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살고 있는 김진국 조진극 부부는 혼인을 맺은지
15, 6년이 지나도 슬하에 자녀가 없다.
어느 날 하늘사람들의 지상 별장인 서천 꽃밭에 몰래 원족을 다녀온
김진국은 새끼들을 키우는 새들과 허름한 움막 속의 거지를 보게 된다.
자신의 자식 없는 처지를 한탄하던 김진국 부부는 동개남무(東開南無) 은중사
율두스님의 도움으로 수륙불공을 드려 무남독녀 외딸, 자청비를 보게 된다.
금지옥엽으로 자라난 자청비는 빨래터에서 천상의 아들 문도령을 만나게 되며
이것이 인연이 되어, 문도령과의 사랑에 불이 붙게 된다.
그렇지만 문도령의 부모는 이미 며느감이 정해져 있는 터라,
자청비가 문도령에게 내뿜는 사랑의 열기는 문도령의 부모로서는
경원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가운데 자청비는
하인 정수남과 함께 문도령을 만나러 길을 떠나게 되고
그 도중에 자신을 넘보는 정수남을 죽이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문도령의 아버지 문선왕의 시험을 거치는 과정에서 백탄
숯불 위의 55자나 되는 칼선 다리를 타는 등의 무시무시한 과제가 부여된다.
그러나 자청비는 사랑의 일념으로 그러한 과제를 슬기롭게 풀어감은 물론이요,
부랑자들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문도령과 정수남을
서천 꽃밭 환생 꽃을 따다가 살려내는 등 종횡무진 활약하게 된다.
그리하여 자청비는 시아버지가 주는 상세신을 마다하고
오히려 농사일을 다루는 중세신이 되어 하세신이 된 하인 정수남과 함께
지상의 농사일을 다스리게 되며, 오곡풍등과 우마번성을 시켜주는
영웅적인 대지의 여신으로 활약한다.
지금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작품이 공연된 1992년엔 실상 자세히 알지 못하고
더구나 그것이 일반에게 한번도 공연된 적이 없는 제주무가(巫歌) "자청비"를
그 작품 전편에 흐르는 불교적 세계를 표출시켜 연희(演戲)로 재구성한 것이
바로 “서천꽃밭”이다. <자청비>의 원 내용과는 달리 다분히 불교적인 색채에
가장 민중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오히려 자청비와 문도령의 사랑놀음보다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관심이 우리가 사는 삶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데
그 주안점을 두고 우봉규가 작품을 썼고 극단 종과 신협이 합동공연한 작품이다.
사랑의 농신으로 알려진 자청비는 사랑을 약속한 문도령을 찾아가는 과정에
많은 시련을 겪고 하인인 정수남을 죽이면서까지 사랑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천상에 올라 문도령을 만나 혼인을 하고 공을 세워서
씨앗을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와 농업의 신으로 추앙을 받는다.
신화는 그 신화를 만들어 낸 당대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이해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신화에 나오는 사랑, 질투, 간계, 인내 등은 인간의 태생적 본성으로 불멸의 테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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