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총각이 밭에서 일을 하다가 “이 농사를 지어 누구랑 먹고살고?” 하자, 어디선가 “나랑 먹고살지, 누구랑 먹고살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각이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우렁이 하나가 나왔다. 우렁이를 집에 가져와 물독 속에 넣어 두었는데, 그 뒤부터는 매일 들에 갔다 오면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총각이 하루는 숨어서 살펴보았더니, 우렁이 속에서 예쁜 처녀가 나와서 밥을 지어 놓고는 도로 들어갔다. 총각이 처녀에게 같이 살자고 하자, 처녀는 아직 같이 살 때가 안 되었으니 좀더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총각은 억지로 함께 살았다. 관원의 탈취로 파탄이 생겼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이 설화는 중국 문헌인 『수신후기(搜神後記)』나 『태평광기(太平廣記)』에 실려 있는 ‘백수소녀(白水素女)설화’나 ‘오감(吳堪)설화’와 비슷하나, 중국 설화의 결말은 여자가 떠나면서 남자를 부자가 되게 한다든지, 관원을 신통술로 응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강백의 '온갖 잡새가 날아드네'는 모리배라는 악한을 등장시켜 부동산투기로 농지를 사서 차익을 보며 그 농지를 농민들에게 빌려줘 추수때 임대료로 뜯는 못된 일을 하다가 우렁각시 마을에도 와서 행페를 부리다가 우렁각시의 꾀로 바보3형제가 혼내주게 되고 그러자 분통에 우렁각시를 납치해 보복하고 우렁각시를 애인으로 삼으려한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이 새(鳥)로 분장해모리배를 혼내고 우렁각시를 구해서 다시 농자천하지대본을 이루는 내용이다. 제목이 '온갖 잡새가 날아드네'는 새타령 귀절이나 이 작품의 내용에 잘 어울린다.
이 마당극은 전북지방에서 전래되어오는 "익산삼기농요"(益山三旗農話)를 바탕으로, 전국에서 채집되어진 새(鳥)에 대한 속요들을 첨가하고 민화(民話) "우렁각시"이야기 줄거리로 삼았다. 여기에 나오는 노래들은 농가 짓는 노동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이 마당극의 진행에 있어서도 모심기에서 벼 베기 따위의 과정이 보여 진다. 등장인물들은 장면에 따와 마을사람들, 바보 3형제, 새떼가 되기도 한다. 온갖 희로애락이 마당에서의 꾸며져서 보여주는 놀이처럼 펼쳐진다.
작가의 글 - 이강백
우리나라 극단 중에서 가장 개성이 뚜렷한 극단을 꼽으라고 한다면 거의 누구나 「극단 민예극장」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민예는 전통예술의 현대화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창단 이래 오래동안 외골수로 고집스럽게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그러한 강한 개성이 어떤 점에서는 극작가들을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도 있다. 전통문화가 어떤 것인 지, 현대화는 또 무엇인지 섣불리 잘못 알고 덤볐다가는 큰 코 다치기 때문이다.
「온갖 잡새가 날아드네」는 5, 6년전 쯤인가, 극단 민예의 요청을 받고 감히 만용을 부려서 쓴 작품이다. 그후 극단이나 나나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공연한다는 연락을 받고는, 마치 죽은 줄 알았던 자식이 살아 돌아오는 것만큼이나 기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했다. 그래서 연습장엘 가 봤더니 연출가 심재찬씨를 비롯해서 민예의 모든 식구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하는데, 마당놀이라는 게 이렇게도 신명나는 것이구나 하는 감탄을 연발하였다. 어쨌든 이번 공연으로 전통예술의 현대화에 약간의 소재거리를 제공했다는 기쁨과 함께, 오랫동안 극단 민예에 지고 있던 심리적 빚을 갚은 셈이다. 관객 여러분들과 더불어 극단 민예의 무궁한 발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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