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카치오는 단테(1265-1321), 페트라르카(1304-74)와 더불어 14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등대로 간주되었다. 보카치오는 그리스 언어를 좋아해서 제목을 『데카메론』으로 쓴 것을 알 수 있다. Decameron은 deca("ten") + meron("day")을 합친 복합어로 “10일"은 등장인물들이 각각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간을 의미한다.
1348년 흑사병이 돌던 이탈리아에서 7명의 젊은 여인과 3명의 젊은 남자들이 흑사병을 피해 플로렌스를 떠나 2주 동안 멀리 피에솔레 시골로 떠난다. 일주일 중 허드렛일을 하는 하루와 종교의식을 위한 날들을 빼고 열흘 저녁을 각각 이야기를 들려주며 보낸다. 그래서 2주 동안 들려준 이야기는 모두 100편이다.
부유한 남녀 열 명은 각각 하루씩 돌아가며 왕 또는 여왕이 된다. 왕이나 여왕은 그날 이야기의 주제를, 운명의 힘, 인간의 의지력,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희극적인 사랑 이야기, 화자를 구해주는 지혜로운 이야기, 남자에 대한 여인의 술수, 여인에 대한 남자의 술수, 서로에 대한 사람들의 술수, 덕망의 예, 이러한 주제 가운데서 왕과 여왕이 선택한 제목의 예를 들려주어야 한다. 세련되고 이상화 된 중세의 이야기 속의 장소는 피사, 시에나, 플로렌스 시실리, 로도스 섬, 사이프러스 등 실제 이탈리아 지도상에 존재하는 곳들이다. 프랑스, 잉글랜드, 스페인도 배경에 나오고 바벨론 술탄의 어여쁜 딸이 납치되어 그리스, 터키, 알렉산드리아 등에서 4년간 지내는 동양 이야기도 있다.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처럼 서로 돌아가면서 들려주는 설화 형식의 『데카메론』은 세속적인 외설스런 이야기도 풍자적으로 재치 있게 들려준다.
이렇게 하여 『데카메론』의 이야기는 통일된 철학적 사고를 드러낸다. 중세 때 흔한 주제인 “운명의 쳇바퀴에 따른 영향으로 인한 흥망성쇠가 주로 지배적이다. 단테의 신곡의 전통적 교육을 받은 보카치오는 이야기의 문학적 사건과 기독교 메시지의 연결을 다양한 차원의 알레고리로 보여준다. 그러나 『데카메론』은 단테의 모델을 사용하여 독자를 교육시키기 위함이 아니고, 교육의 방법을 풍자하여, 로마 가톨릭교, 신부들, 종교적 신념을 코미디의 자료로 사용하였다. 이는 흑사병 이후 나타난 역사적 경향으로 당시 널리 퍼져 있던 교회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다.
신랄한 사회비판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이탈리아 문학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학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중세 영국 작가 초서(13042- 1400)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끼친 영향은 두드러진다. 이야기의 플롯은 보카치오가 원래 지어낸 것은 아니지만 중세의 원전에서 우화나 일화, 기담을 활용한 것이다. 여기 발췌된 이야기는 첫날 세 번째 순서로 필로메 나가 들려준다. 화자의 지혜로운 답변이 화자를 위험에서 구해주는 카테고리에 속하는 이야기다.
보통은 장자를 중시하기 십상인데 여기 필로메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부자 아버지는 아들 셋을 똑같이 사랑하다 보니 반지를 누구에게 물려주어야 할지 고민한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삭의 두 아들 ‘에서’와 ‘야곱’은 쌍둥이다. 아버지는 전통에 따라 장자를 중시하지만 어머니 리브가는 동생 야곱만을 절대 편애한다. 만약 이삭 가문에 그 중요한 반지가 있었더라면 리브가의 꾀로 반지는 틀림없이 야곱의 소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데카메론』의 부자는 참으로 공명정대하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돈과 재산/재물이 많은 부모는 고민이 많다. 자식들의 용틀임 하는 재산 싸움이 이 나라의 뉴스거리로 등장할 때가 제법 있다. 재산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재물 있는 곳에는 욕심이 있으니, 돈의 위력이 대단한데 이를 마다할 사람 있겠는가? 있다 한들 그 수는 극히 적으리라. 「데카메론」의 부자는 참으로 지혜롭게 이 문제를 풀었다. 중요한 결과는 누가 그 반지를 소유하느냐의 문제보다,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고 세 아들이 의좋게 잘 살았다는 형제애의 미담이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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