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조은주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clint 2023. 10. 18. 06:49

 

 

전업 작가인 ‘지수’는 소외된 존재들의 고통을 진정성 있게 그려 

세상에 빛과 희망이 되는 작품을 완성하려 애쓰지만, 

정작 그녀의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소외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인 방임아동, 자립준비청년, 길고양이가 

냉혹한 세계와 마주한 어려움을 이겨 내고 희망찬 미래를 그려내는 동안, 

그녀의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은 차가운 현실을 견뎌내지 못하고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이 사회의 소외된 존재에 대한 진정한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기획되었다. 
작품의 주인공인 작가 ‘지수’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소외된 존재에 대한 진심을 호소하지만, 
정작 그녀의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소외에 대해서는 끝까지 알지 못한다. 
이처럼 작품을 통해 소외된 자들의 고통과 세계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쉽게 대상화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적으로 비준다. 
선한 목적이 악한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당연시되는 세계를 향해 던지는 
인간적인 외침이 올곧게 전달되기를....

 

친숙한 듯 그렇지 않은, 특별하나 보통의 존재들이 그려집니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공통된 등장인물들은 더 연약한 존재를 품고 보살피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목격하면서 우리 손아귀에서 그들이 슬며시 빠져나가는 느낌을 겪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 작품은 우리의 삶 주변에 자리하는 그 절박한 상황이 이미 우리의 기저에서 우리 자신을 향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바깥을 향해 호소하되 들리지 않는 인물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 구원의 ()가능성이 고립된 현대 사회 속에서 사유된다는 점에서 작품은 조그맣고도 분명한 목소리들로 우리를 불러 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민관 드라마투르그)

 

작가의 말 - 조은주 (2022 <H>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이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 사람의 의지로 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는 걸 시작부터 깨달았다. 그것이 오히려 더 의지와 위안이 되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춥고 외로웠는데 나는 이 작품을 하면서 따듯한 연대감을 느꼈다는 게 미안해진다. 살다 보면 언제 어느 때에 손잡아 줄 사람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걸 내 주인공들도 알았어야 했는데. 그러므로 내가 끝까지 보듬지 못하고 떠나 보낸 존재가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이향 '몽타주 엘리베이터'  (2) 2023.10.19
박재서 '운수대통, 만사형통'  (1) 2023.10.18
이주영 '노인과 도배쟁이'  (1) 2023.10.17
이근삼 '제18 공화국'  (2) 2023.10.16
안성희 '인간파괴'  (2) 202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