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국민성 '국군의 작별식'

clint 2021. 12. 11. 08:15

 

 

 

<국군의 작별식>은 한 퇴역군인의 만년의 삶과 투병을 그린 연극이다.

연극은 도입에 마을의 노래자랑이 펼쳐지고, 퇴역군인의 부인은 거기에서 우승을 해 이장과 축배를 하러 떠난다. 퇴역군인에게는 아들 두 명과 딸 세 명이 있고, 장남과 차녀는 효심이 강하다. 차녀는 아버지가 봉변을 당하기라도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어 아버지를 보호하는 당찬 성격이다. 장남은 효심은 강하지만, 무능한 편이다. 차남은 성격도 쾌활하고 인물이 훤칠하다, 장녀는 순박한 성격이고 막내 또한 그러하다. 미모에 장끼를 갖춘 부인은 남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남편의 암 발병과 중풍으로 인한 신체장애, 그리고 남편이 그 사실을 숨기고, 치매 환자로 보이려 애쓰는 것을 부인은 눈치채지 못 하고 더욱 남편을 홀대한다. 가족 간의 다툼으로 차녀는 가출한 뒤 십여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차녀를 환대하기는커녕, 형제간 주먹 다툼까지 벌어진다. 이를 보다 못해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경상도 지방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인 것으로 보아, 작가 자신이 소시적 공부를 하러 가출을 한 이래 작가 등단 후 장기간 서울에서 작품 활동을 한 작가 자신을 둘 째 딸로 묘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희귀 성인 '국'씨도 동일)

 

 

 

 

70대 노인 국군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가는 과정이다. 국군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국수찬이란 이름 대신에 국군이라는 보통명사로 불릴 만큼 존재감 없이 그림자처럼 살아온 인물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산 하나 없는데 신체장애와 질병으로 가족의 부담이 되어가는 현실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렇기에 시한부 판정을 받자 오히려 안도감을 느낀다. 요양병원에 입원하기로 결심한 그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 높은 요양등급을 받기 위해 거짓 치매 연기를 한다. 그의 마지막 소원은 흩어진 가족을 완전체로 만드는 것이다.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아 가출했던 딸이 집에 돌아오고, 평생 사랑했던 아내로부터 국수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영감받았고, ‘가혹한 책임을 떠안았으나 그 책임감에 억눌린 채 존재감 없이 살다 가셨거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쓴 작품이라고 밝혔듯이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에 이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가부장제의 폐해를 통렬하게 비판하며, 노동문제와 노인문제를 제기하는 점에서 비판적 사회인식을 견지한다. 사건과 인물은 사실적이지만 주인공 국군의 정신상태에 따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며, 시공간이 혼재하는 구성으로 인해 극적 분위기가 다양하게 변주된다. 경상도 사투리를 활용하여 대사의 리듬감을 살리기 때문에 청각적 요소가 강조된다. 비극적 개인 서사를 통해 심각한 사회문제를 제기하지만 긴장과 이완의 리듬감으로 인해 전반적 분위기는 어둡지 않고, 웃음과 눈물을 통한 카타르시스가 가능하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경식 '부자2'  (1) 2021.12.11
김도경 '유튜버'  (1) 2021.12.11
강제권 '없시요'  (1) 2021.12.09
이정운 '덕만씨를 찾습니다'  (1) 2021.12.08
설재록 '새'  (1) 2021.12.04