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인석 '사막이 꽃이 되리라'

clint 2023. 11. 28. 15:27

 

 

 

화자와 고수가 둘이 나오지만 거의 화자인 친구(극중 주인공인 방덕의 친구) 1인이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중간에 노래면 노래, 창이면 창, 연기면 연기, 극중 여러 인물을 혼자서 풀어 나가는

작가 최인석이 처음 쓴 모노드라마이다.

 

방덕이는 전남 해남 땅에서 18대독자로 태어난다. 일찍 결혼해 부부금술이 좋아 8년동안에 아이를 아홉이나 낳았는데…. 모두 딸이었다아들 낳을 줄 알았더니 딸 낳았네, 섭섭이, 쌀금이 똥금이, 농사지어 개주겠니, 개순이요, 닭을 한번 쳐봤더니 피동 싸고 다 자빠져 살림살이 망했구나, 망순이요, 천평 밭 모다 팔아 빛을 갚고 나왔으니, 빛년이라, 돼지 새끼 쳤더니 돼지 금이 속락이다 속에서 못 살겠네, 폭폭이오, 여편네 배를 곯렸더니, 나온 새끼 다리 보소, 절뚝이라, 하나씩은 부족하여 급하게도 나왔구나, 쌍난이에다 쌍순이요, 하늘이 가물더니, 아아는 가물다 못해 비틀어져 나왔구나, 비틀이라.”

 

그나마 물려받은 재산으로 논밭이 조금 있어 농사 지으며 먹고 살았지만 당시(‘83년기준) 농사란 게 가뭄에 홍수에 수확이 적다가 어느 해 대풍 맞으면 온통 대풍이라 수매가가 폭락해 먹고 살기 팍팍하기에 빚은 늘고…. 이에 서울 가면 돈 번다기에 대충 팔고 일단 혼자 서울로 올라온다. 그러나 서울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번듯한 직장 얻기도 힘들고 집세도 만만찮다. 막일하다시피 종일 일해도 혼자 먹기도 힘들 지경,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아내와 딸자식들이 기다리다 치져 서울로 올라온다…..

 

 

연극 평 구히서 평론가

1人劇은 작품의 짜임새가 든든해야 하고 얘기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여러가지 조건 외에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무대 전체를 한 몸에 짊어진 배우의 매력이 힘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번 무대는 배우 李光洙에게 무척 큰 부담을 주는 무대다. 아직 젊은 작가 최인석의 야심만만한 첫1人劇을 무대에 올리면서 연출가인 康英傑씨는 배우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낸다는 자세로 임하면서 그의 약점을 피해 단단한 연기를 얻어내려고 노력을 했다. 연출은 판소리의 아니리조로 쉽게 빠져 안주해버리려는 것이 이 배우의 경계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그에게서 굳어버린 옛 어조가 아니라 오늘의 리듬과 어울리는 말씨를 끌어내 보려 애썼다는 자세를 밝히고 있다. 이것은 이 배우가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를 경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배우 李光洙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많다. 그의 북솜씨와 소리가락이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것이고 구성진 넋두리나 구비구비 꺾어든 사연을 구수하게 펼칠 수도 있을 것이며 앞에 나서기 수줍은 듯 뒷줄에 잘 숨던 그의 모습을 온통 드러내 관객과 정면으로 마주 대할 수도 있게 해줄 것이다. 이제는 배우라는 칭호가 과히 부끄럽지 않는 한사람의 연기자로 경력을 쌓았고 좋은 연기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10년공덕으로 한 사람 몫의 배우를 키워낸 정성이 하루아침에 나타난 반짝이는 이름보다 고맙고 든든해 빈다.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우리 연극계의 상황이지만 그 속에 꾸준하게 연륜을 쌓고 그 연륜에서 나온 경험을 성장한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고맙다. 그의 성장과 성숙이 이 무대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 주기를 바란다. 성실한 연기자의 자세가 성숙한 연기로 꽃피워지는 것을 보고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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