 바람풀이 낭독공연을 했고, 이후 정식으로 무대 공연이 이뤄지면서 2020년 서울연극인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은 처럼 집안의 좁은 공간에서 소수의 가족 구성원 간에 집중도 있게 벌어지는 장면을 엮어내었다. 또 어린 자녀에게 가족- 가정이란 울타리- 공간은 끔찍한 폭력의 장이 되고, 이를 엄마가 외면하거나 방관하다가 결..

외국희곡 2023.08.02

지오반니 보카치오 '데카메론'

보카치오는 단테(1265-1321), 페트라르카(1304-74)와 더불어 14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등대로 간주되었다. 보카치오는 그리스 언어를 좋아해서 제목을 『데카메론』으로 쓴 것을 알 수 있다. Decameron은 deca("ten") + meron("day")을 합친 복합어로 “10일"은 등장인물들이 각각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간을 의미한다. 1348년 흑사병이 돌던 이탈리아에서 7명의 젊은 여인과 3명의 젊은 남자들이 흑사병을 피해 플로렌스를 떠나 2주 동안 멀리 피에솔레 시골로 떠난다. 일주일 중 허드렛일을 하는 하루와 종교의식을 위한 날들을 빼고 열흘 저녁을 각각 이야기를 들려주며 보낸다. 그래서 2주 동안 들려준 이야기는 모두 100편이다. 부유한 남녀 열 명은 각각 하루씩 돌아가며 왕 또..

좋아하는 소설 2023.08.01

윤미현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

집에 있는 온갖 식료품을 광주리와 유모차에 싣고 다니며 동네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할머니가 있다. 동네사람들은 그 여자를 보고 ‘광주리 할머니’라 부른다. 할머니는 왜, 또 다시, 머리에 광주리를 이게 되었을까? 광주리 할머니의 생일 잔칫날, 큰 아들 집에 모인 자식들과 며느리들은 서로 할머니를 모시지 않겠다며 생일상 앞에서 난투극을 벌인다. 집까지 다 물려준 마당에 자식들 싸움질과 며느리의 타박까지 견디며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할머니, 모든 게 괘씸하다! 자식들에게 받은 설움을 복수할 방법을 찾는다. 처음에는 작은 살림살이에만 손대던 할머니의 행동은 점점 대담해져 가고, 미미는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는데... 광주리 할머니는 그 누구보다 강인하다. 퇴직하고 막장드라마에 빠져 사는 아들, 그를..

한국희곡 202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