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안성희 '인간파괴'

clint 2023. 10. 15. 12:55

 

주인공인 오토바이 레이서 이시주는 스피드를 알고 믿으며 철저하게 전생을 스피드에 의존하는 사람이었다. 관료 집안인 식구들의 반대도 무릎 쓰고 오랫동안 그는 오토바이 레이서에서 우승한 레이서의 왕자로서, 영웅으로서 생활에 만족하던 선수였다. 그러한 그에게 패배의 날이 왔던 것이다. 스피드를 만끽하며 예전과 같은 오토바이 레이스에 참가한 그는 골인라인을 눈앞에 두고 큰 사고를 당한다. 결국 스피드는 자기에게만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에겐 너무도 큰 시련이었기에 오늘의 현실을 슬퍼한다. 그리고 그는 믿었던 스피드(기계문명)에 반대견해 갖게 된다. 현대문명의 시초는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잡고 있지만 그것 자체가 중세의 가족과 자연의 힘에 의존하던 스피드가 기계화하여 더욱 빨라진 것이다. 또 그는 증기기관과 열차에 귀착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스피드의 발달 전쟁은 가공할 인류의 적이 되고 몇개월이 걸려 조그만 성 하나를 점령하던 전쟁도 이제 신화가 되고 미사일 한방에 거대한 도시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한다고 참으로 무서운 사실을 발견하며, 인간은 인간이 만든 문명 때문에 결국 망하고 말 것이라는 걸로 단정하며 재림하는 예수가 존재한다면 바로 이 문명의 위기에서 인류를 구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믿으며 오늘의 현실을 슬퍼했다. 스피드와 겨루며 갈채를 받아왔고 그 갈채가 계속되는 동안 영웅으로 군림하며 행복했다고 자신을 밝히며 그는 오토바이레이스의 패배를 괴로워하며, 단 한번이라도 인간이 기계의 능력에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열차와의 경주에 뛰어든다. 그러한 그는 그 행동에 실패하고 모든 이에게 결국 인간은 인간이 만든 기계이지만 인간이 기계보다 빠를 수 없다는 것을 죽음으로써 보여준다. 이렇게 오토바이 레이서가 패배로 결국에 죽음에까지 이루어 온 상황을 친구인 최계장은 어두운 베일을 벗기듯 하나 둘 씩 벗겨 나가는데 그 곳에 흑막은 현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여실히 나타내 주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보단 영리를 목적으로 메말라버린 인간의 만남이 결국엔 이렇게 죽음을 영유하게 만드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알아내고 최계장은 또 한번 친구 죽음에 애통함을 보여줄 뿐이다.

 

 

기계문명의 발달은 온 인류에 많은 발전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러나 그 발전으로 인하여 인류에 해를 가져다준 것은 얼마나 큰 문제인가를 우리는 새삼 돌이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빠른 가속의 현실은 인간 본연의 존엄성마저 져버린 채 현사회를 영유하고 있음을 자신들은 발견하여 오늘의 기계문명에 의한 엄청난 자연파괴와 물질문명사회에서의 각박한 현실은 어느 누구도 뛰어들 수 없음을 느낄 수 있으나 단 한사람 역시 현사회에서 물들지 않은 사람만이 뛰어들어 뭔가 우리에게 웃지도 울지도 못할 심중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아웃사이더의 변: 작가의 글 안성희

나는 아웃사이더이기를 좋아한다. 오늘에 아웃사이더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내일도 아니 영원한 아웃사이더이기를 원한다. 아웃사이더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배우는 아니다. 그렇다고 조연은 더구나 아니다. 그는 주연의, 조연의 가장 가깝고 신랄한 친구로서 외곽에 맴돌뿐이다. 야 임마, 그것이 아니야 하고 충고할 수 있고, 저 친구 돼먹지 않았는데 하고 빈정거릴 수 있어 좋다. 그는 결코 우레 같은 환호와 박수갈채 속에 묻히지 못한다. 그러나 역사의 주역의 갈채는 아웃사이더 없이 존재할 수 없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마임과 말재간의 연극이 콜레라처럼 오늘에 만연하고 있다. 대사만의 연극, 액션보다는 대사만으로 구성되는 연극이 오늘에 필 요하지 않을까 망설이다 <人間破壞>를 탈고했다. 철학논문 같은 기형아가 탄생하고 보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연출자도 당황했을 것이다. 구미 각국에서는 벌써부터 환경보전을 헌법에 명시하고 인간을 보호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보호보다는 성장이요, 공해방지보다는 건설이라는 체제에 살아왔다. 미구에 닥칠 자연의 보복에 본 작품이 조금의 일깨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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