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윤설 '모든 이에게 모든 것'

clint 2023. 12. 5. 18:07

 

 

 

강릉 바닷가 별장에 전남 벌교의 억척스러운 신랑 가족과 새침한 서울의 신부 가족이 결혼식을 위해 모였다. 하지만 이 경사스러운 날에 어딘지 모르게 이들의 만남은 부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데, 그것은 바로 이 결혼식이 생면부지의 처녀총각을 맺어주는 영혼 결혼식이었기 때문! 자살한 시인 지망생 총각과 피아노전공의 처녀를 위한, 저승과 이승을 조밀한 이 혼례식에 초대된 이들, 과연 이들의 혼례는 무사히 치러질까?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은 가족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던 두 남녀의 뜻밖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두 집안이 만나 영혼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그들의 죽음 뒤에 밝혀지는 진실을 통해 가족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막연한 기대감에 상처받고 때로는 가장 가까운 이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생각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은 지금 우리의 가족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부재로 남겨진 가족들이 짊어진 그 들에 대한 슬픔과 추억이 새로운 만남과 인연으로 이어지며 용서와 화해 그리고 떠나보내는 이별의 과정은 남겨진 가족들의 가족애를 더욱 견고하게 하며, 먼저 떠난 이의 삶을 대신하여 자신에게 남겨진 삶을 더욱 소중하고 새롭게 만든다.

 

 

작가의 글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a Omnibus)은 라틴어 격언이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모든 것. 둘째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주다’, 라는 의미라고 한다.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해당하는 모든 것은, 죽음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때이른 죽음은 남은 자로 하여금 깊은 상실과 슬픔, 때론 파멸까지도 가져온다. 그렇다면 죽음은 끝일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 죽은 자들이 산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고통만을 배워야 하는 것일까? 한 사람의 죽음이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새롭게 하고, 산자들은 지금 여기의 삶과 주변사람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것은 곧 죽은 이의 부활이며, 또한 그런 부활을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 우리에게 다가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 그러한 의도로 출발했다.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모든 것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주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 2004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으로 신춘문예에 당선, <불량식품> <팔도모창 가수왕> <해피 오 해피> <리얼 러브> <옆에 있어 드릴께>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이윤설 작가의 신작이다. 2009년 극단 작은신화의우리연극만들기에 선정,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부부의 삶을 애잔하게 그려냈던 <옆에 있어 드릴께>처럼, 이번 작품 역시 작가의 시선은가족의 존재의미에 닿아 있다. 특히 <옆에 있어 드릴께>가 죽음을 앞둔 노부부의 죽음과 (인간)관계에만 머무르지 않았던 것처럼, <모든 이에게 모든 것> 역시 자살한 두 남녀의 죽음 너머에 있는 삶과 희망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윤설 작가 특유의 위트와 인간, 삶을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이 어느 때보다 깊이 있게 묻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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